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저주가 먼저 풀릴 것이다”… 클리블랜드-컵스팬 ‘장외 열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야구공 모양의 페인팅을 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팬이 지난 7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 도중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응원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페이스 페인팅을 한 시카고 컵스의 팬이 23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LA다저스와의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을 앞두고 컵스의 승리를 응원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26일부터 MLB 월드시리즈

“염소의 저주는 끝나지 않았다
염소 데리고 경기장 갈 것
제임스 있어 컵스 우승 못해”
클리블랜드팬 SNS에 비꼬아

시카고市 곳곳 승리 ‘W’ 깃발
여성팬 벌금 감수하며 내걸어
CBS스포츠 “저주 당사자의
영혼 떠난 23일 WS에 진출”

“우리의 저주가 먼저 풀릴 것이다.”

오는 26일(한국시간) 시작되는 시카고 컵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7전4선승제)를 앞두고 ‘장외 전투’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13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저주에 걸린 컵스, 클리블랜드이기에 우승을 바라는 팬들의 기대감은 무척 높다.

컵스는 1908년 이후 108년간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1945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애완 염소 ‘머피’를 데리고 입장하려다 제지당한 빌리 사이어니스가 “컵스는 앞으로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는 악담을 퍼부은 뒤 컵스는 71년 동안 월드시리즈에 오르지 못했다. 염소의 저주. 하지만 컵스 팬들은 이미 염소의 저주에서 벗어났다고 믿고 있다.

컵스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LA 다저스를 꺾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지난 23일은 염소의 저주를 걸었던 빌리 사이어니스가 사망한 지 정확히 46년 된 날이기 때문. 사이어니스는 1970년 10월 23일 세상을 떠났다.

CBS스포츠는 “정말 우연한 일치겠지만, 컵스를 괴롭혔던 사이어니스의 영혼이 떠나간 날 컵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컵스 팬들은 시내 곳곳에 승리를 상징하는 ‘W’ 깃발을 걸어놓았다. 팬들은 이 깃발에 ‘컵스 윈(win)’이라는 애칭을 붙였다. 미국 스포츠 매체 팬사이디드는 “1940년대부터 컵스가 승리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W 깃발이 리글리필드(컵스의 홈구장) 가장 높은 곳에서 휘날렸다”며 “팬들이 건물 곳곳에 W 깃발을 걸어놓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컵스의 한 여성팬은 자신이 사는 콘도 바깥에 W 깃발을 걸었다가 250달러(약 28만 원)의 벌금까지 물게 됐다. ‘수건이나 옷가지를 외부에 거는 행위’를 금지한 콘도 규정을 어긴 것. 하지만 이 여성팬은 “벌금을 무는 한이 있더라도 컵스를 위해 W 깃발을 계속 내걸겠다”며 컵스의 승리를 기원했다.

클리블랜드 팬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1948년 월드시리즈에서 마지막 우승을 차지한 뒤 68년간 정상과는 담을 쌓은 클리블랜드의 ‘와후 추장의 저주’가 풀리길 염원하고 있다.

클리블랜드는 1951년 팀 마스코트인 ‘와후 추장’의 얼굴을 노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꾼 뒤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졌고, 와후 추장 원혼의 노여움을 사 우승하지 못한다는 와후 추장의 저주에 시달렸다.

클리블랜드 팬들은 “와후 추장의 저주는 깨졌지만, 염소의 저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SNS에 컵스를 비꼬는 글을 올리고 있다. “염소를 데리고 경기장에 가겠다”는 팬들은 넘쳐나고 있다. 지난 시즌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결정전에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첫 우승을 이끈 르브론 제임스는 든든한 우군. 제임스의 애칭은 ‘GOAT’, 즉 염소다. 제임스를 뜻하는 GOAT는 ‘Greatest of All Time’(가장 위대한 선수)의 약자. 하지만 염소를 뜻하는 영어 단어와 같기에 클리블랜드 팬들은 “제임스가 있는 한 컵스는 우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제임스는 시카고 불스 소속인 ‘절친’ 드웨인 웨이드에게 “근사한 (월드시리즈 우승) 내기를 하자”며 자극했다.

유명 인사들의 응원전도 치열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팬이지만 리글리필드의 축제를 보는 것은 즐거웠다”며 컵스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축하했다. 시카고 출신인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는 컵스의 월드시리즈 진출이 확정되자 기뻐하는 사진을 SNS에 올렸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