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中이 가장 겁내는건 美핵항모 한반도 배치… 北核 못놔둘 것”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핵폐기 1000만 명 서명운동’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영관 전 해군참모총장이 지난달 중순 서울 중구 충정로 문화일보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북핵 위기로 대한민국의 안보가 백척간두에 서 있다”며 북한 핵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김영관 前해군참모총장·제주지사

지팡이에 의지하며 거동이 다소 불편한 것을 제외하곤 김영관(92) 전 해군참모총장의 기억력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또렷했다. 해군 최초로 대장 직위에 올랐고, 5·16 군사정변 직후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해군 제독 출신으로 유일하게 도백으로 발탁돼 최연소 제주지사를 지냈다. 김 전 총장은 ‘영원한 현역’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 왕성하게, 국가 안위가 달린 안보현안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는 80대 중반에 ‘한미연합사 해체반대 1000만 명 서명운동본부’ 공동대표를 맡았다. 올해 북한의 4차 핵실험 뒤 ‘북핵폐기를 위한 1000만 명 서명운동본부’ 공동대표와 ‘6·25진실알리기본부’ 초대 총재, 제16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직까지 맡으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예비역기독군인회 회원들과 서울 중구 영락교회에서 아침 성경공부를 끝낸 김 전 총장을 서울 중구 충정로 문화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구순의 나이에 한미연합사 해체반대와 북핵폐기 1000만 명 서명운동을 두 차례나 주도했다. 김 전 총장은 2년 7개월간의 제주지사 시절 ‘길의 혁명·물의 혁명·산업혁명’을 주도해 ‘한라산의 기적’을 이룬 도백으로, 지금의 제주 발전 비전과 토대를 닦은 인물로 제주도민들의 큰 사랑을 받아왔다.

북핵폐기 1000만 명 서명운동을 주도하고 6·25진실알리기본부 총재를 맡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기성세대보다는 자라나는 젊은 세대에게 선배들이 북한 핵무기의 위험성을 올바르게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젊은 층이 북한의 실상을 정확히 알게 되면 국가에 큰 힘이 되기에 미력하나마 노병의 힘을 보태고 싶기 때문입니다.” 김 전 총장은 한미연합사 해체반대 1000만 명 서명운동 때 공동대표를 맡아 3년 8개월 만에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 북핵폐기 1000만 명 서명운동 참가자는 6개월 만에 350만 명을 돌파했다. 그는 “한미연합사 해체반대 서명운동과 비교해 북핵폐기 서명운동의 진척 속도가 훨씬 빠르다”며 “우리 국민이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더 절실히 느끼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전 총장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생일을 이틀 앞둔 올해 1월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자 곧바로 서울시청 앞에서 성우회와 재향군인회, 대한노인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예비역기독군인회 등 50개 단체를 규합해 북핵폐기 국민대회를 개최하고 전국을 돌며 1000만 명 서명운동을 펼쳤다. 그는 “한민족의 생존이 달린 문제인 만큼 남녀노소 북핵폐기 취지에 동감해 서명운동 동참자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핵 위기로 대한민국 안보가 백척간두에 서 있습니다. 대니얼 러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미 국무부 차관보가 김 위원장이 핵 공격을 하면 ‘즉각 죽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압박했는데, 김정은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가 임박했다고 보는지요.

“김정은이 하는 짓을 미국이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중국이 한국과 협력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대북제재에 적극 나서지 않고 소홀히 해 온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국도 북한이 광란의 핵 질주를 벌이며 동북아 안정을 무너뜨린다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그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을 겁니다.”

―북한의 5차 핵실험(9월 9일) 후 중국은 북한의 붕괴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김정은 정권을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데요.

“중국도 현 김정은 체제를 그대로 둔 채 (개혁 개방 등) 무언가 새로운 변화를 달성하는 것은 포기한 것 같습니다. 반면에 러시아는 중국과는 달리 벌써부터 내심으로는 북한 체제 변화에 대해 미국 입장에 더 동조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결론적으로 중국도 김정은 체제에 대해서는 이제 더 이상 어떻게 할 길이 없다고 보고 그런 쪽으로 움직일 것으로 관측됩니다.”

