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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6년 12월 02일(金)
“트럼프, 보호무역 못할 것… 관세 올리면 自國소비도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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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으로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한국경제 현안과 외교정책 방향, 북한핵 대응 방안 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은 새로 출범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정책을 ‘환율전쟁’ ‘제한적 보호무역주의’ ‘강한 군대의 육성’이라고 요약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미국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는 솔직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미국 학사와 석·박사 졸업장을 갖고 있지만 겸손했다. 세계의 흐름에 대한 명쾌한 진단, 해법에 대한 기대감이 둔기로 머리를 맞은 듯 순식간에 날아갔다. 인간의 삶, 그것들이 모인 집단과 조직의 행위, 더 크게 나아가 국가의 정책은 이해·이익과 갈등구조의 집합체다. 대한민국호에는 항로가 필요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은 그 미지의 길에 나침반을 제공한다. 북한핵 해법을 물었다. 함 원장은 “북한과 중국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으면서, 한국과 미국이 원하는 사항을 얻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북한과 중국 입장에서 보면 역(逆)의 정의도 가능하다. 지난 11월 22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함 원장을 만났다.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대북정책의 방향이 궁금합니다.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 내정자 등 트럼프 내각이 국가안보주의자인 이른바 ‘매파’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주변 인사들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북한 핵문제에 대한 전략적 인내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비판해 왔습니다. 공화당 보수진영에서도 ‘오바마 재임 8년 동안 북한은 3번이나 핵실험을 했는데 대북정책이 완전하게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결국 대북정책 기조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하게 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미국이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청사진이 없습니다. 북한의 반응과 중국의 태도 등 변수가 많은 만큼 내년 상반기는 되어야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보유 인정과 핵동결을 전제로 하는 협상과 대화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예측을 한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강경하게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재에 중점을 두면서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고립주의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고립주의가 아니라 미국 우선주의입니다. 주한미군 분담금 증액 문제를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은 커다란 틀에서 봐야 합니다.”

―미국의 아시아 리밸런싱(재균형)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나요.

“트럼프 진영에서는 오바마 행정부의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아시아로의 회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아무런 성과가 없는 정책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고작해야 미군 병력 순환배치 정도인데 대단한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지요. 군사적 조치는 하나도 취하지 않고 오히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같은 정책을 취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은 모순을 안고 있었습니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지만 TPP는 공화당에 의존했습니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주의에 반대해 왔고, 공화당은 자유무역주의에 찬성해 왔지요. 그래서 오바마는 민주당 표가 있어야 TPP가 통과될 수 있으니, 우리가 TPP를 하지 않으면 아시아·태평양, 동아시아의 모든 경제 질서를 중국이 장악한다는 논리로 접근했습니다. 우리가 선제적으로 장악하려면 TPP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지요. 그러나 트럼프 진영은 그러잖아도 미국의 경제기반을 무너트리는 자유무역협정(FTA)을 마치 굉장한 동아시아 전략인 것같이 포장하지 말라는 입장입니다.”

―트럼프 당선자의 국방정책은.

“오바마 대통령이 ‘핵 없는 세계’를 8년 동안 주창하면서 미국의 핵무기는 노후화됐고, 전함이 수백 척 줄어들었습니다. 트럼프 진영에서는 그런데도 전력 증강 투자를 거의 안 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TPP에만 매달렸다고 비판합니다. 그래서 미국의 산업기반도 무너졌다는 논리입니다. 국방예산을 늘려 군대를 강하게 육성하고, 걸림돌이 되는 시퀘스터(연방정부 예산 자동삭감) 제도도 없애버리라는 겁니다. 중국에 대해선 환율 저평가-무역 불균형-핵개발 북한 지원-군사대국화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환율을 저평가시키고 모든 공장을 유치해 돈을 엄청나게 벌고, 다시 그 돈으로 해군력을 증강해 남중국해로 밀고 들어오고, 핵무기를 개발하는 북한을 보호하고 있는 상황이 말이 되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트럼프의 주장입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자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존경하면서 롤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워싱턴 싱크탱크 인사들과 많이 접촉하는데, 트럼프는 어떤 성향의 인물입니까.

