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1001) 48장 남북연방 -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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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가 크램프를 보았다. 캠프 데이비드 산장 안. 메릴랜드주 커톡틴 산맥에 위치한 데이비드 산장은 미 대통령 휴양지로 풍광이 뛰어났다. 그러나 아베는 아예 테라스에서 숲을 등지고 앉아 있다.

“각하, 중국이 결사적으로 반대할 것입니다.”

아베가 말을 이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일 것이고요.”

크램프가 입맛을 다시고는 커피잔을 들었다. 오후 2시 반, 테라스에는 여섯이 앉아 있다. 아내들은 산책을 내보냈고 둘은 각각 보좌관과 통역 하나씩만 대동하고 있는 것이다. 아베가 길게 숨을 뱉었다.

“각하, 이대로 가면 러시아와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윗부분을 장악하고 일본은 존재감이 없어질 것 같습니다.”

아베가 진심을 말한 셈이다. 그것은 중국도 마찬가지다. 동북아 변방의 소국(小國), 수천 년 역사 중 언제나 중국의 영향력 안에 들어 있던 동북쪽 반도가 갑자기 몸통이 되어 가는 엄청난 꼴을 보는 중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압박감은 일본이 더 심하다. 그래서 아베는 일본의 핵무장을 논의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 크램프가 말했다.

“만일 일본이 핵무장을 한다면 대한민국 측에 빌미를 주는 셈이 되지 않을까요? 도발의 빌미 말입니다.”

“그, 그것은…….”

“대한민국이 대마도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건 말도 안 되는 억지 소립니다. 그 개자식들은…….”

아베가 심호흡을 했다.

“실례했습니다. 그자들은 억지소리를 하는 겁니다. 핵무장을 대마도로 덮는 수작이지요.”

크램프는 입을 다물었다. 중국은 대마도 반환 소송에 노 코멘트다. 그때 크램프가 불쑥 물었다.

“러시아가 지배하고 있는 쿠릴열도 4개 섬에 대해서는 일본이 반환 요청을 하고 있지요?”

“아, 그거야 그 4개 섬은 일본령이기 때문입니다, 각하.”

아베가 어깨를 펴고 크램프를 보았다. 지난날에도 아베는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 있는 쿠릴열도 4개 섬을 반환하라고 성명서를 발표했던 것이다. 크램프가 머리를 끄덕이며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일본은 한·중·러, 3개국과 영토 분쟁을 하고 있단 말입니다.”

그렇다. 한국과는 독도 문제로, 중국과는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 열도), 러시아하고는 쿠릴열도로 분쟁 중이다. 아베가 분하다는 표정으로 크램프를 보았다.

“모두 나쁜 놈들입니다. 일본은 빼앗긴 영토를 수복해야만 합니다.”

“총리 각하.”

크램프가 부드러운 시선으로 아베를 보았다. 아베가 긴장했고 크램프가 말을 이었다.

“이제 대한민국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각하께서도 인정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

“가만 보니까 일본 지도층의 분위기는 대한연방의 실체를 이해하면서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

“외교는 인간이 하는 이상 감정적일 수밖에 없지만 말입니다.”

그러고는 크램프가 정색하고 아베를 보았다.

“총리 각하, 만일 대한연방군이 대마도를 기습 점령하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총리께서 그 상황을 예상해보시지요.

아베가 눈을 치켜떴지만 초점이 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