그는 “김정은의 광란의 핵 질주는 자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누차 강조했다. “미국이 그런 기회를 놓칠 리 없으며, 기회가 오면 그때는 미국과 힘을 합쳐 한·미가 함께 행동해야 합니다. 국제적으로 볼 때 김정은이 하는 일에 찬동하는 나라가 거의 없지 않아요. 중국도 전적으로 찬동하는 것은 아니며, 고민이 많을 겁니다. 미국이 그런 중국의 속사성을 모를 리 없지요.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의 핵항공모함 등 전략무기가 한반도 인근에 전진배치되는 것입니다. 북한이 자꾸 소란을 일으키니까 미국이 핵항모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두세 척씩 갖다 놓으려 하지요. 항모의 레이더는 중국 내부를 전부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핵 장난질을 하게 되면 중국도 결국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김 전 총장은 구순을 넘긴 나이에도 매주 수요일 서초구 사랑의교회, 금요일은 중구 영락교회에 예비역기독군인회 회원들과 아침마다 빠짐없이 성경공부를 하러 외출한다. 해사 1기생인 김 전 총장은 손원일 초대 해군참모총장의 영향으로 중위 때부터 해군교회에 발을 들여놓았다.

“우리나라는 육·해·공군 중 해군이 제일 먼저 군목제도를 시작했습니다. 타 군은 목사님들이 문관(군무원)인 데 비해 해군은 처음부터 정훈장교 직제를 줘서 목사님들이 전부 정훈장교 출신으로 군목으로 활동했지요.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독립운동을 한, 손원일 총장의 부친인 손정도 목사의 영향 때문입니다. 손 목사가 서울정동교회에 계실 때 이승만 박사도 그곳에서 예배를 보셨죠. 손 목사 영향으로 해군이 군목제도를 3군 중 가장 먼저 시작했습니다.”

한미연합사 해체반대 1000만 명 서명운동의 성과가 궁금했다.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한미연합사입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전환)를 하게 되면 자연스레 한미연합사가 해체되지요. 전작권 반대보다는 한미연합사 해체반대라고 이름 붙인 이유입니다. 핵미사일을 가진 북한도 미국의 전력이 무서워서 함부로 남침 공격을 못합니다. 한미연합사는 절대 해체해서는 안 됩니다. 1000만 명 서명을 받아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보냈습니다.”

그는 “미국 의회에 1000만 명 서명 자료를 전달했더니 미국 의원 몇 명이 찾아와서 어떻게 3년 8개월 만에 1000만 명 서명운동이 가능하냐며 관심을 보였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우리가 젊은 층부터 노인층까지 남녀노소 조직적으로 홍보했다고 했더니 관련 자료를 보여달라고 해서 미 의원들에게 통째로 줬습니다. 당시 서명운동하는 과정에서 연로한 김성은 전 국방장관이 과로로 돌아가셨고 제가 공동대표를 이어받았지요.”

김 전 총장은 8년 전인 85세 때 한미연합사 해체반대 공동대표를 맡아 전국 73개 교회를 예비역기독군인회 후배들과 함께 다녔다. 이번 북핵폐기 1000만 명 서명운동 초기에도 구순을 넘긴 나이에 예비역 대장과 국방차관 등과 함께 대형교회를 돌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이종윤 서울교회 원로목사와 이세중 변호사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한미연합사 해체반대 서명운동은 한국에서만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북핵폐기 서명운동은 대표단이 지난 7월에 미국 워싱턴, 뉴저지, 9월에는 워싱턴과 뉴욕, 뉴저지를 방문해 궐기대회를 했지요. 시카고와 로스앤젤레스(LA) 교민들도 북핵폐기 서명운동을 하고, LA에선 미주본부 발대식을 했습니다.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미국 큰 도시에 전부 지부를 만들었어요. 지난 5일 한인본부 대회에서 미 본부 대표들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국 교포들이 모두 참가할 것을 제의했습니다. 이번 북핵폐기 1000만 명 서명운동은 이전과 달리 전 세계 한인 교포들이 참여한다는 측면에서 북핵폐기 반대에 대한 한민족 전체의 염원을 반영하는 셈입니다.”

