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나>강풍 덕 300야드, 다음날 100야드… “골프는 자연과 싸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신두철 ㈜제이디 플러스 대표가 지난 14일 경기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본사 에코 골프화 전시룸에서 골프클럽을 어깨에 둘러메고 골프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신두철 ㈜제이디 플러스 대표

‘에코’ 브랜드로 골프화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신두철(56) ㈜제이디 플러스 대표의 골프 구력은 25년이 됐다.

지난 14일 경기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본사에서 신 대표를 만났다. 신 대표는 2004년까지 캘러웨이 골프에서 10년을 근무하고 캘러웨이 골프용품 판매사 ‘사장님’으로 변신했다. 이후 클리블랜드와 애덤스 골프클럽을 수입 판매하다 2007년부터 ‘에코’ 신발을 수입 판매하고 있다. 신 대표에 따르면 에코 골프화는 국내 프리미엄 골프화 부문 1위이며 판매량은 훗조이, 나이키, 아디다스에 이어 4위이고 매출로는 3위다.

신 대표는 1991년 골프를 접했다. 주니어선수 출신 이상현 캘러웨이 골프 코리아㈜ 대표가 첫 스승. 처음 배웠던 곳은 성남 미8군 골프장이었다. 골프클럽 납품회사여서 출입증을 쉽게 받을 수 있었기에 그곳 골프장을 자주 이용했다. 첫 라운드도 이곳에서 경험했다. 이곳엔 전국에서 유일하게 천연잔디를 입힌 드라이빙 레인지가 있었다. 신 대표는 “그때만 해도 일 때문에 골프를 배웠기에 즐겁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며 “어느 날 연습그린에서 퍼팅 도중 해가 지는 석양, 정말 멋진 풍경이 눈에 들어왔고 ‘이런 맛이 있구나’라고 감탄했다”고 기억했다.

신 대표에겐 골프에 대한 두 가지 좋은 기억이 있다. 캘러웨이 골프에 재직하던 1990년대 ‘GBB 시리즈’ 드라이버로 공전의 히트를 거둘 때였다. 한때 90%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1994년 첫해 매출액은 20억 원이었고, 5년 후인 외환위기 때는 600억 원을 넘겼다. 골프장에서 팀마다 2∼3명은 기본이고 한 팀 4명 모두가 GBB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걸 흔히 목격할 수 있었다. 그땐 정말 자부심이 컸다.

두 번째 기억은 4오버파 76타로 베스트 스코어를 작성했을 때다. 골프를 접한 지 20년이 넘은 2012년 9월 경기 양평군의 더 스타 휴 골프장에서 전반에 버디 1개,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파를 기록했다. 비록 후반에 보기 5개를 더해 언더파를 놓쳤지만, 최고의 라운드를 펼쳤다.

신 대표는 “얼마 후 그날 함께했던 선배에게서 그날의 스코어 카드를 나무판에 일일이 칼로 새겨 만든,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트로피를 선물로 받아 눈물까지 글썽였다”고 말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운동 체질과는 거리가 멀다는 신 대표는 골프 입문 15년이 지나서야 첫 싱글패를 받았다. 회사원에서 사장님으로 변신한 뒤 두 달 만의 경사였다. 신 대표는 “샐러리맨과 오너는 골프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면서 “사장이 되니 눈치볼 필요가 없고, 그래서 필드를 자주 나가니 실력이 금세 늘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쾌한 추억도 있다. 몇 해 전 장관을 지낸 대선배와 ‘1000원짜리 내기’를 했다. 그 선배는 늘 1000원 권 지폐를 4만∼5만 원씩 들고 다니며 동반자들을 ‘유혹’한 것으로 유명했다. 선배는 ‘점당 1000원’ 내기를 선포했다. 잃으면 자존심이 상해 못 견딘다는 선배는 늘 진지했다. 아무리 짧아도 ‘기브’를 주지 않았고, 벌타를 받지 않는 한 ‘노터치’ 룰을 엄격히 적용했다. 신 대표는 ‘푼돈 좀 잃어주면 되겠지’라는 생각이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초반 버디로 기선을 제압하더니 파 행진을 거듭했다. 마지막 그늘집을 지나면서 1만 원 정도 잃은 그 선배는 9홀 내기를 추가 제안했고, 27홀을 돌았다. 신 대표는 “‘내기 골프도 이처럼 유쾌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처음 해봤다”고 전했다.

반면 라운드 도중 골프 백을 내리며 화를 삭이지 못한, 돌이켜보기 싫은 기억도 있다. 한 동호회 모임에 초대받아 생면부지의 동반자들과 라운드를 할 때였다. 캐디가 동반자의 스코어를 잘못 적었다. 동반자는 파인데 왜 보기로 적었느냐며 캐디를 나무랐고, 이후에도 계속 캐디에게 호통을 치더니 심지어 당장 캐디를 교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신 대표는 “하도 어이가 없길래 다른 동반자들에게 ‘이런 분위기에선 더 이상 라운드가 힘들 것 같다’고 말하고 9홀을 마친 뒤 골프 백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그러나 당시 자신의 행동을 지금은 후회한다. 짐을 싸 포기한 자신과 목소리를 높인 동반자가 다를 게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신 대표는 그래서 골프는 동반자가 중요하다고 믿는다. 동반자에 따라 그날 경기의 전체 분위기가 살거나 아니면 가라앉기 때문이다.

신 대표에게 골프는 도전이다. 신 대표는 “골프엔 항상 어려움이 있다”며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망하는 게 인생과 닮은 점”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평소 연습이나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허리, 엘보 부상이 잦은 편이고 연습하지 않고 주말에 필드에 나간 탓에 탈이 날 때도 있단다.

몇 해 전 수주 회의 참석을 위해 아일랜드로 출장을 갔을 때의 일이다. 한 골프장에서 3일 내리 라운드했다. 첫날은 잠잠하던 코스에 둘째 날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 만큼 거센 바람이 불었다. 바람의 영향은 엄청났다. 첫날 드라이버로 300야드까지 날려보냈지만, 둘째 날엔 맞바람이 불어 100야드를 간신히 넘겼다. 집중할 수 없을 만큼 바람의 소리가 컸지만, 현지인들은 태연하게 골프를 즐겼다. 신 대표는 “아일랜드 현지인들은 ‘여기는 늘 그렇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며 “이런 조건을 극복하는 게 골프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패션의 완성은 신발이라고 믿는다. 신 대표는 “신발 사업은 패션과 같아 3년 정도 앞을 내다봐야 한다”며 “앞으로의 컬러 흐름, 디자인과 유행 변화를 읽어내야 하기에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성남 =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