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준법경영위 신설… 투명·질적 성장으로 ‘궤도 수정’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그룹 개혁안 발표를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 신동빈회장 ‘경영쇄신안’ 발표

“심려끼쳐 죄송”… 대국민 사과

호텔롯데 재상장…지주회사로
유통·화학·음식료 수직계열화
정책본부 12년만에 축소·개편
5년간 40兆 투자 - 7만명 고용

국내 재계 서열 5위인 롯데그룹이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정책본부 역할을 축소하는 대신 회장 직속으로 ‘준법경영위원회’를 신설해 투명경영을 정착시키기로 했다. 또 투자와 고용 확대 분위기를 선도한다는 방침에 따라 오는 2021년까지 5년간 40조 원을 투자하고 7만 명을 고용하는 한편, 향후 3년간 비정규직 1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호텔롯데의 재상장을 추진하고 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방침이다. 대신 그룹의 양적 성장 정책은 지양키로 해 꼭 필요한 분야가 아니면 대형 인수·합병(M&A)은 추진되지 않을 전망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5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검찰 수사로 다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대(對)국민 사과를 한 후 “새로운 롯데를 만들기 위해 도덕성을 우선으로 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4년 말 시작돼 아직 종식되지 않은 그룹 경영권 분쟁 이후 추진됐다가 지난 6월 검찰 수사로 제동이 걸렸던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 투명성 강화 작업이 다시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우선 2020년까지 매출 200조 원을 달성하고 ‘아시아 톱10 그룹’으로 도약하는 내용의 양적 성장 비전을 수정하기로 했다.

투명한 지배구조 구축의 하나로 최대한 가까운 시일 내에 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한편, 순환출자 해소와 복잡한 구조를 정리하고 호텔롯데의 조기 상장 재추진과 함께 우량 계열사의 상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주사 체제 구조 전환 및 방식은 검토 중이나 호텔롯데를 지주회사로 하고, 그 밑에 롯데케미칼·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건설을 자회사로, 나머지 계열사를 손자회사로 두는 방식의 개편이 유력시된다. 유통, 화학, 음식료 부문 쪽 3대 핵심사업으로 수직계열화하는 방안이다.

비서실, 대외협력단, 운영실, 개선실, 지원실, 인사실, 비전전략실 등으로 꾸려진 그룹 정책본부는 2004년 설립 이후 12년 만에 계열사를 지원하는 역할로 축소·개편하고 계열사 책임경영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준법경영위원회를 연내 자산 1조 원 이상 계열사에 신설해 그룹·계열사의 준법경영 실태와 개선작업을 맡기기로 했다.

이민종·박준우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