“언론이 트럼프를 무뚝뚝하고 거만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트럼프를 직접 접촉한 사람들은 모두 놀란다고 합니다. 처음 만나면 너무나 점잖고 열심히 대화에 임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직접 만나본 적은 없고요(웃음). 개인적인 매력이 분명히 있고, (그 매력이) 넘치는 사람입니다.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를 취재했던 미국 기자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무대 뒤에서 일하고 짐을 나르는 노동자들에게도 스스럼없이 말을 걸고 따뜻하게 인사를 건넨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은 재판정에서 날카롭게 대립하지만 논쟁이 끝나 커피를 마실 때는 다정하지요. 공사 구별이 철저한 사람들입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1월 트럼프를 만나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눴지만 트럼프는 취임 시 TPP 철회를 선언했습니다. 미국을 잘 알아야 하고 트럼프를 분석해야 합니다.”

―일본 얘기가 나왔는데, 일본은 미국에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는데요.

“일본은 대미외교에 엄청난 물량공세를 퍼붓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에 일본은 막대한 금액을 지원합니다. 사사카와(笹川) 평화재단을 필두로 일본 기업들 역시 미국의 주요 대학에 연구 지원금을 기부합니다. 트럼프 역시 세계 3대 경제대국인 일본의 파워를 알고 있습니다. 일본은 주도면밀하게 미국에 다가가고 있고, 외교에서 결과가 나오도록 용의주도하게 움직이죠. 미국과 일본은 과거 태평양전쟁에서 총칼을 겨눴지만 인적·지적으로 가까운 관계입니다.”

―미·중 관계의 향방을 어떻게 전망하나요. 보호무역주의가 예상되는데.

“중국에 대한 트럼프의 시각은 과거 미국의 ‘재팬 배싱(Japan bashing·일본 때리기)’과 같습니다. 트럼프가 세계를 보는 눈은 1980년대 일본이 막강한 자본력으로 미국 건물을 사들일 때의 분노로 요약됩니다. 그때의 일본을 지금 중국이 반복하고 있다는 시각입니다. 당시 미국은 주요 5개국(G5)을 동원해 플라자 합의를 이끌면서 하루 아침에 엔화 환율을 3배로 올렸습니다. 이후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10년, 20년을 겪으면서 하향세로 갔지요. 트럼프는 저평가된 위안화 환율을 끌어올려 미국의 경쟁력을 회복해 나가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습니다. 재팬 배싱에 가장 앞장섰던 인물 중 한 명이 트럼프입니다. 트럼프 당선에 기여한 러스트벨트 지역, 미시간주와 위스콘신주 사람들의 지지에 보답하는 길이지요.”

―한·미 간 무역마찰이나 FTA 재협상으로 우리 수출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습니까.

“러스트벨트의 백인 노동자들은 한·미 FTA보다는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환율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한·미 FTA를 건드리지 않더라도 미·중 간에 무역 마찰이 발생하면 국내기업들은 타격이 큽니다. 한국과 중국, 미국 제조업의 글로벌 네트워크 구조를 눈여겨 봐야 합니다. 아이폰을 예로 들어 보죠. 아이폰이 잘 팔리면 애플은 물론 삼성이 돈을 법니다. 애플은 아이폰 설계를 하고, 삼성이 메모리 반도체와 액정 부품을 공급하며, 중국이 조립해 세계시장에 파는 구조입니다. 트럼프는 애플 아이폰 제조공장을 본국으로 유치하려고 합니다. 구조상 중국의 대외수출이 타격을 받으면 당연히 우리도 타격을 받게 됩니다.”

―보호무역주의는 신자유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셈인데요.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전면적으로 추진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지금 미국에서는 전자레인지 한 대, 신발 한 켤레도 제조하지 않습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거의 대부분 월마트에서 쇼핑하는데 중산층 이하 계층이고, 월마트에서 팔리는 공산품의 90%는 중국산입니다. 대형 텔레비전이 월마트에서 300, 400달러입니다. 보호무역주의로 관세를 높게 부과하면 판매가격이 올라가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갑니다. 중국이 빠르게 성장한 지난 30년 동안 세계경제는 중국 중심 매뉴팩처링이 이뤄지도록 구조가 짜였습니다. 하루 아침에 구조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트럼프는 국내 일자리 보호를 위해 몇 가지 상징적인 조치를 취하겠지만 전면적인 재조정은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금융시장 요동 등 예측하기 힘든 부작용도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을 대부분 예측하지 못했는데, 한국 외교의 어제와 오늘, 미래의 평가를 부탁합니다.

