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트럼프 시대의 윈윈 通商전략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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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강흠 연세대 교수 경영학

정부가 경제단체와 주요 업종별 협회, 무역 지원 기관 및 통상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대미(對美) 통상협의회’를 구성, 23일 1차 회의를 가졌다. 협의회에서는 변화하는 통상(通商) 환경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 및 대응 방안, 민간 차원의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것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최근 유튜브를 통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기정 사실화하는 등 보호무역 정책을 가시화하는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는 저서 ‘불구가 된 미국’을 통해 주요 정책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언론은 그의 당선이 어렵다고 봤던지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말투나 외모를 보여주는 데에만 집착했다. 그의 당선이 확정되자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비관론을 내비쳤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 이민자를 배척하고 국방·외교·통상 문제를 이끌겠다는 건 분명 다른 나라에는 불리한 공약이다. 그러나 미국의 증시는 처음부터 긍정적으로 반응해 당선 2주 만에 뉴욕증시 4대 지수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 지수는 트럼프 당선 이후 13거래일 연속 올랐다. 산업별로 희비가 엇갈리지만,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미국 기업들과 투자자들에게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새다. 달러화 강세도 이를 뒷받침한다.

선거 중에는 트럼프의 당선 여부가 불확실하고 대선 공약의 진위도 불투명했지만, 당선이 확정된 후에는 트럼프의 정책 방향이 정제되면서 정책 리스크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클린턴을 감옥에’라고 서슬 시퍼렇게 외치더니 당선되자 정치 보복성 수사는 없다고 선회했다. 선거는 선거고 현실 정치에서는 얼마든지 탄력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평생을 사업하며 거래와 협상을 해온 트럼프 당선자는 구체적으로 사고하고, 상황을 인식하며, 장애를 확인하고, 결단력 있게 실행해 성공을 쟁취하는 인물이다. ‘협상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이라는 저서가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협상에는 나름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하는 그는 미국에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보이려 할 것이다. 보호무역 조치는 트럼프 당선자가 경선 과정에서 줄곧 강조해 온 공약인 만큼 우리가 탄탄히 준비해야 할 부문이다.

미국의 원조를 받든 경쟁을 하든 미국의 희생으로 우리만 좋을 순 없다. 미국도 미국에만 유리한 경제·통상정책을 고집하며 자국의 이익만 챙길 순 없을 것이다. 한·미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제안을 한다면 트럼프 행정부도 마다할 리가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양국의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에 기여하는 바를 강조하고, 미국 새 행정부가 역점을 두는 인프라 투자와 에너지 개발 등에서 경제 협력의 기회를 찾아야 할 것이다.

미국 증시의 반응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국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재정 지출 확대, 법인세 인하, 상속세 폐지, 금융 업종에 대한 규제 완화 방침 등 친기업적이고 친시장적인 정책을 환영하고 있다. 우리 경제정책도 트럼프의 친기업적이고 친시장적인 방향으로 조율해야 한다. 어수선한 정국에서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와 정책으로 협상 카드를 낭비하며 타이밍을 놓쳐선 안 된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도 한류에 제동을 거는 등 경제 대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챙기고 있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허우적거리지 않으려면 발 빠르게 먼저 움직여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