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첫 ‘피의자 대통령’>경제현안 시급한데 ‘멘붕’ 기획재정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여의도 간 崔차관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수출입은행에서 최상목(오른쪽 두 번째) 기획재정부 1차관이 ‘제3차 해외 인프라 수주·투자 지원 협의회’를 주재하며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힘빠진 부총리… 최순실 연루 1차관… ‘예산’에 묶인 2차관
장·차관 사실상 不在 상태… 세종시는 ‘無頭日’ 공회전

장관과 1차관이 사실상 ‘유고(有故)’ 상태에 빠지면서 우리나라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쑥대밭’이 되고 있다. 그나마 2차관은 법정 기한(12월 2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내년 예산 심의 때문에 잠시도 국회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재부 직원들의 ‘무두일(無頭日·상사가 없는 날)’도 갈수록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12월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 환경이 1997년 외환위기 직전과 비견할 만하다는 말까지 나올 만큼 심각한 상황에서 ‘기재부가 장차관의 부재(不在) 속에 허송세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기재부 등에 따르면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차기 경제부총리로 지명하면서 완전히 ‘힘’이 빠졌고, 최상목 기재부 1차관도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있는 것처럼 이름이 거론되면서 적극적인 업무수행이 어렵게 됐다. 유 부총리 주재 확대간부회의도 10월 17일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열리지 않고 있다.

물론 유 부총리와 최 차관은 여전히 공식 일정을 수행하고 있다. 유 부총리는 이날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대신해 국무회의를 주재했고, 최 차관은 ‘제3차 해외인프라 수주·투자 지원 협의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유 부총리와 최 차관의 행보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기재부 장차관 중에서 유일하게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송언석 2차관은 요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에 참석하느라 눈코 뜰 새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 부총리뿐만 아니라 그동안 인사와 조직 등을 챙겨온 최 차관마저 최순실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기재부 직원들도 ‘멘붕’에 빠지고 있다”며 “조직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장 ‘발등의 불’은 12월에 내놔야 하는 내년 경제정책 방향 수립이다. 그러나 최순실 사건으로 청와대가 난장판이 되고, 기재부마저 중심을 잡지 못하면서 “보나 마나 뻔하다”는 평가가 벌써 나오고 있다.

조해동·박수진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