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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글로벌 포커스 게재 일자 : 2016년 11월 18일(金)
‘親기업’ 트럼프 당선에도… 실리콘밸리, 패닉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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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업계는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를 표방하는 기업가 출신의 차기 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를 반기지 않는다. 오히려 실리콘밸리는 미국 연방으로부터 캘리포니아주가 독립해야 한다는 ‘캘렉시트(Calexit)’ 여론을 부추기고 있다. 법인세 인하나 각종 규제 완화 등 기업에 유리한 공약을 제시한 트럼프가 유독 실리콘밸리의 IT 업계로부터 외면당하는 현상은 이미 두 부류로 쪼개진 미국 산업계의 반목이 이번 미 대선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란 분석과 함께 실리콘밸리의 모순된 행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8일 미 대선 이후 블룸버그 등 미국의 매체들은 실리콘밸리의 우울한 모습을 연일 보도했다. 미 경제전문지 포천은 9일 대선 개표 도중 트럼프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실리콘밸리가 패닉(공황상태)에 빠졌다”고 전했으며 블룸버그는 “캘리포니아의 많은 IT 산업 리더들이 대선 결과로 불행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증시에서도 IT 업계의 심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트럼프의 당선 확정 후 다우존스지수는 7거래일 연속 상승 및 4거래일 연속 최고치를 기록해 15일 18923.06으로 장을 마감했다. 반면에 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알파벳(구글) 등 ‘FANG’으로 불리는 IT 대표기업 주가는 대선 결과가 발표된 9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트럼프 당선에 대한 이 같은 미 IT 업계의 정치적·경제적 반응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애플의 CEO 팀 쿡은 지난 8월 캘리포니아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위한 자금 모금행사를 주최하기도 했으며, 클린턴의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또 이번 대선을 위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대표 일론 머스크도 클린턴에게 후원금을 냈으며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샌프란시스코 민주당 조직에 돈을 냈다. 심지어 차량 공유서비스 우버의 초기 투자가이자 유명 벤처투자가인 셔빈 피셔버는 트럼프 당선 이후 공개적으로 캘렉시트를 주장하며 캘렉시트 캠페인을 위한 자금을 대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또 실리콘밸리가 속한 캘리포니아주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538명의 대통령 선거인단 중 55명이 할당된 민주당의 거대한 텃밭이다. 이번 대선 개표 결과에서도 캘리포니아는 민주당 후보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지지율이 61.5%로 트럼프 지지율 33%의 약 2배에 가까웠다.

캘리포니아, 그중에서도 실리콘밸리가 기업가 출신인 트럼프보다 클린턴을 더 선호했던 배경에는 캘리포니아의 지역적 성향에 더해 미국의 지역별 산업 가치관에 따른 분열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원래부터 미국에는 ‘2개의 미국’이 있었다”며 “과거의 가치관을 바꾸지 않는 미국과 세계 정보혁명을 주도하고 변화하는 미국”이라고 분석했다. 전자는 미 동부 및 중서부 지역 그리고 제조업 등 전통산업을 의미하며, 후자는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서해안 지역과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하는 IT 업계를 지칭한다. 따라서 부동산 개발 등 전통 산업계 출신인 트럼프는 실리콘밸리의 IT 업계 CEO들과 ‘같은 기업가’ 출신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실리콘밸리를 부흥시킨 인재들의 출신 성분도 트럼프에 대한 반감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밸리가 캘리포니아에서 부흥하는 데는 이 지역의 많은 이민자 출신 인재들이 기여했다. 대표적으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생부가 시리아인이며 테슬라의 머스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러시아 출신이다. 지난 2014년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미 주식시장 시가총액 기준 25대 IT 기업 중 1위 애플과 2위 구글을 비롯해 15개가 이민자 1∼2세대에 의해 설립됐다. 이런 인적 개방성으로 인해 실리콘밸리의 부흥이 가능했던 만큼 난민이나 이민자 수용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표해온 트럼프는 실리콘밸리로부터 환영받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당선에 반발하고 캘렉시트까지 주장하는 실리콘밸리의 IT 업계에 대해 ‘이율배반적’이란 비판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 정부로부터 연구·개발(R&D) 지원과 지식재산권 보호의 이점을 누리면서도 미국의 높은 법인세율을 피해 법인세율이 낮은 외국 사법권 지역에 수익을 숨겨두고 있다”며 “IT 업계 주도자들은 물리적 분리 없이 미국 연방으로부터 떠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이미 취해놓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 블룸버그는 캘렉시트 등 실리콘밸리의 트럼프 반대 움직임에 대해 “급진적인 움직임을 취하기 전에 그들이 얻을 수 있는 더 좋은 협상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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