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대선 바람에 멍드는 지방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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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열 전국부장

남경필 경기지사가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삿대질을 당했다. 내년 6월 시행을 예고한 경기도의 청년구직지원금 때문이다. 경기도형 청년수당이라고도 불린다. 구직활동비를 지원하는 서울시의 청년수당과 별다를 바 없어서다. 보건복지부와의 합의 없이는 도입하지 않겠다는 게 도 입장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서울시 청년수당은 이미 복지부가 직권취소시켜 지급 정지된 상태다. 게다가 경기도는 유사한 성남시 청년배당제를 대법원에 제소한 당사자다. 상급 행정기관으로서 소속 기초단체에 복지부 대신 행정처분했을 뿐이라지만 결과적으로 자기모순에 빠졌다. 이 시장이 “도가 하면 되고, 성남시가 하면 왜 안 되냐”며 발끈할 수밖에. 남 지사의 당초 청년복지 정책은 ‘청년통장’이었다. 배당, 수당이 일방적 지급이라면 통장은 쌍방향이다. 청년이 월정액을 저축하면 도와 민간에서 같은 액수만큼 매칭 지원해준다. 몇 년 쌓이면 목돈이 된다. 스스로 자립기반을 만드는 형태다. 이런 제도를 선시행하고도 또다시 ‘박원순 수당’ 흉내 정책으로 조롱을 당한 배경에는 연정(聯政)이란 한계가 있다. 경기도 청년수당은 야당인 민주당 사업이다. 욕먹을 줄 알면서도 도정을 유지하려면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통장과 수당 사이에서 어정쩡한 그가 안쓰러워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8개월 새 시민들에게 벌써 3번 공개사과를 했다. 2월 서울역, 5월 구의역에 이어 10월 김포공항역에서도 안전문(스크린도어) 사망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매번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공무원에게 가장 큰일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이다. 안전은 포기할 수 없는 1순위 정책이다. 그런데 박 시장은 대신 요새 다른 약속을 하고 있다. 경찰 물대포에 서울시 수돗물을 공급하지 않겠다거나, 시립대 등록금을 공짜로 만들겠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서울에서 경찰이 사제총에 맞아 순직하는 치안부재 상황 속에서도 폭력 시위대 앞에 공권력을 속수무책 무장해제시키겠다는 발상이다. 공짜 등록금은 학생들이 부실 학사운영을 염려해 오히려 반대하고 나서자 그제야 철회하겠다고 거두었다. 단체장으로서의 기본책무는 말 사과로 때우고 정치적 공격을 주업무로 삼는 그가 왠지 초조해 보인다.

경기도 청년구직지원금은 성남시 청년배당, 서울시 청년수당에 이은 지방자치단체의 3번째 청년 복지정책이다. 공교롭게 이들 3명 단체장은 모두 여야의 잠재적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잠룡’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청년 기본소득 보장을, 박원순 서울시장은 청년 취업활동 지원을 내걸고 있지만 청년 표를 사는 ‘표(票)퓰리즘’이란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두 곳 모두 정부와 갈등을 빚어 대법원에 소송이 계류 중이다. 복지부는 대놓고 “무분별한 현금살포 행위, 청년의 어려운 현실을 이용해 그들의 환심을 사고자 하는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이 칼럼난을 통해 단체장의 중앙 무대 진출은 인재의 바람직한 공급 경로라며 찬성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나친 정치 바람은 빼야 한다. 그들을 뽑아준 지역주민들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가슴에 멍이 들게 하고 있으니까. 머리 위만 바라보는 3명의 단체장이 지방분권을 외칠 자격이 있나 모르겠다.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