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985) 48장 남북연방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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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이 되어야 해.”

서울로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서동수가 말했다. 앞쪽에 앉은 하선옥은 단정하게 앉아 듣기만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의 기운을 꺾지 않는다고.”

지금 서동수는 공직자의 자세를 말하고 있는 중이다. 조금 전 하선옥은 최만철이 회의 석상에서 들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국개위 산업위원 이경훈의 이름도 들었다. 하선옥은 새바람에 대한 보고를 마친 참이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난 장단점이 다 노출되었어. 나 자신도 모르고 있었던 부분까지 해부되고 해석된 상태지.”

하선옥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빙그레 웃었다.

“사람들은 더 나아가서 내 미래도 예측하더구먼.”

“거의 맞아 들어갔고요.”

마침내 하선옥도 거들었다.

“예측 가능한 지도자는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는 법입니다.”

“일이 잘 풀리면 모든 것이 다 잘한 것으로 보이는 법이야.”

쓴웃음을 지은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산업위 위원 이경훈 씨가 정확하게 진단한 거야. 나는 운이 좋았어.”

“그리고 장관님은 모범이 되셨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의욕을 불러일으키셨고요.”

서동수는 입을 다물었다. 지금도 서동수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가정생활에 대한 비난은 지난번 선거 때 민족당 측의 자충수로 가라앉았어도 여자 문제는 끊임없이 돌출되고 있다. 대부분이 조작되거나 악의적인 소문이었지만 가랑비에 옷이 젖는 법이다. 하선옥도 그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때 하선옥이 말을 이었다.

“김 위원장에 대한 홍보가 국민에게 먹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김 위원장 인기가 높아지고는 있지만 장관님의 지지율에는 변동이 없습니다.”

“국민이 확실히 알아야지.”

그리고 김동일이 그것을 모를 리가 없는 것이다. 이번 평양 방문에서도 서동수는 김동일의 호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군 개입을 함께 막은 상황이 아닌가.

이제는 서로 믿는 단계가 되었다. 서동수가 하선옥을 보았다.

“서울에서 고정규 씨를 만나는 게 어떨까? 하 실장 생각은 어때?”

하선옥은 홍보 책임자다. 긴장한 하선옥이 서동수의 시선을 받더니 천천히 머리를 저었다.

서동수는 웃음만 띠었고 하선옥의 말이 이어졌다.

“너무 입장차가 다르고요. 만나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을 모두 알기 때문이죠. 선전용 만남은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렇겠군.”

“고정규 씨 측에 이용당할 가능성도 있고요. 선거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는 거리를 두시는 것이 낫습니다.”

그러더니 하선옥이 덧붙였다.

“대책위에서도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 이미 민족당에서도 서동수의 캠프로 대거 옮아온 상황이다. 민족당 출신 임창훈은 국개위의 민생위 위원장이기도 하다. 서동수 측 선대위에선 고정규와는 거리를 두라고 서동수에게 권고했다. 그때 서동수가 길게 숨을 뱉고 말했다.

“다 싸 안을 수는 없겠지.”

그러더니 하선옥에게 손을 뻗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