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분석>美 전략자산 한반도 상시배치 명시 불발… 왜?

- 韓美 SCM서 ‘검토’로 합의

美, 전략적 모호성 유리 판단
韓과 확장억제 구체화 인식차
사드 이어 中 반발 고려한 듯

한·미 양국이 20일 제48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B-2·B-52 폭격기와 F-22 전투기 등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국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상시 순환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해가기로 합의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 억제 실행력을 높이겠다는 의도지만, 합의 과정에서 한·미 간 인식 차도 적지 않게 노정됐다. 한국은 국내에서 핵개발·전술핵 재도입 목소리가 커진 상황에서 확실한 억제 방안을 확보하려 했던 반면, 미국은 핵에 관한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원칙을 지키는 동시에 전략자산 운용에서도 유연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전략자산의 전진 배치가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미국이 감안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SCM 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확장 억제 실행력 제고와 관련해 전략자산의 상시 순환배치를 포함한 추가 조치가 앞으로 검토될 것”이라고 밝혔다. 카터 장관도 “확장 억제를 더욱 제고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SCM 공동성명도 19일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에서 합의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에서 확장억제 능력을 더 강화하기 위한 추가적 조치 방안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고 돼 있다.

하지만 한·미는 이날 SCM 공동성명에 전략자산 상시 순환 배치와 관련된 문구를 반영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한국 측에서는 전략자산 상시 순환 배치 등과 같은 구체적 방안을 적시하기를 원했지만, 미국 측에서 “특정 방안을 이야기하는 것은 전략적 차원에서 그다지 현명하지 않다”고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장관도 별도의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의 한반도 방어는 능력·의지 모두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미국 측에서는 이야기했지만, 우리는 이를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면서 “결국 구체적으로 논의를 더 해보자는 입장으로 최종 정리됐다”고 말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