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결손가정 제자 엄마처럼 챙기고… 방과후 ‘수학노트’로 꿈 응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은지(앞줄 왼쪽 두 번째) 교사가 경기 여주시 여강고 교정에서 학생들과 단체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은지 교사 제공

여주 여강고 오은지 교사

“저에게 선생님은 저를 가르치셨던 수십 명의 선생님 중에 가장 특별한 분입니다. 수학도 선생님 덕분에 쉽고 재미있어졌어요. 매일 저를 위해 애써주시는 선생님의 마음을 알기에 선생님만 보면 자꾸 눈물이 나요. 내 인생 최고의 선생님, 사랑합니다.”

오은지(33) 경기 여주시 여강고 교사가 최근 제자 김민규(가명·18) 군으로부터 받은 편지다. 오 교사는 지난 2013년 교사로 부임한 첫해 결손가정의 김 군을 만나 지금까지 자식처럼 돌보고 있다.

오 교사는 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과 지내는 게 너무 좋아서 연애 한번 제대로 못 하고 결혼도 못 했지만, 민규와 같이 나를 엄마처럼 믿고 따르는 제자들이 있어서 외롭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 교사는 지난 3년 동안 김 군 옆에서 부모님을 대신해 항상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변변한 용돈도 받지 못하는 김 군의 간식과 영양제를 챙기는 것도 오 교사가 도맡았다. 그는 “민규는 친구의 생일 선물을 사거나 간식 사는 것조차 힘든 형편”이라며 “내가 직접 간식을 사주면 아이에게 부담이 될지 몰라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쓰는 친구들에게 부탁해 민규 모르게 간식과 비타민을 전하곤 한다”고 말했다.

오 교사의 보살핌 덕분에 김 군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학교성적과 생활태도 모두 우수한 학생으로 성장했다. 오 교사는 “민규는 회장, 방송부장 등을 맡아 솔선수범하고 있다”며 “학업성적도 고등학교 입학 초기 2등급 정도였지만, 이제는 평균 1.5등급으로 지속해서 향상하고 있어서 교사로서 뿌듯하다”고 밝혔다.

오 교사는 김 군이 대학을 졸업하고 자신의 꿈인 항공 엔지니어가 될 때까지 응원을 이어갈 생각이다. 그는 학원에 다닐 형편이 되지 않는 김 군과 비슷한 형편의 제자들에게 ‘수학노트’를 만들어 하루에 3문제씩 풀이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노트에 매일 규칙적으로 문제를 풀어오면 점수를 매겨주는 방식으로 지도하면서 아이들이 수학에 흥미를 느끼게 하고 있다.

오 교사는 김 군 외에도 가정환경이 어려운 제자들을 돕는데 주저함이 없다. 그는 학교에서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고 싶어도 저녁 급식비가 없어 망설이는 제자들을 위해 급식비까지 대신 내주기도 한다. 그는 “경제 사정이 어려워 급식비조차 내지 못하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말했다. 제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꿈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장학금지원사업을 알아보고 추천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뉴질랜드에서 유학을 마치고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교직에 입문한 오 교사는 펼치고 싶은 꿈이 많다. 그는 “어릴 때부터 교사를 꿈꿨기 때문인지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다”며 “‘봉사하는 직업인’이라는 사명감으로 나보다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도 가끔은 학생들을 챙기느라 개인 시간이 모자라고 육체적으로 힘든 순간이 있었지만, 제자들의 ‘손편지’ 하나에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

그는 언젠가 다문화가정이나 결손가정 학생들을 위한 학교를 짓고 싶은 바람이 있다. 오 교사는 “공부의 의미를 잘 모르고 진로를 잘 결정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꿈을 찾을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며 “아직은 경험이 부족하지만, 교사 생활을 좀 더 하고 경험을 쌓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교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은 교권 회복과 아동이 행복한 환경 조성을 위해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