그는 “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해 북핵폐기 서명운동의 필요성을 얘기했더니 워싱턴 지부가 10분의 1인 100만 명은 자기들이 서명을 받아내겠다고 장담했다”며 “처음 4차 핵실험 직후인 올해 2월 29일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가 모여서 북핵폐기 궐기대회를 했다”고 소개했다.

“군사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한 결과 1000만 명 서명운동을 시작하면서, 우리가 독자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긴 하지만 여러 제한이 있기 때문에 전술핵무기를 반입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처럼 한·미가 공동관리하면 김정은이 핵을 사용하기 힘들다고 결의했습니다. 북핵은 절대 용인해서는 안 되기에 전술핵을 배치하고 실질적인 조약 형태로 한·미가 공동관리하며, 핵추진잠수함을 한국 인근에 상시배치하는 것이 우리 주장의 요지입니다.”

―6·25진실알리기본부 총재도 맡으셨는데요.

“2005년 나라 걱정을 많이 하는 예비역기독군인회에서 이 운동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북한의 선전 선동과 종북세력 때문에 젊은 사람 중에는 6·25를 북침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예비역기독군인 회원들이 6·25 주간 주일날에 50개 대형교회를 인터넷으로 섭렵해 봤더니 6·25와 관련해 설교하는 목사님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우리 노병들이 나서서 6·25의 진실을 젊은이들에게 알리기 위한 운동을 해야겠다 싶어 발 벗고 나서게 됐습니다.”

6·25진실알리기 운동은 김 전 총장이 총재이며 그 아래 상임부총재, 사무총장이 있다. 백선엽 장군이 고문을 맡았다. 한글 만화를 제작해 배포하고 인터넷으로 볼 수 있게 했다. 안보강연회와 사진전시회도 개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군인과 간부들에게 ‘남으로 희망을 갖고 오라’며 탈북을 권유하는 강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남으로 오고 싶은 주민들이 많을 텐데, 과연 남쪽으로 가면 어떻게 될지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큰 힘을 불어넣어 주고 그들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게 할 것입니다. 탈북을 생각한 사람들이 마음 놓고 한국에 내려가면 자기들을 소홀히 하지 않고 도와줄 것이란 희망을 갖게 될 것입니다.”

―과연 대량 탈북 사태가 벌어질까요. 우리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앞으로 대량 탈북 사태는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봅니다. 탈북해서 남쪽으로 많이 내려온다는 그 자체보다 그로 인해 김정은 정권이 아주 큰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합니다.”

제주지사 시절로 화제를 돌렸다. 김 전 총장은 1961년 5·16 군사정변 직후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권유로 해군 준장 신분으로 역대 최연소 제주지사가 된 기록을 갖고 있다. 계엄 시절 제주지사를 하는 2년 7개월의 짧은 기간에 제주∼서귀포 횡단도로(5·16도로) 건설을 비롯, 제주 도심지 도로포장, 재일교포 투자유치, 감귤산업 육성, 지하수 개발과 상수도 보급 등을 추진, 제주도에 ‘길의 혁명’ ‘물의 혁명’ ‘산업혁명’ 붐을 일으키며 제주개발 50년 대장정의 서막을 열어젖혔다. 제주도민들은 김 전 총장이 도지사 임기를 마친 4년 뒤인 1967년 한라산 횡단도로에서 가장 높은 해발 750m 성판악 입구에 ‘도지사 김영관 공적비’를 건립해 김 전 총장의 공적을 기렸다. 제주도민들의 가슴에서 우러나온 공적비였다.

