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刀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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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갈치 한 마리에 8300원! 80㎝ 중품 갈치 평균가가 이 정도니, 금값이다. ‘맛 좋고 값싼 갈치자반’이란 속담을 요즘에 인용했다간 물정 모르는 사람 되고 만다. 갈치는 조림이나 구이, 또는 찜이나 국으로 먹지만 요즘은 횟감으로도 대만족을 주는 바닷물고기다. 중국을 제하곤 한국과 일본, 파키스탄이 많이 잡아 올린다. 우리나라는 전 해역에서 잡히는데, 특히 서해와 남해에 많다. 남획과 지구 온난화 등으로 어획량이 예전 같지가 않다. 갈치는 15년을 사는 놈들도 있으나, 대개 수놈은 4년, 암놈은 6년을 산다. 큰놈은 몸길이 2m에 무게 5㎏짜리도 있다. 하지만 4m 길이에, 둘레가 60㎝나 되는 초대형이 잡혔다면 그건 산갈치다. 산갈치는 이악어목 산갈칫과 갯물고기로, 등가시치아목 벌레문칫과의 먹갈치와 자갈치, 고등어아목 갈칫과의 갈치와는 생물 분류학상 다른 종이다. 은갈치는 은빛 나는 큰 갈치를 이르는 보통명사다.

무엇보다 조심할 건 놈의 위아래 턱에 난 송곳니이다. 도어(刀魚)라는 조선 시대 이름처럼 갈치는 몸매만 칼을 닮은 게 아니다. 이빨도 칼날처럼 예리하다. 자칫 잘못 물리면 손가락뼈도 ‘아작’ 난다. 노릇하게 구운 고기의 연한 살점을 연상하거나, 새끼 때 이름이 풀치라고 해서 풀잎처럼 착한 물고긴 줄 알고 산 놈을 무심코 만졌다간 야단난다. 유아기인 풀치 시절에는 새우·곤쟁이 등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자란다. 이후 갈치로 자라면 식욕이 좋아 작은 물고기들을 마구 잡아먹는다. 밤이면 해수면을 향해 수직으로 꼿꼿이 몸을 세운 채 멸치와 비늘치류 및 오징어, 새우 사냥에 바쁘다. 갈치에겐 송곳니 못잖게 무서운 습성도 있다. 캐니벌리즘(cannibalism), 곧 동족포식 버릇이다. 그래서 운이 좋은 낚시꾼은 미끼 문 놈의 꼬리를 물고 딸려 올라오는 갈치까지 ‘1낚2어’ 횡재를 하기도 한다. 요즘 시세로 한 미끼에 1만6600원을 낚는 것이다.

갈치 값이 지난해 이맘때보다 40% 넘게 오른 건, 올여름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2도가량 오른 데다 한일어업협정이 결렬된 탓이라 한다.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갈치를 잡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김장철을 앞두고 무·배추 등 채소 값이 치솟아 ‘금장김치’를 담그게 생겼다는 주부들의 푸념이 드세다. 올겨울 ‘흙수저’ 서민들은 금갈치에 금장김치 등으로 차린 ‘황금밥상’을 받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