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1013) 49장 제3제국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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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는 공항에서 서동수를 맞았다. 최상급 대우로 영접한 것이다. 계단 밑에서 기다리던 아베가 서동수의 손을 잡고 말했다.

“잘 오셨습니다, 각하.”

“감사합니다, 각하.”

아베의 손은 따뜻했다. 아베의 수행원과 인사를 나눈 서동수가 이제는 의장대를 사열했다. 본래 공항에서 환영사와 답사 의식이 있을 예정이었지만 대한민국 측의 요청으로 생략하고 서동수는 아베와 함께 차에 올랐다. 둘이 뒷좌석에 나란히 앉은 것이다. 리무진의 앞쪽 마주 보는 자리에 일본 외무상 다케시마와 대한민국 외교장관 유춘식이 앉았다. 이것도 양국이 합의해서 자리를 만든 것이다. 차가 출발했을 때 날씨 이야기를 마친 아베가 본론을 꺼냈다. 모두 영어를 사용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각하. 그리고 일·한 양국의 우호가 더욱 증진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아베를 보았다.

“그랬으면 오죽 좋겠습니까? 역사를 보면 양국이 잘되기를 바란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렇지 않습니까?”

준비된 말이 술술 나왔다.

“글쎄요.”

아베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서동수보다 연상인 데다 전후(戰後) 가장 강력한 지도자로 10년 가깝게 일본을 통치하고 있다. 더구나 아베 가문(家門)은 명문으로 서동수와 비교도 되지 않는다. 아베가 말을 이었다.

“우리, 새 역사를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본은 대한민국의 실체를 인정합니다. 그리고 동반자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도 말을 이었다.

“과거사에 연연하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으니까요.”

“일본이 적극적으로 협조해 드리지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걸려 있는 문제를 처리하고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무엇이지요?”

둘의 대화가 통역 없이 진행되는 동안 앞쪽의 유춘식과 다케시마는 숨을 죽였다. 그리고 그들의 긴장감이 점점 높아졌다. 이제 서동수가 대답할 차례다. 서동수가 정색하고 아베를 보았다.

“대마도 반환입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얘기입니다.”

아베가 즉각 대답하더니 머리까지 저었다. 쓴웃음을 띤 얼굴로 아베가 서동수를 보았다.

“대마도가 일본령이란 것은 아마 한국 사람들도 다 알 것입니다. 그건 전쟁을 일으키려는 억지 주장이지요.”

“그렇습니까?”

이맛살을 모은 서동수가 아베의 눈을 보았다.

“우리도 자료가 많은데요, 총리 각하. 일본 자료가 조작되었다는 증거도 있습니다. 대마도에 있는 자료를 소각했다는 증거도 있지요.”

“각하, 지금 우리는 대마도 문제로 만나는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대한민국과 일본이 아시아의 주도국으로서 함께 나아가자는 상의를 하려는 것입니다.”

“그럼, 오늘 대마도 이야기는 그만하겠습니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일본은 지금까지 수천 년 동안 한반도를 침탈했습니다. 수없이 한반도를 침략하고 점령하고 식민지로 삼았지요. 그런데 이런 동반자 제의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서동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총리 각하, 격세지감이 느껴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