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식·의약 안전’>의약품 관련 全분야 ‘선진국 수준’ 국제인증… 수출 ‘날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10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 정기총회에서 세계 6번째 정회원으로 공식 가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직원들이 가입 증서 옆에서 위원회 임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식약처 제공

- (22) 세계 6번째로 ICH 정회원 가입

美·유럽 중심 1990년 결성
국제 의약품 규제 실질 주도
품질·안전 92개 가이드라인

관련 정책 등에 의결권 행사
해외진출 때 일부 요건 면제
“제약기업 투자·혁신의 승리”

인체에 사용되는 의약품은 자칫 잘못 사용하면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만큼 허가 등 각종 규제가 많다. 이러한 규제는 의약품 선진국일수록 까다롭고 엄격하다. 자연스럽게 선진국의 규제를 통과한 의약품일수록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의 안정성과 효능이 높이 평가되고, 수출에도 유리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유럽 등의 의약품 선진국들은 그들만의 규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국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길 원하는 나라들은 자국의 규제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가운데는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The International Council on Harmonization of Technical Requirements for Pharmaceuticals for Human Use)가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9∼10일 일본에서 개최된 2016년 하반기 ICH 정기총회에서 정회원으로 공식 가입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가입 의미가 다소 가려졌지만, 제약업계에서는 혁신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다. 중동, 페루, 베트남 등에서 의약품 허가 면제 및 기간 단축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국내 제약산업의 해외진출이 더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바이오헬스 분야가 블루오션으로 평가받는 만큼 국내 의약품 수준이 글로벌 수준에 도약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 주도 단체 ICH 가입 의미 = ICH 회원국 가입은 우리나라도 의약품 허가·심사, 사후관리 체계 등 의약품 규제 전 분야에서 선진국 수준이라는 사실을 국제적으로 인증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ICH는 미국, 유럽, 일본 규제 당국 및 해당국 제약협회 등으로 1990년에 구성됐다. 의약품의 품질·유효성·안전성 등에 대한 92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등 국제 의약품에 대한 규제를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정회원은 미국, 유럽연합(EU), 일본과 해당 국가의 제약협회로 구성돼왔다. 유럽위원회(EC), 미국식품의약국(FDA) 등도 규제 협의 기관으로 등록돼 있다. 주요 업무는 의약품의 개발, 허가·심사, 사후관리 등 전 영역에서 국제적으로 조화된 가이드라인을 제정, 신속하고 표준화된 신약 허가관리를 목적으로 한다. 실제 각국의 의약품 허가신청서류 양식을 통일하거나, 의약품 등록과 안전성 모니터링을 위한 의학용어집도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회의 참가국으로만 참가하다가 ICH가 지난해 10월부터 새로운 국가도 회원 가입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개편하면서 단계적으로 가입을 추진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ICH 정회원 다음 등급인 옵서버로 먼저 가입한 후에 지난 2월 가입추진단을 구성했다. 이어 ICH 정회원 가입에 필요한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맞춰 의약품 안전성 시험 5가지를 비롯, 원료의약품 제조·품질관리(GMP), 임상시험관리 의무화 등 7종의 의무 규정을 수용했다.

또 92종의 ICH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도 한국어로 번역해 국내 제약업체 등에 제공하고 가이드라인 등에 반영해 운영했다. 이에 따라 10개월여 만에 의약품 규제당국자로서는 미국, EU, 일본, 스위스, 캐나다에 이어 6번째로 ICH 정회원 가입 절차가 모두 완료됐다.

◇ICH 회원국 프리미엄 기대 = 세계 의약품의 거대 시장인 미국과 유럽 등이 가입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한국도 이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의약품 규제정책을 논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구체적으로 ICH 정회원으로서 국제 의약품 규제 관련 정책 수립, 집행, 승인 등 총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또 의약품 허가·심사 관련 가이드라인 제·개정 시 우리 업계의 입장을 적극 반영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ICH 회원국 지위를 통해 해외 진출 시 일부 허가요건이 면제되거나 허가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 해외 규제기관 입찰 시 등급도 상향조정 된다. 이는 수출장벽 완화로 이어져 국내 업체의 세계 의약품 시장 진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이번 가입으로 페루에서는 실사 등 일부 허가 요건이 면제된다. 베트남과 홍콩에서는 의약품 입찰에서 상향 그룹으로 조정된다. 중동과 대만에서는 참조국가 조건 충족으로 우선 허가·기간이 단축된다.

손문기 식약처장은 23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ICH 가입은 어려운 여건에도 국제조화를 위한 제약기업의 끊임없는 투자와 혁신, 그리고 국내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며 “우리나라 의약품이 전 세계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제보건산업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의약품, 의료기기를 합친 세계보건산업시장 규모는 2014년 기준 1조4000억 달러에서 2024년에는 2조61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