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996) 48장 남북연방 -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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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10시 정각에 서울시청 앞 정부종합청사 건물 10층 회의실에서 ‘대한민국 연방대통령’ 취임식이 ‘거행’되었다. 본래 취임식이 ‘열렸다’라는 표현을 쓰도록 ‘연방대통령실’에서 언론기관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하고 ‘거행되었다’라고 한 것이다. 취임식은 서울 주재 각국 대사를 초대하고 남북한의 각료, 삼부요인을 각각 100명으로 제한, 참석자는 300명이 조금 넘었다. 대통령급 인사는 남한의 조수만 대통령, 북한의 김동일 위원장 둘, 외국 정상은 초대하지 않았다. 물론 취임식에 기꺼이 참석할 정상이 50명도 넘겠지만 서동수의 지시로 정중한 인사 서한을 보내는 것으로 대신했다. 서동수는 그것도 허례허식으로 본 것이다. ‘없는 놈의 빈 깡통이 더 요란한 법이다.’ 서동수가 행사를 간소화시키면서 한 말이 언론에도 보도되었다. 이 말에 수천 명의 평론가, 교수, 한의사까지 나서서 갑론을박을 했지만 서동수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자, 취임식이 거행되었다. 연단 좌우에 조수만과 김동일이 앉았고 서동수가 비서실장 유병선의 소개로 연단에 나와 섰다. 서동수의 자리는 연단 뒤쪽의 중앙이다. 마누라가 없었기 때문에 의자 하나만 떡 놓였고 조수만과 김동일은 부인을 대동했다. 300여 쌍의 시선이 서동수를 주시했다. 뒤쪽의 언론사 카메라도 200개 정도나 된다. 전 세계에서 몰려왔기 때문이다. 외교관, 외국인들은 모두 귀에 통역기를 꽂고 있다. 식장 안은 화려하지가 않다. 모두 짙은 색 정장 차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이한 일이지만 식장에 여자는 몇 명 안 된다. 모두 부인을 대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직 남북한 정상 둘만 부인을 대동했다. 그 통보를 받고 고정규는 ‘지가 마누라가 없기 때문에 오기로 그런다’고 험담을 했지만 공허했다. 이윽고 서동수가 머리를 들고 정면을 보았다. 동시에 서동수의 얼굴은 서울역 대합실, 부산 고속버스터미널, 광주역 광장, 대구 종합경기장, 평양 김일성 광장, 신의주역, 한랜드 고속철역, 모스크바, 워싱턴, 런던, 베이징, 칭다오, 도쿄, 고베, 라고스, 아디스아바바에서 본다. 서동수가 말했고 자막이, 동시통역이 같이 울렸다.

“대한민국 만세.”

한마디씩 또박또박, 낮지만 굵게 말한 서동수가 앞쪽을 보았다. 모두 숨을 죽였다. 자막을 본 크램프도, 푸틴도, 시진핑, 아베도 똑같이 몸을 돌리고 서동수의 시선을 맞받는다. 그때 서동수가 그들 모두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모두의 덕분입니다.”

자막에 영어, 러시아어, 중국어, 일본어 등 각국의 말로 번역이 되었지만 참 간단했다. 모두 쉽게 읽는다. 그때 서동수가 다시 말했다.

“대한민국 만세.”

다시 또박또박 말한 서동수의 두 눈이 금방 붉어지면서 눈물이 고였다. 그때 서동수가 연단에서 옆으로 비켜서더니 허리를 90도로 꺾어 절을 했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제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때야 정신을 차린 김동일이 먼저 박수를 쳤고 이어서 조수만이, 그다음에 장내의 참석자가 일어나 박수를 쳤다. 그때 누군가가 ‘대한민국 만세!’라고 소리쳤다. 그것이 기폭제라도 된 것처럼 남북한 참석자들이 일제히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박수 소리가 더 요란해졌고 ‘대한민국 만세’ 소리는 더 커졌다. 이제 TV 화면이 그들을 비추고 있다.

박수를 치면서 만세를 외치는 것이다. 이제 서동수도 자리에서 일어나 따라 소리쳤고 외교관들도 박수를 친다. 베이징, 도쿄, 워싱턴의 한인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북한은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