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CT & Science >“오만한 구글… 적절한 해명 없인 지도 반출 안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 구글 지도상에는 대중교통 이외에 자동차 길 찾기나 걷기 길 찾기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반면 미국 지도상에서는 자동차 길 찾기는 물론 걷기 길 찾기, 자전거 길 찾기, 택시 호출 서비스 등이 제공되고 있다. 구글 지도 화면 캡처

- 21~23일쯤 승인여부 최종 결정 앞두고 논란 가열

“길 찾기 못한다” 구글 주장
미래부 국감서 ‘거짓’ 드러나
외국선 낮은 축적 지도 이용

정부 지도 반출 허용조건인
민감시설 사진 은폐도 거절

포켓몬고 스마트폰 게임에서 촉발된 국내 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승인 결정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의 이목이 또다시 집중되고 있다. 당초 정부는 지난 8월 구글의 지도 반출에 대한 결론을 낼 예정이었으나 한 차례 연기되며 5개월 이상 시간을 끈 구글의 국내 지도 반출 문제가 오는 21∼23일쯤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지도 반출 논의 과정에서 몇 차례 구글의 ‘잘못된 해명’이 드러난 만큼 반출 승인 여부를 떠나 그 전에 구글의 적절한 해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적절한 해명이 없는 상황에서는 구글의 지도 반출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자사의 온전한 지도 서비스를 위해 1대 5000의 정밀 지도를 요청하고 있는데 1대 5000 정밀 지도 반출 관련 정부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장기적인 문제지만 최근 포켓몬고 게임이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면서 새삼 부각됐다. 포켓몬고가 한때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지도 데이터 반출 협조가 제대로 안 돼 서비스 가능 지역에서 배제돼 있었다. 이에 따라 정밀 지도 반출을 허락해야 한다는 여론이 불길같이 일었고 정부는 그동안 덮어두었던 정밀 지도 반출을 다시 집중 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포켓몬고 게임 이전에도 구글은 전 세계 199개국에서 자동차 길 찾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규제로 인해 한국에만 이 같은 부가 기능을 서비스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구글 지도를 서비스하는 200개국 중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온전한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국내 이용자들은 물론 구글 지도에 익숙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최근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구글의 주장이 잘못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이 다른 국가에서는 1대 2만5000보다 낮은 축적 지도를 가지고도 자동차 길 찾기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이미 1대 2만5000 영문판 수치 지형도의 경우 해외에 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다른 국가에선 1대 2만5000보다 낮은 축적 지도를 가지고도 서비스를 하면서 왜 한국에만 정밀지도를 요구하는지 의문”이라고 비난했다.

구글이 한국에서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부가 기능을 넣지 않으면서 사용자 혜택을 볼모로 정밀지도 데이터를 요구해왔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구글이 우리 정부의 지도 반출 허용 조건인 민감 시설에 대한 위성 사진 블러 처리(은폐)를 ‘실효성이 없다’고 거절한 대목도 논란거리다. 구글은 해외에서 서비스하는 구글 위성 사진의 경우 국내 민감 시설을 블러 처리하지 않고 있다.

구글은 구글 지도에서 제공하는 위성 사진의 경우 위성 사진 전문 업체들이 제작한 위성 사진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구글 위성 사진상에서만 블러 처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구글이 블러 처리를 한다고 해도 러시아 얀덱스나 핀란드 히어 등 위성 사진에서 민감시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구글은 이스라엘의 경우처럼 한국 정부가 나서 위성 사진 업체들이 처음부터 자사 위성 사진에 민감 시설을 블러 처리하도록 규제하는 게 옳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스라엘은 1997년 미국 의회에 요청해 미국 위성 사진 업체들이 위성 사진을 제작할 때 자국 민감 시설을 블러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자체적으로 민감 시설을 블러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정보가 널리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어 분명 실효성이 있다”면서 “이는 한 기업의 정책이 국가의 법령과 주권보다 우선한다는 오만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