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경제’ 해법을 묻다>현정택 “現 경제상황 매우 심각한 수준… 구조조정·외화 유동성 확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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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⑤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갤노트7·車업체 파업 맞물려 韓경제 치고 올라가기 어려워
美,지금 자국만 살자는 분위기… 외국상품 수입 규제 강화될 듯
美 금리 인상하면 우리도 타격… 신흥국과 통화 스왑 연계해야
글로벌 금융위기후 수출 정체… 돌파구는‘서비스 + 무형 상품’
조선·해운·철강 구조개혁 필요… 中과 외교 안보적 소통이 절실

국내는 물론 국제 정세도 한국 경제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발생한 국정 혼란뿐만 아니라 미국 대통령선거(8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 인상 문제, 대(對)중국 관계 등 외부 조건들도 우리나라 경제에 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2일 현정택(사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현 경제 상황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하며 다가오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차질없는 구조조정과 규제완화 등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동시에 대외적으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른 외화 유동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 경제 위기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는 세계 경제와 함께할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 상황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대외 여건이 좋지 않은 데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 완성차 업체의 파업 등으로 내부적인 어려움도 겹쳤다. 어려움을 가중시킨 원인으로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하나는 앞서 말한 (세계경제 상황으로 인해) 우리 경제가 치고 올라가기 어렵다는 점이 있고, 두 번째는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규제 개혁도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이런 것들이 맞물려서 엄중한 상황을 만들었다.”

― 미국의 대선과 기준금리 인상이 가장 큰 대외 리스크로 꼽히는데.

“미국은 지금 전반적으로 ‘나(미국)만 살자’는 분위기다. 미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경우 무역감독관 설치한다는 공약도 내놨다. 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예전보다 외국 상품 수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전망이다. 어렵지만 나름대로 유연성을 찾아야 한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미 금융시장 얼마나 충격줄 것이냐는 것과 함께 다른 나라가 입을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이 금리를 급격하게 1∼1.5% 올린다면 신흥국들이 타격받고 이후 우리나라에도 타격을 줄 것이다. 방법론 중 하나는 신흥시장들이 통화 스왑으로 연계할 필요가 있다.”

― 수출 부진에 대해 여러 대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출 부진에 대해서 사람들이 ‘(개선)방법이 뚜렷하지 않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뭘 하면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세계교역 증가에 따라 국내총생산도 늘었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는 정체 상태다. 이는 무역이 결국 포화상태에 다다랐다는 의미다. 그 상황이 지난해부터 수출 실적 마이너스로 나타나고 있다. 그걸 전제해야 한다. 그럼 앉아서 굶어 죽어야 하나? 조선·철강 부문들 실적이 저조해도 서비스 분야의 교역은 올라가고 있다. 한류 드라마의 수출처럼 ‘서비스 + 무형의 상품’ 그런 방향으로 수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또 전통적인 수출 주력 상품은 중소기업 쪽에서 담당해야 한다. 최강의 중소기업들로 꾸려진 독일처럼 우리도 기술력이 우수한 중소기업들을 수출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

―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내년에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가들 선거가 있어 (보호무역을 강화하는)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 확대될 수 있는데, 우리는 세계 무역 확대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계속해야 한다. 그리고 하나 더해 최근 소득 불평등 문제가 나오고 있는데, 무역으로 인해 각국 전통산업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이같은 부분을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에 WTO 수장이 무역에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기고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무역조정진흥제도를 사례로 들며 피해산업에 대한 지원이 잘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 중국은 우리의 고고도미사일(THAAD·사드) 배치를 두고 외교·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중국·미국 모두 우리의 중요한 경제 파트너들이다. 중국하고 미국의 관계 긴장 높아질수록 우리 경제는 어려워진다. 아세안 회의에 갔더니 누군가 이런 얘기를 했다. 덩치 큰 코끼리 두 마리가 있으면 사랑을 하거나 싸우는 건데, 어떤 경우에도 잔디는 망가진다는 것이다. 아세안보다 우리가 더 심각하다. 사드 문제는 북핵 때문에 나온 것이다. 정말로 (북한은) 핵실험 등 위협을 했다. 중국이 이 같은 점을 이해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경제적으로 볼 때, 중국은 우리나라와 너무 많이 얽혀 있다. 중국과 경제적·외교 안보적 소통을 많이 해야 한다.”

―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98∼1999년 규제를 절반 줄인 적이 있는데, 그 때 참여한 바 있다. 일부 부작용도 있긴 했지만 성공적이었다. 절반을 줄여야 하면 본질(법 자체)을 건드려야 한다. 마치 규제를 없앤 것처럼 형식적 행위가 불가능하다. 국회 의원입법에 대한 규제영향평가도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규제로 인해 득을 본 사람이 규제 철폐를 막고 있는 거다. 규제를 깨뜨리면 경제적 지대(地代·독점적 이윤 형태)가 없어진다. 의사들(의료업)이 대표적이다. 세월호 사건 이후 규제가 엄청 강화됐는데, 국민은 행정부가 만능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규제는 완화하되)다만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 엄청난 사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게 맞다.”

― 내년 대선이 있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현 정부의 레임덕도 불가피하다. 앞으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조선, 해운, 철강에 대한 구조조정은 반드시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정치 문제도 결부돼 있고, 이해관계 때문에 제대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게 쉽지 않다. 조선업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은 (규모 축소의) 구조조정을 부정한다. 과거 영광은 끝났다. 철강도 중국의 경기가 살면 된다는데 착각이다. 고용과 연계시켜 볼 수 있는데 내가 KDI에 있을 때 제조업 일자리는 줄었다. 하지만 최근엔 오히려 늘었다. (경기가 좋지 않은데) 제조업 일자리가 왜 늘어가느냐? 우리나라는 (부실하면) 망해야 하는데 망하지 않는 기업이 존재한다. (좀비기업 등으로 인해)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구조조정은 반드시 해야 한다. 또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끝>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