길이 43㎞, 한라산을 횡단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산악도로로 제주도 개발의 서막을 연 5·16도로는 김 전 총장의 ‘역발상 아이디어’에서 나온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김 전 총장이 제주지사로 부임할 당시 제주도는 해방 후 이어진 혼란과 4·3사건, 6·25전쟁 등으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육지로 오갈 수 있는 여객선이나 비행기 정기노선도 없을 정도로 제주도는 중앙정부로부터 소외되고 고립되고 방치되다시피 한 섬이었다. 도내 상황은 최악이었다. 포장도로는 단 1m도 없었고 식수도 부족해 용천수에 의존하거나 빗물을 받아 먹을 정도로 도민의 삶은 열악했다. 거의 절망적이었다.

“제주지사로 부임했는데, 제주도가 그토록 뒤떨어져 있는 줄 정말 몰랐습니다. 물이 없어서 제주 여성들은 물 허벅을 지고 식수 나르는 데 하루를 보내고 있었어요. 사람이 물을 못 먹는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 제주도민들이 물을 마실 수 있게 하는 건 인권 차원의 문제로, 지사로서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판단했습니다. 두 번째 그 당시 제주도는 일주도로만 있지 교통망이 전혀 없었어요. 제주시에서 한라산 넘어 서귀포까지 횡단도로를 만들어서 남북이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되면 제주도가 여러 면으로 큰 발전을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모두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렸습니다.”

제주 도민들은 김 전 총장 아이디어를 듣고 불가능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길도 없는 산악지대를 뚫어서 포장까지 한다니까 군인들은 역시 ‘무데뽀’라고 말할 정도였다.

“당시 제주도를 방문한 박정희 의장 앞에서 횡단도로를 개설하겠다고 건의하자 이헌경 내무부 도로과장이 제주도 내 차량 보유대수가 300대가 채 되지 않는 데다, 그것도 한라산 중턱에 포장도로를 개설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극구 반대했지요.”

김 전 총장은 제주도처럼 특수한 지역은 그 특성에 맞게 개발해야 하며, 제주도는 도로를 먼저 개설해야 관광객이 많이 들어오고 그러다 보면 제주도에 자동차도 자연히 늘어날 것이라고 반박 논리를 폈다.

“그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박 의장이 호탕하게 웃으며 ‘일주도로 포장은 나중에 해도 된다. 한라산 제1횡단도로 개설을 먼저 하는 것이 제주도 발전에 기여할 수 있고, 일주도로 포장 후에 횡당도로 개설은 어렵다는 도지사 얘기가 맞다. 제주도가 언제 차가 늘어서 그 규정에 맞추겠나’라며 제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때부터 제주도 대역사가 시작됐습니다.”

김 전 총장은 “그때부터 한라산 제1횡단도로 개설사업은 제주도를 전 국민에게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제주도 관광개발 사업을 일으키는 분수령이 됐다”고 회고했다. “그동안 5·16광장 등 박정희 대통령 시절 생겼던 5·16 명칭은 대부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제주 5·16도로만 유일하게 남았습니다. 제주도민들이 천지개벽이라 부를 정도로 제1횡단도로 개설에 크게 감격했기 때문이지요.”

설전을 한 이헌경 과장은 나중에 김 전 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지사님은 대단하시다. 행정상 그렇게 못하는 일인데 이뤄냈고 결과적으로 한라산 제1횡단도로 개설은 제주도 발전을 위해 잘한 일”이라며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한라산 횡단도로는 국내 최초의 산악도로이자 관광개발 도로라는 점에서 이후 우리나라 산업의 대동맥으로 건설된 경부고속도로의 어머니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김 전 총장이 최초로 한 일은 물 문제 해결이었다. 제주도와 같은 화산섬인 하와이에 가 본 경험이 있던 김 전 총장은 해사 동기생인 김세원 하와이 총영사의 도움을 얻어 이 물 문제를 단숨에 해결했다. 미국 기술진을 데려오고 미국에 기술직 공무원들을 보내 전국 최초로 심정 굴착을 통한 지하수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자 온 섬이 환호했다. 최초 애월읍 수산리 지하수 관정 굴착에 성공하자 곳곳에서 지하수 개발 요청이 쇄도했다. 김 전 총장이 도지사 취임 당시 제주도내 상수도 급수인구는 10%에 불과했으나 퇴임할 즈음에는 40%로 확대됐다. 상수도 급수인구는 3배 증가했다.

