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식 기자의 버디 & 보기>최순실과 골프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으로 국민의 억장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양파껍질 벗기듯 날마다 새롭게 전해지는 최순실 씨와 그 측근들의 비리 소식은 허탈감만 안겨줄 뿐입니다.

역대 권력형 비리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던 메뉴가 ‘골프’였기에 골프계도 최 씨와 측근들의 그동안 행태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눈치입니다.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골프업계는 아직 최 씨나 측근들의 골프와 관련된 비리가 밝혀진 게 없어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습니다.

많은 재력을 쌓은 최 씨지만 ‘골프 회원권’을 갖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습니다. 아마 골프와 담을 쌓은 박근혜 대통령과 ‘코드’를 맞췄기 때문이란 얘기도 들립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최 씨는 박 대통령과는 달리 골프와 거리를 두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최 씨의 골프 실력은 비록 초보 수준이지만 골프를 친 지 10년 이상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인들은 최 씨가 골프장을 가끔 들락거렸다고 말합니다. 최 씨 역시 여느 골퍼들처럼 건강이나 친목 도모를 위해 골프를 쳤을 것입니다. 권력의 중심부에 있던 최 씨에게 줄이라도 대려는 사람들과 어울렸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 최 씨는 단골이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두 곳의 ‘쑥탕’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과 만났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이런 인연을 핑계로 최 씨를 골프장에 자주 초대했다고 합니다. 지인들은 최 씨의 ‘골프장 나들이’ 장소는 주로 경기 화성시 기흥골프장이었고, 회원이 아닌 데도 최 씨는 ‘칙사대접’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골프장은 지난 2012년과 2013년 이화여대에 1억 원 이상의 후원금을 낸 인사들의 친목 모임인 ‘이화아너스클럽 친선골프모임’이 열렸던 곳입니다. 최 씨가 이 모임에 참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 골프장 김장자 대표는 이화여대 기숙사 신축 기금으로 1억 원을 기부했습니다. 김 대표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장모입니다. 이런 인연 때문에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입학 연결 고리가 이 골프장에서 출발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은 기업 총수들을 골프장으로 불러내 내기 골프를 했고 늘 이겼다고 합니다. 권력자의 비위를 거스를 것 같아 이길 수 없었겠죠. 이후 골프는 비리의 온상처럼 비쳐 왔습니다. 만일 박근혜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처럼 골프를 즐겼다면 최 씨도 골프장을 휘젓고 다녔을지 모릅니다. 골프업계에서 대통령이 골프를 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