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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16년 11월 23일(水)
100만 촛불, 물리학으로 풀면… 더 나은 평형 찾아가는 力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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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의 과학 이야기 - (20) 광화문 광장의 ‘늘임 되먹임’

벌써 한 달이 넘었다. 광장에는 토요일 저녁 수많은 사람이 모인다. 주최 측 추산으로 10월 29일 3만 명, 11월 5일 20만 명, 그리고 11월 12일 100만 명(경찰 추산으로는 1만2000명, 4만3000명, 26만 명).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 중에는 이처럼 급속하게 규모가 커지는 것이 있다. 주로 ‘늘임 되먹임’ 또는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이라 불리는 현상이 벌어질 때가 이렇다. 늘임 되먹임이 일어나면 처음의 작은 양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커진다. 거꾸로 ‘줄임 되먹임(negative feedback)’이 일어나면 비록 처음의 양이 크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크기가 줄어든다.

중·고등학교 과학 시간에 여러 번 나오는 스프링 문제가 있다. 물체를 매단 스프링을 가만히 손으로 들고 있어 보라. 위아래로 움직이던 물체는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한곳에 멈추게 된다. 이 위치를 평형위치라 부른다. 평형위치에 있는 물체를 조금 아래로 잡아당겼다 놓으면 물체는 평형위치를 중심으로 위아래로 진동한다. 평형위치를 기준으로 해서(즉, 평형위치를 x=0으로 해서) 잰 물체의 위치를 x라 하면, 이 물체에 작용하는 힘 F는 F=-kx로 적힌다(k는 양의 상수). 이 식의 오른쪽에 음(-)의 부호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이 부호 덕분에 만약 x가 양의 값이면 힘은 음의 방향이 되고, 만약 x가 음의 값이면 힘은 거꾸로 양의 방향이 된다. 즉, 물체를 아래로(양의 방향) 당기면 힘은 위로(음의 방향) 작용해서 물체는 처음의 평형위치로 돌아가려 하고, 물체를 위로 올려 스프링의 길이를 줄이면(-) 물체는 거꾸로 아래로(+) 평형위치를 향해 내려가려 한다는 뜻이다. 식 F = -kx에서 힘의 세기가 x에 비례한다는 것도 중요하다.

즉, 처음의 평형위치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이 물체가 처음의 평형위치로 돌아가려 하는 힘의 세기가 더 커진다는 이야기다(먼 외국 학회에 가서 가족이 많이 그리울 때 이 식이 떠오른 적이 있다). 결국 스프링에 매달린 이 물체는 평형위치에서 멀리 벗어나지 못한다. 멀어지면 돌아가려는 힘이 커지니 말이다. 이런 보통의 스프링에 매달린 물체가 보여주는 현상은 줄임 되먹임을 닮았다. 벗어난 정도가 크면 원래로 돌아가려는 경향도 함께 커져 변화의 크기가 줄어든다. 이때 스프링의 평형이 ‘안정적’이라고 한다.

자, 이제 특이한 스프링을 떠올려 보자. 이 스프링에 매달린 물체에 작용하는 힘은 보통의 스프링과 달라 F=kx로 적힌다고 해보자. 별로 달라 보이지 않지만, 딱 하나의 차이가 있다. 식의 오른쪽에 음의 부호(-)가 없다. 요렇게 부호가 살짝 뒤집힌 이 스프링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물체를 평형위치(x=0)에서 아래로(양의 방향으로) 살짝 움직이는 사고실험을 다시 해보자. 아래로(+) 조금 움직인 이 물체에는 작은 크기의 힘이 같은 방향인 아래로(+) 작용하게 된다. 힘이 아래쪽이니 다음 순간에는 이 물체는 아래로(+) 조금 더 내려간다. 그런데 아래로 더 내려가 x의 값이 더 커지니, 이 물체는 아래 방향으로 더 큰 힘을 받게 된다. 그 힘을 받아 아래로 더 내려가고, 그러면 또 힘은 더 커지고, 따라서 더 내려가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므로 이 물체는 결코 원래의 평형위치로 돌아가지 못하고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이처럼 한번 만들어진 변화가 줄어드는 방향이 아니라 늘어나는 방향으로 되먹임 되는 것이 늘임 되먹임이다.

바로 2016년 말 광화문 광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그렇다. 지난주에 모인 사람이 많아지면 그 영향을 받아 이번 주에는 더 많은 사람이 모이고 다음 주에는 더 늘어나게 된다. F=kx를 뉴턴의 운동방정식에 넣어 풀면, 위치 x가 시간에 따라 지수함수 꼴로 폭발적으로 늘어남을 쉽게 볼 수 있다. 마찬가지다. 광장에 모인 사람의 숫자도 처음 몇 주 동안 지수함수적인 증가를 보여준다.

