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의 공간>구상은 누구… 인간 존재·우주의 의미 탐구 ‘구도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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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사진) 시인은 종교적 구원의식을 바탕으로 인간 존재와 우주의 의미를 탐구한 구도(求道)의 작가다.

그는 1919년 9월 16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642번지에서 태어났다. 4세 때 부친이 교육사업을 위해 함경남도 문천군 덕원면 어운리로 이주해 그곳에서 유·청년 시절을 보냈다. 30대이던 1953년부터는 부인이 운영하는 순심의원이 있던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서 지냈다. 지금도 왜관에는 그의 삶의 궤적과 작품을 기념하는 구상문학관이 들어서 있다. 구 시인은 중년이던 1974년 다시 서울로 이주해 여의도 한강변 아파트에서 살다가 2004년 5월 11일 타계했다.

천주교 집안인 구 시인은 어려서 성베네딕도수도원 부설 학교를 다니는 등 종교적 삶을 추구했다. 대학도 일본 니혼(日本)대 종교과를 나왔다. 그러나 부친의 병구완을 해야 했고, 1942년 함흥의 북선 매일신문 기자로 입사하면서 언론인이자 작가의 길을 걸었다.

구 시인은 1946년 원산문학가동맹에서 펴낸 시집 ‘응향’의 필화사건에 휘말린 적이 있다. 문단 데뷔작인데 예술지상주의적, 퇴폐주의적이라는 이유로 북조선문학예술총동맹으로부터 반동작가로 비판받아 월남해야 했다.

월남 후 1959년에도 조작된 간첩사건에 연루되는 등 고초를 겪었다. 이후로 그는 정치와 거리를 둔 채 교육과 창작에만 몰두했다. 1970년 미국 하와이대 조교수를 역임했고, 1976년부터는 중앙대 문예창작과에서 시론을 강의했다. 1979년부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을 지냈다.

대표작은 1956년에 발표한 연작시 ‘초토의 시’다. 6·25 전쟁을 소재로 다루면서도 전쟁의 고통을 초월해 구원에 이르는 과정을 견고한 시어로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밖에 ‘그리스도 폴의 강’ ‘타버린 땅’ ‘인류의 맹점’ 등이 있다. 금성화랑무공훈장, 국민훈장동백장, 대한민국문학상, 대한민국예술원상, 금관문화훈장 등을 수상했다.

2남 1녀 중 막내딸인 구자명 소설가가 구 시인의 뒤를 이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