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글 이야기>간절한 바램?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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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면 촛불은 꺼지기 마련이라는 여당 의원의 ‘바램’과 달리 촛불은 ….

이번 드라마 주제곡이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가 되길 ‘바래요’.

올가을 주말을 압도한 풍경은 단풍이 아니라 은은하면서도 도도한 촛불의 바다가 아닐까 싶습니다. 첫째 인용문은 그런 도도한 흐름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한 국회의원의 발언과 관련한 기사 일부인데요. 이때 ‘바램’은 ‘바람’으로 써야 합니다. 어떤 일이 이뤄지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은 ‘바람’입니다. 동사 ‘만나다’에서 명사 ‘만남’이 파생한 것처럼 ‘바라다’에서 ‘바람’이 파생한 거지요.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바램’이 입말로 잘못 굳어진 데는 전 국민이 한 번 이상은 흥얼거려 봤을 노래 ‘만남’의 영향도 있는 듯합니다.

둘째 인용문의 ‘바래요’는 ‘바라요’로 고쳐야 하는데요. 생각이나 바람대로 어떤 일이나 상태가 이뤄지거나 그렇게 됐으면 하고 생각하다, 원하는 사물을 얻거나 가졌으면 하고 생각한다는 뜻의 동사는 ‘바라다’입니다. ‘바라다’는 ‘바라／바라니／바라요’ 등으로 활용되지요. ‘바래요’는 볕이나 습기를 받아 색이 변한다는 뜻을 가진 ‘바래다’의 활용형인데요. 벽지가 누렇게 바랬다, 골을 넣었으나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래 아쉬웠다 등으로 쓸 수 있습니다.

‘공기의 움직임’을 뜻하는 바람은 촛불을 쉽게 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일어나는 일시적인 유행이나 분위기 또는 사상적인 경향’을 뜻하는 바람이 촛불과 만나 시대의 흐름이 되면 그때의 촛불은 얄팍한 수로는 끌 수가 없지요. 갈수록 밝게 타오르는 촛불을 잠재우고 싶다면, 무시와 외면으로 일관해 기름을 부을 게 아니라 촛불 속으로 들어가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을 읽어내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요.

김정희 교열팀장 kjh21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