나처럼 단순한 물리학자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도 이처럼 단순하게 생각해보는 것을 좋아한다. 세상이 단순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단순한 접근이 유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 단순한 물리학자가 복잡한 세상일을 어떻게 보고자 하는지 좀 더 이야기해 보자. 고전역학에서는 힘 F를 이용해 운동을 기술하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에너지라는 개념을 사용하면 정성적인 이해가 더 쉬울 때가 많다. 앞에서 설명한 스프링 문제에서도 그렇다. 멀어지면 처음 위치로 돌아오려는 보통의 스프링(F=-kx)의 경우 퍼텐셜 에너지를 그리면 똑바로 놓인 둥근 밥사발을 옆에서 본 것처럼 산골짜기처럼 생겼다. 밥사발에 들어 있는 구슬이 왔다갔다 움직이다 밥사발 가운데에 멈추는 모습을 떠올려 보면, 이 경우의 평형이 안정적임을 알 수 있다. 즉, 평형위치인 골짜기의 가운데에서 벗어나면 구슬은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오려 한다는 뜻이다. 거꾸로 움직이는 스프링(F=kx)의 경우 퍼텐셜 에너지를 그리면 뒤집어엎어 놓은 둥근 밥사발을 옆에서 본 꼴이 되어 마치 산봉우리처럼 생겼다. 산봉우리 위에 아슬아슬하게 올려놓은 구슬을 옆으로 살짝 밀면 구슬은 결코 처음 위치로 돌아오지 못하고 굴러 내려가 멀어진다. 이 경우의 산꼭대기는 안정적이 아닌 불안정한 평형상태에 해당한다.


물리학에서는 상당히 복잡한 모양의 퍼텐셜에너지를 보이는 시스템도 있어서 불안정한 평형의 봉우리와 안정적인 평형의 골짜기 여럿이 연달아 펼쳐진 모습을 보여준다. 복잡한 퍼텐셜에너지의 지형을 가지는 시스템은, 한번 안정적인 평형의 골짜기에 갇히면 상당히 큰 에너지를 주입하지 않는 한 다른 골짜기로 건너가지 못한다. 물리학에서는 이런 경우에 더 낮은 에너지 상태를 찾는 방법이 있다. 온도를 올렸다 다시 낮추는 거다. 만약 절대온도 0도에 가까운 아주 낮은 온도라면 시스템은 지금 놓인 평형의 골짜기에서 야트막한 언덕 하나만 건너도 나오는 더 낮은 에너지 상태에 도달할 수 없다. 온도를 올리면 시스템은 웬만한 언덕은 쉽게 넘어갈 수 있게 되어 더 넓은 영역을 돌아다니게 되고 더 낮은 에너지 상태의 골짜기를 찾아갈 수 있게 된다. 더 낮은 에너지를 가지는 상태로 시스템을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온도를 올려 일단 시스템을 높은 에너지를 가진 상태에 놓는 것이 필요하다는 거다. 약간의 무질서는 탐색의 범위를 넓혀 더 좋은 해결책을 찾게 해 준다고나 할까.

우리 사회를 설명하는 엄청나게 높은 고차원의 퍼텐셜에너지의 지형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고 상상해 보자. 깊은 골짜기, 높은 산봉우리, 야트막한 언덕과 넓은 평야의 모습이 여기저기 펼쳐져 있는 모습을 말이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사회는 골짜기 안에 놓여 있어 바람 잔 평화로운 안정성을 보여준다. 작은 변화가 생기더라도 그 변화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움직여 다시 평형상태로 돌아오고는 한다. 골짜기 안의 평화로운 안정성이 늘 좋은 것은 아니다. 골짜기 안에서 보면, 저 산 너머 더 안락한 곳이 있어도 보이지 않는다. 멀리 있는 더 나은 장소를 찾으려면, 물리학에서 낮은 에너지 상태를 찾을 때 이용하는 방법처럼, 어쩌면 사회도 체온이 오르는 몸살을 앓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조금씩 한 발을 작은 보폭으로 내딛는 것이 아니라, 가끔은 성큼성큼 저 멀리 탐색하러 나가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물리학의 시스템과 사회의 지형이 다른 점이 있다. 사회의 지형은 불변이 아니다. 시대가 바뀌면 지형도 변한다. 조선사회의 안정적 상태는 지금 우리 사회의 안정적인 상태가 결코 될 수 없다. 간혹 사회의 지형이 하루아침에 급변하는 때가 있다. 난 지금 우리 사회가 바로 그런 중요한 순간에 맞닥뜨렸다고 생각한다.

한 달 안에 이미 뒤바뀐 사회의 지형에서 현재 우리 사회는 이제 불안정한 산꼭대기에 놓인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난 지금이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드문 기회라고 생각한다. 다음에 도달할 더 나은 곳이 어디일지 안개에 가려 한 치 앞이 안 보일 수도 있다. 앞이 안 보여 두렵다고 계속 머물 생각만 한다면, 더 나은 곳에 결코 도달할 수 없다. 난 이럴 때는 겁이 나더라도 크게 한 발을 내딛는 것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너무 걱정할 것도 없다. 결국 우리 사회는 과거의 비정상적인 평형이 아닌 새로운 더 나은 평형을 찾아가고, 지금 함께 겪고 있는 몸살은 자랑스러운 기억이 될 거다. 기억하자. 2016년 11월. (문화일보 10월 26일자 24면 19회 참조)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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