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카페>축제 벗어난 샤머니즘 정치 만나면 비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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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데이(10월 31일)가 되면 미국인 사이에서는 어떤 기발한 복장을 할까가 최대 관심사가 된다. 특히 미국 연예인들은 핼러윈 복장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려고 노력한다.

최근 타임은 올해 핼러윈데이에 화제를 모은 스타들의 복장을 소개했다.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인 스티브 하비는 1988년에 상영된 ‘구혼작전’의 자포 조프 왕으로 변신했고, 가수 비욘세는 과거 유명 그룹이었던 ‘솔트 앤 페퍼’로 분장해서 눈길을 끌었다.

핼러윈데이는 고대 켈트족이 한 해의 마지막 날 치른 ‘사윈’ 축제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켈트 족은 이날 죽음의 신에 제의를 올려 죽은 이들의 혼을 달래고 악령을 쫓았다. 이때 악령이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자신도 악령처럼 꾸몄는데 이것이 지금 핼러윈데이 분장의 원형이 됐다. 핼러윈데이는 초자연적 정령 등을 믿는 샤머니즘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종교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미 축제로 자리 잡아 사람들이 거부감없이 즐기는 날이 됐다. 우리나라의 지신밟기나 단오제가 전통 민속놀이로 많은 이들이 즐기는 축제가 된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과거의 존재인 샤머니즘이 축제를 넘어 현대 국가 경영에 영향을 미치면 비극이 된다. 한비자는 전국시대 조(趙)가 거북점에서 대길이라는 점괘가 나오자 연(燕)을 공격하다가 진(진)의 기습에 대패했던 일을 거론하면서 전쟁은 점괘가 아니라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점술이나 별자리 등 미신에 의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然而恃之 愚莫大焉)고 갈파했다. 여러 종교에 샤머니즘을 결합한 사이비 종교 교주의 딸이 박근혜 대통령 뒤에서 국정을 농단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한국 정치 상황에 국민의 실망과 분노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잘 보여주는 말이다.

한비자가 정책 결정을 샤머니즘에 맡기는 어리석음을 지적한 글을 쓴 것은 2300년 전이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