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덕 셰프의 사계절 건강 밥상>도루묵 솥밥, 제철 도루묵과 쌀밥의 ‘기름진 만남’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도루묵으로 지은 솥밥. 솥밥은 구수한 밥맛과 함께 도루묵 살점의 독특한 식감으로 수저를 놓지 못하게 만든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겨울의 동해안 제철 생선인 도루묵. 김호웅 기자 diverkim@

지금 동해안에서는 도루묵이 제철이다. 10월부터 12월까지 가장 기름져 최상의 도루묵 맛을 볼 수 있다.

지금쯤이면 동해안에서 도루묵 낚시도 한창이다. 도루묵 낚시는 일반 낚싯대를 이용하기보다 통발을 이용해 잡는다. 도루묵이 산란을 하기 위해 연안 수초가 있는 곳에 찾아오기 때문에 자리만 잘 잡으면 한 시간 안에 100마리 정도는 너끈히 잡을 수 있다. 이렇게 잡은 도루묵은 즉석에서 구워 먹기도 하는데 그 맛이 참 기가 막히다.

얼마 전 가족들과 속초에서 도루묵 낚시를 했다. 내 고향 남해에서도 낚시를 참 자주 즐겼는데 학꽁치 낚시 이후 가장 많이 잡은 생선으로 기억한다. 아이들과 함께 통발에 가득 담긴 도루묵을 건져 올리니 무척 재미있어 했다. 즉석에서 구워 먹고 또 구운 도루묵을 이용해 솥밥으로 먹으니 그만한 별미가 또 없지 싶었다.

도루묵은 농어과 생선으로 우리나라와 일본 및 알래스카 연안에서 많이 잡힌다. 수심 300m 깊이에서 서식하면서 뻘에 밀착해 지내고 새우, 해초 등을 먹고 자라며 11∼12월 정도에 산란을 한다. 도루묵은 10월에서 11월에 잡은 것이 기름져 맛이 좋고, 산란기 때 잡은 도루묵은 알이 가득 차 또 다른 별미로 사랑받는다. 그 이후에는 맛이 없어진다. 제철이 지나면 ‘말짱 도루묵’이다.

말짱 도루묵에 관련된 이야기는 꽤 유명하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 14대 선조 임금이 피란길에 ‘묵’이라는 생선을 먹었는데 맛이 참 좋았다. 그런데 그 생선의 이름이 보잘것없어 ‘은어’로 부르라고 지시했다가 이후 궁으로 다시 돌아와 먹었을 때 그 맛이 아니라 실망해서 다시 도루묵이라고 부르도록 했다는 내용이다.

선조는 아마 철이 지난 도루묵을 먹은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부들도 도루묵은 제철이 아니면 맛이 떨어져 힘들게 그물을 끌어 올렸는데 도루묵이 많으면 “오늘 말짱 도루묵이네” 하곤 실망한다고 한다.

이 이야기 때문에 은어와 도루묵을 혼동할 수 있다. 참고로 요즘 우리가 부르는 은어는 민물생선이고 도루묵은 바다생선으로 전혀 다른 어종이다.

우리나라는 도루묵을 보통 구이나 조림으로 많이 먹는데, 도루묵은 불포화지방산인 EPA, DHA가 풍부하게 들어 있어 채소와 함께 요리해 먹으면 영양식으로도 좋다. 어린이 두뇌발달과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며 인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뼈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에도 도움을 준다.

제철에 나는 농산물과 해산물을 먹는다는 건 그 계절의 기운을 섭취하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사계절이 뚜렷해 제철에 나오는 생선이나 채소가 참 맛있다. 제철 음식을 골고루 먹는 습관은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을 주고 삶의 즐거움도 준다.

도루묵 솥밥은 구수하면서도 밥을 씹을 때 도루묵 알이 톡톡 터지는 재미있는 식감까지 선사한다. 도루묵 밥을 지을 때 도루묵을 구워 살을 발라 올린 채 밥을 짓는다. 구워서 통째로 올려도 되고 굽지 않고 밥을 지어도 된다. 다만 한 번 구워 지으면 구수한 맛이 배가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이렇게 지은 솥밥은 양념장에 비벼 먹으면 별도의 찬이 필요치 않을 만큼 맛이 좋다.

제철이라 시장에 가면 1만 원에 도루묵 열다섯 마리 정도 넉넉히 살 수 있다. 지금 맛이 가장 좋은 도루묵을 올려 지은 솥밥, 별미로 색다르게 즐겨 보자.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어떻게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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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2인분 기준)

불린 쌀 1컵, 물 180cc, 도루묵 2마리, 소금 1/4작은술, 꽃소금 약간(도루묵 구울 때 사용)

간장양념(진간장 5큰술, 국간장 1큰술, 홍고추·청고추 1/2개씩, 간마늘·깨·다진 대파 1/2큰술씩, 참기름 1/2작은술, 고춧가루 1/4작은술)



만드는 법

1 도루묵은 깨끗하게 씻는다. 수놈은 내장을 빼내고 깨끗하게 손질한다.

2 1의 도루묵은 꽃소금을 골고루 뿌린 후 석쇠에 굽는다. 이때 석쇠에 약간의 식용유를 발라 달라붙지 않게 한다. 석쇠가 없거나 불편하면 프라이팬에 구워도 된다.

3 쌀은 씻어서 30분간 불린다.

4 솥에 3의 불린 쌀을 넣고, 2의 구운 도루묵은 살만 발라 밥 위에 올린다. 솥을 불에 올리고 센 불에서 7분, 중약 불에서 6분, 불을 끄고 뜸을 2분간 들여 밥을 짓는다. 대략 12분에서 15분 정도가 소요된다.

5 위의 간장양념장 재료를 모두 혼합해 곁들여 낸다.



조리Tip

1 도루묵이 수놈인 경우 내장을 깨끗하게 손질한 후 흐르는 물에 씻은 후 이용한다.

2 밥을 지을 때 물에 1/4작은술의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더욱 밥맛이 좋고, 다시마 한 쪽을 넣어주면 밥이 더 구수해진다.

3 통째로 도루묵을 구워서 쌀 위에 얹어 밥을 지어도 된다. 이때는 먹기 직전에 살과 뼈를 분리해 양념장에 비벼 먹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