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수 성일밸브㈜ 대표가 지난달 30일 부산 금정구 부산컨트리클럽 18번 홀 그린 주변에서 칩샷을 하고 있다.
박정수 성일밸브㈜ 대표
박정수(60) 성일밸브㈜ 대표는 골프를 인생의 동반자로 생각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부산 금정구 부산컨트리클럽에서 만난 박 대표는 이 골프장의 ‘넘버 2’로 불리는 총무이사를 4년째 맡고 있다. 이 골프장은 국내에는 3곳밖에 없는 ‘사단법인 골프장’이다. 나머지 두 곳은 경기 고양시 서울컨트리클럽, 울산 울산컨트리클럽이다.
사단법인 골프장은 이사장과 이사를 회원들이 선출하며 골프장 운영을 책임진다. 따라서 회원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골프장 이용료도 세금만 내면 되고 식음료비는 50% 할인, 전동카트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요즘 같은 회원권 침체기에도 이 골프장은 최근 1년 새 회원권 값이 1억 원 이상 올랐다고 한다.
박 대표는 1988년 30대 초반부터 골프를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부산·경남지역 골프장은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로 적었다. 1983년 27세 때 지금의 회사를 창업한 박 대표는 납품을 위해 거래처로 가는 도중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박 대표는 사고 뒤 앞만 보고 달려왔던 자신을 되돌아봤고, 즐기면서 살기로 마음먹었다. 박 대표가 즐거운 삶을 위해 찾은 게 골프였다. 사업도 기반을 잡아갈 때였기에 가능했다. 연습장을 나간 지 보름 무렵 지인과 함께 경남 김해시 가야골프장에서 첫 라운드를 했다. 박 대표는 이후 몇 년 동안 골프 기량이 정체돼 친구들의 ‘봉’ 노릇을 톡톡히 했다. 박 대표는 하지만 골프장에 가면 늘 즐거웠다. 사업도 순탄했다. 울산, 여수의 석유화학, 플랜트 기업에 필요한 특화된 밸브를 생산해 온 덕에 외환위기 때도 버텼고 금융위기 때도 성장을 할 수 있었다. 박 대표는 회사 외형을 10배 이상 키웠다.
박 대표가 지금까지 골프를 이어온 것은 ‘중독’됐기 때문. 1주일만 안 쳐도 골프 생각이 간절해지더라는 것. 그의 베스트스코어는 1언더파 71타. 전성기 시절이던 2000년 경남 김해시 용원골프장에서 버디 2개, 보기 1개를 기록하면서 작성했다. 부산컨트리클럽에서 버디와 보기 1개씩, 그리고 파 16차례를 기록하며 첫 이븐파를 친 뒤 이븐파를 종종 남겼다. 골프 경력 20년이 넘어서 유일하게 한 차례 홀인원 행운을 안았다. 2010년 7월 부산골프장 5번 홀 150m 내리막 홀에서 5번 아이언으로 친 게 핀 앞 5m 앞에 떨어져 굴러 들어갔다. 이글은 10여 차례.
박 대표는 지금까지 레슨 한번 받지 않으며 독학했다. 골프 방송을 통해 프로의 스윙 모습을 관찰하고 신문, 잡지에 실린 레슨을 오려 가면서 익혔다. 이 덕에 비거리는 한창 때나 지금이나 거의 비슷하다. 드라이버 샷 비거리는 220∼230m. 임팩트 때 클럽을 던져주듯 스윙을 한 덕이라고 생각한다. 동반자들은 “힘도 안 주고 치는 것 같은데 거리가 비교적 많이 나가는 편”이라며 감탄한다. 중학교 때부터 축구를 해 하체를 단련한 것도 장타의 밑거름. 박 대표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주말 새벽 ‘조기 축구회’에서 한 게임을 치른 뒤, 골프장으로 가곤 했다. 하지만 50세 이후 축구를 하다 골절당하는 등 잇단 부상이 찾아와 골프에 지장을 받자 축구를 멀리했다.
공인 핸디캡 10인 박 대표는 구력 10년을 넘긴 뒤에야 첫 ‘싱글’을 달성했다. 친구들 ‘성화’에 골프장에 갔고, 친구들과 친선 게임으로 내기 골프를 하다 보니 이기려는 마음이 앞서 스윙에 힘이 들어갔고 스코어도 엉망이었다. 1994년 울산컨트리클럽 회원권을 사면서 기량이 늘었다. 회사가 있는 부산 사상구 쪽에서 울산까지 가려면 1시간이 더 걸려 상대적으로 가까운 경남 용원과 통도사골프장 회원권을 샀다. 라운드 비용도 줄이고, 원하는 시간대에 부킹도 가능해 골프장을 찾는 횟수가 늘었다. 박 대표는 5년 전 회원권을 모두 정리하고 현재는 부산컨트리클럽 회원권만 갖고 있다.
박 대표는 “사단법인 골프장이다 보니 회원 간 커뮤니티가 활발하게 이뤄져 접대나 비즈니스 차원이 아니라 회원들끼리 친목을 도모하는 분위기가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연간 300회 이상 라운드하는 회원도 있다. 고령의 회원이 많지만, 대부분이 코스를 훤히 꿰고 있어 진행에는 별 문제가 없다. 직원, 캐디와의 교류 또한 자연스러워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라운드할 수 있다. 부산컨트리클럽은 전체 회원 1060명 중 70대 이상 회원이 630명이 넘는다. 고령 회원이 많은 편. 드물긴 하지만 라운드 후 골프장에서 운명하는 회원도 있었다. 그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80세나 90세까지 건강하게 운동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면서 “선배 회원은 내겐 채찍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2002년 용원골프장 챔피언대회에 딱 한 번 도전했다가 예선 탈락 후 꿈을 접었다. 그는 “이븐파를 곧잘 치던 때였지만 꿈을 좇으려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기억했다. 박 대표는 “이젠 골프를 쳐도 매너가 없으면 외로워지는 나이가 된 것 같다”며 “‘볼을 함께 치면 즐겁다’는 말을 듣기 위해 배려심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골프를 인생의 동반자라고 정의했다. 골프 외에는 취미가 없다는 박 대표는 “요즘 골프를 치는 맛이 새롭다”며 “예전엔 회사 경영을 혼자 맡았었기에 바빴지만, 요즘엔 분담 경영을 하고 있어 주말 2회와 주중 1회 정도 라운드를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부산 = 글·사진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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