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가 바로 서야 경제가 바로 선다 - 上>“부실감사 처벌 강화도 중요하지만 기업·회계법인 ‘甲乙관계’ 손봐야”

정확한 회계감사하려면…

제대로 된 회계감사를 기대하려면 부실감사에 대한 처벌 강화보다 기업과 회계법인 간 ‘갑을관계’의 고리를 먼저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실감사를 한 회계법인 대표이사가 직접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분식회계를 저지른 회사 외에도 이를 걸러내지 못한 회계법인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인 게 특징이다.

이 밖에도 최근 국회에 발의된 외감법 개정안에는 담당 회계사 처벌강화와 회계법인 등록취소·영업정지 등 회계법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선 회계법인에 대한 처벌 강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회계법인 ‘빅4’(삼일·안진·삼정·한영) 소속의 한 관계자는 “분식회계를 저지른 기업과 이를 제대로 감사하지 못한 회계법인에 처벌을 강화하는 건 맞는 방향”이라며 “하지만 회계법인이 제대로 감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회계법인은 기업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면서도 ‘을’의 위치인데 이를 그대로 둔 채 처벌만 강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2년 기업이 감사인을 선임하는 ‘자유 선임제’를 채택했다. 이 제도는 감사인끼리 경쟁을 유도해 감사 품질을 높이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소유와 경영의 미분리 등 기업 지배구조가 선진국과 다른 한국의 현실에서 피 감사인이 감사인을 선임하는 구조는 필연적으로 갑을관계 형성을 초래했다. 기대했던 품질 경쟁 대신 가격 경쟁만 촉발해 저가 수주로 인한 감사 품질 저하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회계사 출신의 금융권 관계자는 “분식회계가 드러난 이후 처벌만 강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자유 선임제 등을 손봐 갑을관계 고리를 끊고, 회계법인의 독립성과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