물의 혁명에 이어 김 전 총장이 가장 역점을 둔 것이 4·3사건 이재민 원주지 복귀사업이었다. 제주 4·3사건으로 인해 조상 대대로 살던 중산간 마을은 불태워졌다. 그곳에서 강제로 쫓겨난 이재민만 1만5000여 가구 8만여 명으로 이들은 15년간 해안가를 돌며 방랑하고 있었다. “이승만정부, 장면정부 등 과거 위정자들이 아무런 대책을 못 세웠는데 혁명정부가 나서서 원주지 복귀를 지원한다고 하니까 4·3사건 이재민들 스스로 놀라워했지요.”

그는 4·3사건 이재민 복귀사업을 추진하면서 중산간 초지를 개간해 농지로 조성하는 사업을 병행했다. 이는 제주도 중산간 개발의 신호탄이 됐다. 김 전 총장은 “4·3사건 당시 제주도민들은 말 못할 희생을 했고 나라에서 4·3사건의 응어리를 풀어줘야 하는데 군인이 풀어야 하는 것은 이유 불문이며, 작전한 군인이 다 돌봐주지 못한 것을 혁명을 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하면서 박 의장이 이 사업에 특별예산을 배정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최근에도 중산간 지역 주민들이 고마움의 표시로 저를 초청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간 많은 제주도민이 해방 이후에도 이념 문제 등 이런저런 이유로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제주에 있는 가족 친지들과 교류도 못한 채 단절돼 있었다. 김 전 총장은 “제주 출신 재일동포 중 조총련계가 많아 이들을 우리 진영으로 되돌아올 수 있게 그동안의 봉쇄정책을 버리고 포용정책을 쓰도록 중앙정부에 요청했다”며 “좌우 이념을 떠나 제주 출신 재일동포들의 제주 투자 확대로 제주도가 국내 제일의 관광지로 부각됐다”고 말했다.

1961년 제주도에 온 관광객수는 1만1000여 명에 불과했으나 1965년에 7만6000명으로 7배가량 증가했다. 김 전 총장은 “일본 방문 후 ‘감귤을 온 국민이 먹을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고 회상했다. 지금 제주 감귤은 우리나라 과일 생산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며 제주의 상징으로 성장했다. 제주 감귤산업 육성도 그의 공로가 컸다.

박 의장은 제주도를 지역개발의 성공 모델로 삼아 전폭적인 지원을 했고, 김 전 총장은 ‘한라산의 기적’을 만들었다. 제주도민은 1963년 10월 15일 실시된 민정 이양을 위한 제5대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윤보선 후보와 경합한 박정희 후보에게 압도적인 표를 몰아주며 제주도 지원정책에 화답했다. 당시 박 후보는 46.6%의 득표율로 45.1%를 얻은 윤 후보를 1.5%포인트, 불과 15만6026표 차이의 초박빙 선거를 치렀다.

당시 제주도 총 유권자 14만4839명 중 12만8241명이 투표에 참가해 박 의장은 63.5%인 8만1422표를 얻어 20.2%인 2만6009표에 그친 윤보선 후보에게 3배 이상, 5만5413표의 압승을 거뒀다. 전체 득표 차의 36%에 달했다. 김 전 총장은 “박정희 대통령은 제주도에서 압승한 덕분에 대선 승리의 결정적 발판을 마련했다”며 “그때부터 제주도의 민심이 어느 당 어느 후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대통령선거의 결과를 결정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인터뷰 = 정충신 부장 (정치부) csjung@munhwa.com
정리 =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