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순실 게이트 규명과 經濟 회생은 차질 없어야 한다

개헌은 ‘국정의 블랙홀’로 불릴 정도로 정치·경제 등 다른 국가적 현안들을 빨아들이게 된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선언이 최근 눈덩이처럼 커지는 ‘최순실 게이트’ 의혹을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로 박 대통령 스스로 그런 논리로 정치권에서 확산되는 개헌 논의에 제동을 걸어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따라서 박 대통령과 현 집권세력은 이런 오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온갖 의혹 수사는 물론 경제(經濟) 회생 등 다른 국정 과제들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당장 비선실세 의혹에 싸여온 최순실 게이트 문제, 또 박 대통령의 지근(至近)에서 국회 국정감사의 권능마저 무시하다시피 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의혹, 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노무현 전 정부 당시의 ‘대북(對北) 저자세’ 논란이 있다. 어느 하나 뭉개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특히, 지금까지의 최순실 게이트 검찰 수사는 권부(權府)의 의향을 가늠하면서 미적거린 ‘뒷북’의 전형이었다. 최 씨와 관련한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은 지난달 20일 본격 제기되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이 한 달 만에 두 재단의 ‘투명한 운영’을 강조한 뒤 검찰이 비로소 본격 수사에 나섰지만, 의혹의 원심인 최 씨 모녀는 체류 중이던 독일 프랑크푸르트도 떠나 잠적해 행방이 묘연하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최 씨 소유 서울 강남 빌딩 일대 쓰레기장에서 다이어리 2권을 비롯, 승마협회 관련 문서 등 각종 ‘증거’가 무더기 폐기된 사실이 23일 보도됐다. 다이어리 메모 가운데 박 대통령 사저가 있는 ‘삼성동’ 문구가 있다는 사실도 예사롭지 않다.

검찰은 지난 20일에야 문화체육관광부의 재단 설립 보고라인 간부 2명, 21일에는 정동구 K스포츠 초대 이사장, 22일 전경련 직원, 23일 김형수 미르재단 초대 이사장과 김필승 K스포츠 이사 등을 소환 조사했다. 그러나 최 씨는 물론, 미르를 실질적으로 운영했다는 의혹의 장본인 차은택 씨도 중국 체류 중이고 수사에 대비한 대대적인 흔적 지우기 정황까지 여실해진 상황이어서 검찰 수사가 변죽을 못 벗어나고 있다. 하기야 피고발인 규모가 80명을 넘어서는 사건을 부동산 전담 부서인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 배당한 사실 자체가 수사 의지 자체를 탈색시켜온 게 사실이다.

우 수석 거취 문제도 마찬가지다. 불과 며칠 전 우 수석은 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거부해 야당은 물론 여당의 공분까지 싸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국회를 무시한’ 우 수석을 그대로 두고 국회에 예산안 및 다른 법안 처리 협조를 구하는 것은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박 대통령이 국가 미래를 위한 충정과 그 진정성을 공인받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권력에 대한 불신부터 소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