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1005) 49장 제3제국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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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오전 10시, 중국 시간으로 오전 11시 정각 중국 관영통신인 CCTV에 외교부장 우린(吳林)이 등장했다. 미리 한국 방송에서 예고를 한 터라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TV를 응시하고 있다. 어제는 한랜드의 하바롭스크주(州) 통합이 서동수와 푸틴의 연속 발표를 통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터라 오늘 시청자는 더 많아졌다. 한국 KMS의 시청률은 72%, 엄청난 기록이다. 거리의 차량 통행량이 10%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TV 앞에는 구름처럼 인파가 모였다. 중국 정부에서 ‘한반도사태’에 대한 ‘특별성명’을 발표한다고만 예고한 터라 SNS에 온갖 소문이 난무했다.

어제 주한중국대사가 동북 3성에 태극기를 덮은 ‘유라시아제국’ 지도를 방영한 모 종편사에 대놓고 항의한 터라 소문은 대부분 그런 방향이다. 중국이 배가 아파서 대한민국 측에 경고, 내지는 경제 압박 조치를 발표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신의주에 내란을 일으켜 한반도를 두 동강 낼 음모를 꾸몄다가 실패한 상황이다. 하바롭스크주까지 한랜드에 통합되면 동북 3성은 머리 위에 불덩이를 이고 있는 꼴이나 같다.

“자, 어디.”

이응호가 전주시 덕진동 사무실에서 TV를 응시하며 말했다. 지금 화면에는 우린이 막 머리를 들고 이쪽을 응시하고 있다. 이응호 옆에 앉아 있던 변기성이 입맛을 다셨다.

“뻔허다니께, 저놈이 고춧가루 뿌리려는 거여. 아마 국경을 봉쇄한다든지 헐 것이다. 땟놈들.”

그때 우린이 똑바로 변기성을 응시하고 말했다. 변기성은 물론 중국에서 사업을 했던 이응호도 중국어는 모른다. 그래서 말이 끝나고 밑에 자막이 펼쳐져야 알아들었다. 곧 자막이 펼쳐졌다.

“우리 중국 정부는 어제 대한민국과 한랜드를 잇는 하바롭스크주의 통합이 동북아 발전에 이바지하리라는 것에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변기성이 숨만 들이켰을 때 우린의 말이 이어졌다.

“따라서 당 주석 시진핑 동지와 원로들은 동북아 상황을 숙고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정을 내렸고 이것을 대한민국 정부에 통보했다.”

“뭐여?”

참다못한 변기성이 TV에 대고 물었다. 그러고는 물잔을 들었지만 비었다. 생수병이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우린의 자막을 놓칠까 봐 일어나지 못했다. 그때 우린이 말했고 자막이 펼쳐졌다.

“중화민국 정부는 동북 3성인 랴오닝(療寧), 지린(吉林), 헤이룽장(黑龍江)성을 관통하여 한랜드와 유라시아로 통하는 유라시아 로드를 건설하는 데 대한민국 정부와 적극 협조할 것이다.”

“어.”

외마디 외침이 변기성과 이응호 입에서 동시에 터졌다. 다시 우린의 말이 이어진다.

“또한 동북 3성 주민의 한랜드 출입에 제한을 두지 않을 계획이며 무관세, 무비자 지역이 되도록 대한민국 정부와 협의할 작정이다.”

그러고는 우린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변기성과 이응호를 보았다.

“중화민국과 대한민국은 5000년간 형제국이었다. 양국의 새로운 미래를 위하여 중국 정부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어이구.”

이응호가 신음을 뱉었다. 탄성 같은 신음이다. 숨을 고른 이응호가 머리를 돌려 변기성을 보았다. 그 순간 이응호는 숨을 굳혔다. 변기성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본 이응호의 눈에서도 눈물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