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朴대통령 改憲 선언과 자유민주체제 강화 당위성

黨利黨略 아닌 국가 미래에 초점 맞춰야

박근혜 대통령이 적극적 개헌 추진 의사를 밝힘으로써 1987년 만들어진 현행 헌법은 30년 만에 바뀔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정치권은 물론 국민 사이에서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론이 높고, 그 동안의 괄목할 만한 사회경제적 발전으로 실질적 필요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어떤 개헌이냐’이다. 총론의 합의가 각론의 합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개헌 각론에 들어가면 여러 차원에서 입장 차이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헌의 성사를 지금 점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개헌 추진이 본격화할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큰 방향을 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더욱 공고화하면서 국가의 효율을 높이는 방향일 것이다.

박 대통령이 24일 국회 예산안 연설에서 ‘임기 내 개헌 추진’ 방침을 전격적으로 밝히면서 앞세운 논리들은 대체로 당연하고 타당하다. 우선, 그는 “대한민국이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전제하고 “임기 3년8개월을 돌이켜보면, 일부 정책 변화 또는 개혁만으로는 근본적으로 타파하기 어렵다”며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어 정치 분야에서의 후진성을 개헌 추진의 주요 근거로 들었다. 그는 “대통령선거를 치른 다음 날부터 다시 차기 대선이 시작되는 정치체제로 인해 극단적인 정쟁과 대결구도가 일상”이라며 “민생보다는 정권 창출을 목적으로 투쟁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책임정치의 실종’으로 규정하고 “대통령 단임제로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지면서, 지속가능한 국정과제의 추진과 결실이 어렵고, 대외적으로 일관된 외교정책을 펼치기도 어렵다”며 조목조목 필요성을 거론했다. 특히 “북한은 ‘몇 년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으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수십 년 동안 멈추지 않고 있다”며 북핵 위기 고조 등 안보 문제도 거론했다. 아울러 “경제주체들은 5년마다 바뀌는 정책들로 인하여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투자와 경영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경제 문제도 언급했다. 미래 성장을 위한 변화와 개혁, 정치 후진성의 극복, 외교·안보 및 경제 분야 등을 모두 망라했다. 이런 개헌의 취지를 달성하려면 무엇보다도 자유민주체제가 강화돼야 함은 물론이다.

박 대통령이 지적한 대로 저출산 고령화사회로의 급격한 진입, 사회의 다양한 가치 및 목표의 혼재로 인한 국민 통합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올바른 통일 청사진도 담겨야 한다. 정치권의 개헌 환경은 역대 어느 국회보다 무르익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약 70%가 개헌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어 있다”며 “역대 국회의장들은 개헌 추진 자문기구를 만들어 개헌안을 발표하기도 했고, 20대 국회에서는 200명에 육박하는 의원님이 모임까지 만들어서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할 것”이라며 국회에도 헌법개정특위 설치 등을 당부했다.

하지만 이런 명분과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개헌 논의가 당리당략(黨利黨略)이나 특정 세력의 대선 전략에 휘둘려 온 측면도 없지 않다.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다. 대한민국의 50년, 100년을 이끌어 나갈 미래 지향적인 2017체제 헌법을 만들기는커녕 그 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