<포럼>新주택시장 셈법과 경착륙 회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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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무 한양대 교수 도시공학

며칠 전 대학원 저녁 수업 중 중년의 한 학생이 까다로운 질문을 했다. 질문인즉, 요즘 전문가들이 지금은 버블은 아니라고 하는데 분양시장의 청약률도 높으니 아파트에 투자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과거 성장기 셈법으로 판단하면 틀린 말은 아니다. 지금은 버블이 아니다. 그럼 사도 폭락할 일이 없다. 그러니 지금 투자하는 게 나쁜 선택은 아니다.

그런데 뭔가 찜찜하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다고 하지만, 가장 상승 폭이 높다는 강남구도 올해 9월까지의 누적 상승률이 4%대에 불과하다. 2000년대 활황기와 비교하면 올랐다고 하기도 애매한 상승 폭일 뿐이다. 그러나 뜨거운 매매시장이 아님에도 분양시장은 열기가 가득했다. 건설사들도 마지막 기회인 듯이 과도하게 반응했다. 그 결과 향후 준공돼 입주할 아파트 입주물량이 2017년 37만 호, 2018년 39만 호에 이르게 됐다.

비(非)아파트를 포함한 주택 인허가 물량은 2015년 77만 호였고, 2016년 8월까지 이미 47만 호에 육박한다. 연간 신규 주택 수요가 40만 호를 넘기 힘들고, 이 또한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명히 지나친 공급 물량이다.

향후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경우 그에 따른 시장 여파는 기대심리로 눈먼 분양시장과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분양을 받는 것은 나만의 선택이다. 그러나 입주 시점에는 모두의 선택이 연결된다. 내가 준공된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살고 있던 작은 집을 매각해 중도금 대출을 상환하고, 잔금을 치러야 한다. 그 작은 집을 매입하려는 다른 사람은 살고 있던 집의 전세금을 빼야 한다. 그 전세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그 집에 누군가 또 다른 사람이 전세로 들어와야 한다.

그러나 신규로 준공된 주택이 과도하게 늘어나면 빈집이 늘어나게 되고, 주거 이동과 거래의 연쇄 고리가 얼어붙게 된다. 매매시장과 임대시장 모두에서 발생하는 급매물의 증가는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게 된다. 이러한 가격 하락은 일종의 부채비율(LTV)인 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이 80%를 넘어서는 시장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불안을 초래하고, 그 여파는 금융시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는 저성장기 과잉 공급이 초래할 수 있는, 과거 성장기에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달라진 셈법이다.

사실 이러한 경착륙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지난해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대두됐을 때 시작됐어야 했다. 그러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의 51.5%가 건설 투자에서 발생했다는 통계가 말해주듯, 주택시장을 함부로 식히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주택 분양시장의 활성화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게 아니라 장래의 구매 수요를 당겨쓰는 것뿐이라는 점이다. 최근 보고되고 있는 30%를 넘어선다는 전매율은 경제 성장을 견인한 분양 수요가 합리적인 거주 수요에 기반을 두기보다는 비합리적인 기대심리에 기반을 둘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 가지 가슴 아픈 사실은, 선분양 제도에서 변동성이 심한 분양시장은 그 속성상 연착륙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분양시장의 경착륙이라면 빨리 맞이하는 게 상대적으로 경착륙의 강도를 줄이고, 장기적인 공급 과잉의 악영향을 덜 파괴적으로 조절하는 선택이다. 관리의 핵심은 과도한 투자적 행태를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고, 아쉽지만 이번에도 그 유효한 첫째 수단은 전매제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