空間을 열어 共感을 얻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조명과 음악만으로 채운 미디어아티스트 그룹 장민승과 정재일의 ‘밝은 방’. 보이드(빈 공간)에 대한 새로운 사유를 촉구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내년 2월까지 ‘보이드’ 展

‘밝은 방’ ‘요람에서’ ‘옵.신’등 팀별로 새로운 퍼포먼스 선봬
작품 담아내는 그릇 역할 벗고 숨은 공간들을 전시주인공으로

미술관을 찾을 때 사람들은 작품을 통해 무엇인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영감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들에게 미술관은 작품을 담는 ‘그릇’일 뿐이다. 이 같은 발상에 제동을 거는 전시가 최근 개막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지난 12일부터 서울관 안팎의 빈 공간을 조명하는 ‘보이드’전을 열고 있다. 전시는 내년 2월까지 계속된다.

서울관이 자리 잡은 터는 원래 국군기무사가 있던 자리다. 그 이전에는 경성의학전문학교 부속의원, 종친부와 규장각, 사간원 등이 그 자리에 있었다. 서울관은 미술인들의 염원에 힘입어 지난 2013년 문을 열었다.

당시 건축가 민현준은 ‘군도(群島)형 미술관’ 즉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이라는 주제로 서울관을 설계했다고 밝혔었다. 전시장이 ‘섬’에 해당한다면 전시장 이외의 복도, 마당, 움푹 들어간 공간(sunken) 등 비워진 공용 공간(보이드)들은 ‘바다’다. 건축가에 따르면 보이드는 공간의 유혹과 교류가 이뤄지는 곳, 즉 건축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공간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보이드 공간은 퍼포먼스 등 일시적인 용도로 사용될 때 이외에는 주목받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전시 공간 사이에 숨어있던 보이드 공간을 통해 서울관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를 위해 건축, 미술, 음악,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참여해 서울관의 전시실 6, 7 그리고 미디어랩을 관람 동선의 축으로 놓고 전시장 바깥의 비워진 공간들, 외부와 연결되는 공간들을 활용해 보이드 공간을 관객들이 실감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작업을 했다.

건축을 전공한 미디어 아티스트 김희천은 서울관을 휴대전화 거치대로 설정하여 액정에 해당하는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건물을 바라보는 또 다른 스케일(scale) 감각을 제시한다. 그리고 건축 축제인 ‘오픈하우스서울’을 기획해온 임진영, 염상훈, 성주은, 김형진, 최진이 팀은 서울관 주변의 보이드를 탐색하는 프로젝트와 답사 프로그램 ‘보이드 폼, 보이드 커넥션’을 진행한다.

또한 미디어아티스트 그룹 장민승+정재일은 ‘밝은 방’에서 전시장 자체를 텅 빈 공명통으로 설정하고 조명과 음악만으로 공간을 연출, 보이드 공간에 대한 새로운 사유를 촉구한다. 건축가 최춘웅의 ‘실종된 X를 찾습니다’는 서울관을 중심으로 한국 건축 속에 출현하는 보이드 공간들의 역사와 유형을 탐구하는 아카이브를 전시한다. 그리고 무대(scene)에서 벗어난(ob) 것들을 다루는 잡지 ‘옵.신’을 발행해온 서현석, 김성희, 슬기와 민 팀은 서울관 내·외부 곳곳에 잡지의 20페이지에 해당하는 20곳의 보이드 공간을 마련, 관객이 홀로 페이지를 넘기듯 지도를 따라 이동하는 참여형 퍼포먼스 작품을 선보였다.

서울관의 정다영 학예사는 “이번 전시는 서울관뿐 아니라 우리가 작품에 몰입해 놓치기 쉬운 현대의 미술관들을 새롭게 보도록 하는 전시”라며 “미술관 속 보이드 공간의 기능과 구성을 이해하면 작품 감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시기간 동안 연계 프로그램 및 행사가 다채롭게 진행된다. 26일에는 ‘문화가 있는 날’ 행사의 일환으로 ‘보이드’전 참여 작가 라운드 토크가 서울관 멀티프로젝트홀에서 진행된다. 또 11월 5일, 12월 3일에는 참여 작가 최춘웅의 주제 낭독극 ‘건축극장 X’가 전시실 7에서 진행된다. 이와 함께 26일부터 30일까지 ‘보이드 커넥션+옥상달빛 페스티벌’이 개최된다. 12월 7일에는 큐레이터 토크가 진행된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