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難局·김영란法이 부추긴 ‘소비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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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렬 연세대 교수 경영학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생산·투자·건설 등 실물지표가 동반 추락했다. 산업 생산은 2개월 연속 하락했고, 설비 투자는 9월보다 0.4%, 건설 기성은 0.8% 감소했다. 또한,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1~10월 우리 수출 주력품 13개 중 컴퓨터를 제외한 전 품목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우리 경제 상황으로 인해 2017년, 제2의 IMF 외환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경제 상황은 생산을 늘리고 투자를 확대하는 소비가 저조한 것이다. 지난 9월 소매판매율 -4.5%의 기저효과와 더불어 ‘코리아 세일 페스타’ 특수로 10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5.2% 늘었으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과 ‘최순실 게이트’ 파장으로 소비절벽, 더 나아가 소비증발을 우려하게 한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의 최근 조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 조사를 보면 조사 대상 479개 외식업체 중 63.5%의 매출이 줄었고, 평균 매출 감소율은 33.2%였다.

결국, 현재의 난국(難局)으로 인한 경제 및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국민은 현재의 소비보다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한 현금 자산을 보유하려는 성향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가계부채 문제가 겹치면서 소비심리가 더 꽁꽁 얼어붙고 있다. 이러한 소비 감소는 생산과 투자를 통한 고용 창출은 물론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서민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어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사회적 체감 정도는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소비 진작을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장기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여나가야 한다. 그동안 저조했던 소비를 연말연시 특수로 높여나가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의 소비 세제 혜택, 저소득층에 대한 재정 지원, 임시 공휴일 추가 지정 등과 같은 정책적 소비 유인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강력하게 실행할 수 있는 경제사령탑의 임명이 필요하다. 기업 차원에서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코리아 세일 페스타’와 같은 각종 할인 행사는 물론 종업원에 대한 연말 상여금 지급 확대, 지역사회를 위한 소비 및 재정적 후원 등과 같은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여나가는 방안을 하나씩 준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정부와 정치권은 청탁방지법 시행에 따른 사회적 문제점을 직시하고 이를 근거로 법적 재정비를 해야 할 것이다. 청탁방지법이 제안된 당시의 근본 취지 ‘이해충돌 방지’에 충실한 법적 재정비가 이뤄진다면 우리 사회 구성원이 겪는 불확실성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또한, 현재의 소비가 더 큰 미래의 소비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정부 차원의 정책적 신뢰를 쌓는다면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많이 해소될 것이다.

국민이 소비의 주체라면 기업은 생산과 투자의 주체다. 국민은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다. 따라서 우리 경제 발전을 위해서 국민과 기업은 함께 소비를 늘리고 이를 통해 생산과 투자를 확대하는 ‘협력해서 선’을 이루는 주체가 돼야 한다. 노사가 대립할 게 아니라, 협력을 통해 상생한다면 미래의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소비-생산-투자가 선순환을 이룰 것이다. 국민이 기업을 사랑하고 기업 역시 국민을 사랑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