“저를 포함해서 이번에 미국 대선을 보면서 절실하게 느낀 사항이 있습니다. 미국을 안다고 하면서도, CNN만 보고 워싱턴을 왔다갔다 하는 것에 불과했습니다. 미국민들도 트럼프 당선에 깜짝 놀랐는데, 우리는 당연할 수 있다고 하겠지만 심각하게 돌아봐야 합니다. 미국은 세계 최강 국가고 우리가 안보를 위탁한 동맹국입니다. 요즘 ‘우리가 얼마나 미국을 모르고 있나. 몰라도 이렇게 모를 수가 있나’라며 우리 연구원 박사들하고도 얘기합니다. 이번 대선 결과를 우리 연구원에서 박사 한 명만 맞혔습니다. 당선 예측 내기를 했는데 50만 원의 상금을 탔을 정도지요. 그는 트럼프 관련 저서들을 통독했다고 하더군요. 미국을 더 잘 알아야 합니다. 트럼프가 한·미 FTA에 대한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중국과의 전반적인 불공정 경쟁의 문제를 염두에 두면서 한국 얘기를 꺼낸 것입니다. 우리는 준비를 해야 합니다. 미국 기업 공장이 한국에는 드물지만 한국 기업 공장이 미국에 많다는 사실을 강조해야 합니다. 또 트럼프의 세계관도 이해해야 합니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트럼프의 표면적인 말처럼 ‘증액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은 철수할 테니, 핵무기 만들어 너희가 스스로 지켜라’는 단선적 의미로 이해하지 말고, ‘미국이 강한 해군을 만드는 데 한국도 기여할 테니, 위기를 느낀 중국이 북한 핵문제에 적극 나서도록 하자’는 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한·일 군사보호협정(GSOMIA) 발효로 자위대가 한국에 진출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영원한 정한론, 일본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 듯합니다. 일본은 한국을 집어삼키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퍼져 있는 듯합니다. 우리를 지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누구로부터 우리를 지킬 것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의 방법이 나오게 됩니다. 외교·안보 정책도 달라지고 우선순위도 정해집니다. 지금 우리를 위협하는 대상은 일본이 아니라 북한입니다. 북한을 제어할 수단과 방법에 도움이 된다면 해야 되는 것이죠. 한·일 GSOMIA 발효로 일본 자위대가 한국 영토에 주둔할 길이 열렸다는 것은 억지입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한반도에 들여오면 중국은 당연히 반발합니다. 중국 국내 정치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국제정치 무대는 복잡한 체스판입니다. 그러나 한국 정치는 말들이 따로 놀고 있지요. 싱크탱크와 정당, 정부의 힘과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그랜드 체스가 필요합니다. 외교·안보적 관리를 해야 합니다. 위험요소가 0%인 정책은 없습니다.”

―한·미의 대화파들은 핵동결과 북·미평화협정 체결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 담당자들은 북한과 대화창구를 닫아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식량지원과 핵개발 중단을 맞바꾸는 2012년 2·29 합의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조건이 문제였습니다. 북한은 북·미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면서 주한미군 철수와 확장억제 핵우산 제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원하는 사항을 들어주면 언제든지 대화는 가능합니다. 결국 북한과 중국이 원하는 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서 한국은 원하는 것을 얻어야 합니다.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해서 지금까지 제대로 압박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이란식 전면제재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나서자 심지어 아동병원의 의약품이 동날 때까지 가혹한 금수조치에 나섰습니다. 경제가 완전히 붕괴되는 상태까지 이란을 몰아쳤습니다. 지금 국제사회는 핵무기 만드는 몇몇 사람들과 단체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렸을 뿐입니다. 북한을 철저하게 봉쇄해야 효과가 나타납니다.”

―북한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을 견인할 방안은 무엇입니까.

“결국 채찍과 당근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한국과 미국의 목표는 북한의 핵 포기인데, 북한에는 정권의 생존이 달려 있는 사안입니다. 중국에도 생존까지는 아니지만 북한은 한국전쟁에서 피를 흘리면서 지킨 전략적 완충지입니다. 우리가 아무런 피해와 손실도 없이 북한에 핵포기를 요구하고 중국에 핵심이익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비핵화로 간다면 모든 것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협상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합니다. 미국도 비핵화만 된다면 어떤 조건에도 합의하겠다는 태도입니다. 마이클 멀린 MGM 컨설팅 대표, 보니 글레이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 에반 메데이로스 유라시아 그룹 연구원은 최근 미국외교협회(CFR)가 발간한 ‘북한에 대한 보다 선명한 선택(A Sharper choice on North Korea)’ 보고서에서 주한미군 미래조차도 협상 카드로 사용하라고 언급했습니다. 철수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지요. 그런데 북한의 핵무장 해제 조건으로 한·미 동맹 해체와 핵우산 제거가 이뤄진다면 우리에게는 또 다른 새로운 상황이 발생합니다. 북한 정권이 유지되고 100만 정규대군도 남아있는 상황에서 핵강국인 중국 옆에서 우리 스스로 나라를 지켜야 하는 문제가 남게 됩니다.”

