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의 동네 집 이야기>투박한 컨테이너 둥지… 소중한 ‘자립의 꿈’ 날갯짓

서울숲 언더 스탠드 애비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서울숲에 있는 언더 스탠드 애비뉴는 낮은 자세로 취약계층의 자립을 돕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다양한 지원 공간이 컨테이너 건물 속에 자리 잡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조금은 늦은 감이 있지만 지는 낙엽이 아쉬워 아내와 함께 강원도로 단풍 구경을 떠났다. 토요일이라 단풍 여행을 가는 차들로 길이 막혔지만 멀리 보이는 울긋불긋한 산들을 보니 목적지로 삼은 은행나무 군락지에 대한 기대로 운전이 즐겁기만 했다. 하지만 약 3시간을 조금 넘게 달려간 그곳에 노란 은행잎들은 온데간데없이 자취를 감추고 텅 빈 은행나무 숲에 찬바람만 불고 있었다. 강원도 은행나무 숲은 단풍이 절정인 10월 한 달만 개방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지만 땅에 떨어진 은행잎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사실에 허탈한 마음으로 서울로 돌아왔다. 물론 지나치는 동네의 가을 풍경은 더없이 아름다웠지만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온 것이 못내 아쉬웠다.

전날 이루지 못한 단풍 구경을 마치기 위해 다음 날 가까운 서울숲을 찾았다. 그곳에는 멀리서 찾지 못했던 노란 은행나무와 절정에 오른 빨간 단풍나무들이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파랑새를 찾은 느낌이랄까? 노랗게 낙엽이 깔려 있는 숲길에서 가족과 산책을 하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행복해 보였고, 특히 입이 떨어지는 나무 아래에서 책을 읽고 계신 할머니의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서울숲과 같이 도시 안에 있는 숲은 도시 밖의 자연에서 찾을 수 없는 색다른 즐거움이 있다. 도시가 안고 있는 문화적인 분위기와 시설이 도시의 숲을 찾는 매력이 된다. 언더 스탠드 애비뉴 역시 서울숲의 매력을 더해주는 곳이다. 언더 스탠드 애비뉴는 색색의 컨테이너들을 쌓아 올린 복합문화공간으로 전시장, 체험 공간, 음식점,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작은 가게들로 채워져 있다. 얼핏 보면 그냥 상점시설인 것 같지만 독특한 이름만큼 특별한 내력을 가진 곳이다. 창조적 공익문화공간을 표방하는 이곳은 성동구와 롯데면세점, 문화예술 사회공헌 네트워크(ARCON)가 손잡고 사회적 취약계층의 자립을 돕는 사회공헌공간으로 지난 4월에 문을 열었다. 언더 스탠드 애비뉴는 낮은(Under) 자세로 취약계층의 자립(Stand)을 돕는다는 의미의 언더 스탠드와 거리를 뜻하는 애비뉴(Avenue)를 붙여서 지은 이름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시, 체험, 휴식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컨테이너 건물 내부. 곽성호 기자

언더 스탠드 애비뉴의 성격은 7개의 각기 다른 이름의 컨테이너 건물로 잘 알 수 있는데 청소년의 직업교육 및 취업을 지원하는 유스 스탠드(Youth Stand), 예술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하트 스탠드(Heart Stand), 다문화·한부모 가정 여성이 운영하는 맘 스탠드(Mom Stand), 일상예술·전시·공연을 소개하는 아트 스탠드(Art Stand), 청년창업지원 공간인 파워 스탠드(Power Stand), 공정무역·친환경 제품을 소개하는 소셜 스탠드(Social Stand)와 신진 창업가에게 팝업 공간을 지원하는 오픈 스탠드(Open Stand)로 구성돼 있다.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이들 공간은 투박하지만 꿈을 향한 열정을 담아내는 원대함이 느껴진다.

언더 스탠드 애비뉴는 사회적으로 새롭게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자립과 성장의 기회를 주는 공간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상업공간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곳에서 판매하고 있는 상품들도 폐자재를 활용해 제품으로 만든 업사이클 제품이거나 자연친화적인 상품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 빈민과 장애 여성들의 자립을 위해 판매하는 수공예품도 볼 수 있다. 상품에 의미를 두고 판매하기 때문에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살 거리나 먹을 것이 다양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상업적인 소비시설로 넘쳐나는 도시에서 사람들의 꿈을 지원하고 스스로 키워 나갈 수 있는 창조적 공익문화공간이 사람들이 즐겨 찾는 서울숲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반갑다.

마침 이곳에서 그림책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전시된 그림책 중에 날개가 작아 날 수 없었던 노란 새가 하늘을 나는 기계를 만들어 날 수 있게 됐다는 동화 속 이야기처럼, 언더 스탠드 애비뉴에서 둥지를 튼 모든 사람이 동화 속의 노란 새처럼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기대한다.

건축가·디자인연구소 이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