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광 美대사·조윤선 장관도 야구票 못구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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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보며 공무 논의하자”
리퍼트, 조윤선에 회동 제의
KBO·구단에 구매 요청하자
권익위 “김영란法 위반 해당
ARS·인터넷으로 구매하라”
당황한 문체부, 공식답변 요구

야구광으로 알려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와 체육 관련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윤선 장관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를 함께 관람하면서 체육 분야 등에 대해 논의하려 했으나 입장권 구입 과정에서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이란 유권해석을 받았다.

27일 문체부에 따르면 리퍼트 대사는 최근 조 장관에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경기를 함께 관람하고 환담하자’고 제안했다.

열혈 야구팬인 리퍼트 대사는 지난 21, 22일 경남 창원의 마산구장까지 내려가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 2차전을 관람했고, 24일에도 ‘코리안 특급’ 박찬호와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3차전을 관람하기도 했다.

조 장관이 리퍼트 대사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문체부는 한국야구위원회(KBO)나 구단 측에 돈을 내고 대사와 장관, 양측 수행원을 포함해 20여 장의 경기 입장권을 구입하려 했으나 뜻밖에 권익위로부터 ‘일반 관객과 마찬가지로 인터넷이나 ARS로 티켓을 구입하지 않으면 법 위반’이란 유권해석을 받았다. 미국대사나 장관도 야구경기를 보려면 돈을 내는 것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줄을 서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입장권은 인터넷 예매 개시 수분 만에 다 팔려나가 한두 장을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다.

‘김영란법 위반’이란 권익위의 답신을 받아든 문체부는 한마디로 ‘어이없다’는 분위기다.

대사와 장관의 공무와 관련된 회동 차원에서의 공식적인 입장권 구입까지 ‘새치기’쯤으로 간주하는 건 지나치게 기계적인 법률 적용이란 반응이다.

이에 따라 문체부는 이번에는 실무진이 아닌 성영훈 권익위원장을 수신인으로 하는 법 위반 여부 질의서를 26일 재발송하고 답신을 기다리는 중이다. 만일 성 위원장도 실무자와 마찬가지로 ‘김영란법 위반’이란 회신을 보내온다면 리퍼트 대사가 제안한 조 장관과의 ‘야구장 회동’은 무산된다. 26, 27일 이틀 동안 한국시리즈 경기 입장권 예매가 모두 끝나게 돼 표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체육 관련 주무부처 장관이 김영란법 시행으로 표를 구할 수 없어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는 셈이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