―핵무장을 통한 공포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미국은 한국에 전술핵 재배치와 자체 핵무장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합니다. 확장억제, 핵우산으로 한국을 방어해 주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몇 십년 동안 핵우산이 있었지만 변한 것은 하나도 없고, 북한은 핵무기만 개발했지요. 지금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위협하면서 핵우산 제거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외칩니다.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을 걷어버리라는 얘기입니다. 북한의 핵무기가 100기로 늘어나면 한반도 안보여건은 180도 달라집니다. 전술핵이 재배치되면 가장 먼저 북한의 오판을 막는 효과가 생깁니다. 북한이 핵공격을 검토하는 상황이 되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생각할 것입니다. 미국 네바다주의 미사일 기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날아와 평양을 때리거나 괌에서 전략폭격기들이 핵무기를 발사하는 경우지요. 주한미군에 전술핵이 배치되면 핵무기 억제효과가 더욱 증대됩니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핵공격 도발의 요인이 감소하게 됩니다. 바로 공포의 균형입니다. 김정은의 오판을 1%라도 줄일 가능성이 있으면 우리는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해야 합니다. 물론 이것이 근본적 해결책은 아닙니다. 비핵화를 위해 끊임없는 압박과 제재에 나서면서 중국을 설득하고, 동시에 북한 핵무기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모든 무기체계와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북한 핵무기가 없으면 우리가 전술핵을 가지고 있을 필요도 없고, 협상에서도 함께 폐기하면 되니까 오히려 카드가 될 수 있는 거죠.”

―지난 9월 발표된 중국 랴오닝(遼寧) 훙샹(鴻祥) 그룹의 대북 불법 거래 보고서는 파장이 컸습니다.

“발표 전에 백악관과 국무부에 내용을 알려줬더니 바로 연방수사국(FBI), 재무부, 법무부 등 세 곳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도 비슷한 사안을 조사 중인데, 발표 유보를 해달라’는 요청이었죠. 발표 시기가 3번이나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거쳤는데, 미국 정부가 워낙 신경을 쓰니 사실 좀 은근히 겁도 나더라고요.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은 대북제재 관련 청문회에서 ‘아산정책연구원의 역할이 컸다’고 자기네 정부 사람들에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연구원의 국제전망 주제는 무엇입니까.

“매년 연말에 정세전망 보고서를 내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 전 보고서 제목을 ‘리세팅’(Resetting·재조정)으로 잡았습니다. 사실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토대로 미국의 정책을 전망하려는 의도였는데, 정말로 리세팅하게 됐습니다. 2016년 주제는 뉴노멀(New normal·신정상)이었습니다. 유럽연합(EU)의 붕괴와 테러 확산 상황 등을 정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 제기였습니다. 근본적인 측면에서 트럼프 당선을 통한 새판 짜기가 미국에서 일어날 것으로 판단됩니다. 지속적으로 고민해 나가야지요.”

―한국 싱크탱크의 리더로서 아산정책연구원의 계획은.

“우리 연구원은 순수한 공익 목적의 공공연구원입니다. 당면한 외교·안보 현안과 관련해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과 일본,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외교·안보 정책을 집중적으로 연구합니다. 트럼프 당선을 지켜보면서 기존의 여론조사 위주의 전망과 분석도 해야겠지만 정치적 현안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문화인류학자가 사람의 행동과 태도를 분석하듯이 외교·안보 현안을 들여다봐야 정확한 분석이 가능합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더 객관적으로 미국에 대한 연구를 하고, 중국을 들여다봐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국익을 위한 외교·안보 정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 연구원의 목표입니다.”

인터뷰 = 이제교 차장(정치부) jklee@munhwa.com
정리 =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mail 이제교 기자 / 사회부 / 부장 이제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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