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1003) 48장 남북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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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랜드의 하바롭스크주(州) 통합 발표는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푸틴의 대결단’ ‘러시아의 야망’이라고 표현한 언론도 있었지만 ‘동서(東西)동맹’ ‘유라시아 제국’ ‘제3제국’이라는 멋진 제목도 보였다. 세계가 러시아와 대한민국의 밀착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이다. 통합 발표는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이 ‘특별성명’으로 먼저 했다. 오전 10시다. 그러고 나서 30분이 지난 한국 시간으로 오후 3시 반에 대한민국 대통령 겸 한랜드 장관 서동수가 발표를 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방송 채널이 동시 방영을 했고 이어진 각 채널의 프로그램이 볼 만했다. 두 시간이 지난 뒤 SNS에서 가장 많이 통용되는 단어가 ‘광개토대왕’ ‘칭기즈칸’ ‘세계정복’이었으니 대한민국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종편 방송은 이미 아시아 동북부와 유라시아를 잇는 거대한 지역에다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나타내는 태극기를 깔아 놨고 중국 동북 3성까지 덮었다. 그래서 주한중국대사가 항의하는 소동까지 일어났다.

그날 저녁, 평양에 세워진 대한민국 대통령 관저에 손님 둘이 찾아왔다. 중국 손님으로 주석실 비서인 왕춘과 보좌관 린린인데 전에 만난 적이 있다. 둘은 시진핑의 밀사 자격으로 서동수를 방문한 것이다. 대동강 변에 세워진 관저는 본래 김동일 부친의 7호 별장이었다. 서동수는 정부 예산으로 구입하려고 했지만 김동일이 무상으로 기증했다. 회의실에서 기다리던 둘은 서동수가 들어서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동수는 연방 외교장관 유춘식과 안보특보 안종관을 대동하고 있다. 셋 모두 중국어에 능통했으므로 통역도 대동하지 않았다.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은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주한대사가 항의 성명을 발표하더니 이제는 밀사까지 보내셨네요?”

“아닙니다. 저는 다른 일로 왔습니다.”

왕춘이 정색한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그러나 빠르다. 오전·오후에 푸틴과 서동수가 하바롭스크주 통합 발표를 하고 나서 몇 시간 만에 밀사를 파견한 것이다. 이는 안보특보 안종관에게 왕춘이 직접 연락해서 성사됐다. 전쟁이 일어났다고 해도 이렇게 빨리 만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시급한 안건인 것 같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왕춘이 입을 열었다.

“시 주석께서는 남북연방, 즉, 대한민국의 기세(氣勢)를 인정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잠깐.”

서동수가 왕춘의 말을 막았다.

“방금 기세라고 했습니까?”

“예,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이자 왕춘이 말을 이었다.

“불은 불로 끄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불은 불로 끄겠다고 말입니까?”

“예, 대통령 각하.”

“어떻게 말이오?”

“한반도와 동북 3성을 관통하는 유라시아 로드를 만드는 데 적극 협조하겠다고 하셨습니다.”

“…….”

“시베리아로 돌아가지 않고 곧장 유라시아로 진출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 중국은 그 기운을 나눠 갖게 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

“윈-윈이죠. 대한민국이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하셨습니다.”

“과연 불을 불로 끄시는군.”

서동수가 안종관, 유춘식과 차례로 시선을 마주치고 나서 말했다.

“과연 시 주석다운 말씀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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