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42개보다 장애인들에 희망 준 게 더 기뻐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동섭(오른쪽)·최숙자 씨 부부. 연합뉴스

장애인체전 5번째 동반 3관왕, 이동섭·최숙자 ‘力士 부부’

“장애인체육의 저변을 넓히는 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부부가 5번째로 ‘동반 3관왕’을 달성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5일 막을 내린 전국 장애인체전 역도에서 남편 이동섭(45·지체장애 2급) 씨는 72㎏급, 부인 최숙자(47·지체장애 2급) 씨는 45㎏급에서 금메달 3개씩을 획득했다. 충북 대표로 출전한 부부는 벤치프레스 종합, 웨이트 리프팅, 파워리프팅 종목에서 금메달을 휩쓸었다. 특히 최 씨는 3종목 모두 한국신기록을 작성했다.

장애인체전에서 부부가 합작한 금메달은 올해를 포함해 42개나 된다. 사이좋게 21개씩을 목에 걸었다. 2009, 2013, 2014, 2015년에도 동반 3관왕을 달성했다. 이 씨는 “집에 가면 상자에 담아 놓을 정도로 금메달이 가득하다”며 “은메달과 동메달까지 합치면 장애인체전에서 획득한 메달이 54개나 돼 관리하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역도는 부부에겐 삶 그 자체다. 젊은 시절 신체 장애 때문에 방황했던 이 씨는 우연히 역도와 인연을 맺으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2001년 출전한 장애인역도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고, 그해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최 씨는 2002년 교통사고를 당한 후유증으로 한쪽 몸이 불편한 상태로, 역시 역도를 통해 장애를 극복했다. 둘은 국가대표 합숙소에서 만나 교제를 하다 2007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최 씨는 “남편이 신체적으로나 정식적으로 힘들 때 많이 도와준다”며 “지난 1월 음성군청 역도팀으로 옮기기 전까지는 훈련 파트너였다”고 말했다.

이 씨와 최 씨는 다른 장애인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보유한 이 씨는 충북 곰두리체육관에서 재활체육실 담당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며 장애인 상담지도를 하고 있다. 최 씨는 충북장애인컬링협회 사무국장과 충주시 여성장애인연대 회장을 맡아 여성장애인권익증진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부부는 “장애인체전에 출전하기 위해선 체중조절과 컨디션 관리 등 매년 힘든 과정을 거치지만 많은 장애인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 씨의 꿈은 체육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어 하는 장애인 학생들을 위한 체육고등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이 씨는 “일반 체육 특기생들이 다니는 체육고등학교처럼 장애인 청소년들을 위한 체육고등학교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