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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6년 12월 05일(月)
한국 ‘포스트 단색화’, 추상 작가들에 주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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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익 작가의 ‘땡땡이 시리즈’ 그림 중 하나인 ‘얇게…더 얇게…#16-83’(91×117㎝). 제목인 ‘얇게…더 얇게…’는 빠른 속도로 반복되는 캔버스 작업으로 인해 나타난 작품의 얇아진 표면효과를 의미한다. 국제갤러리 제공

박서보·윤형근 등 단색화
세계 미술시장서 인기 급등
화랑들 포스트작가 발굴展

‘땡땡이’ 시리즈 김용익 개인전
김태호 홍콩경매 등 高價 판매
‘숯의 작가’ 이배 회고전도 주목


‘단색화 이후’ 한국 미술의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

몇 년 전부터 세계 미술시장에서 컬렉터들은 한국의 단색화에 주목했다. 그들은 정신 수양에 가까운 반복적 행위로 화면을 구성하는 게 특징인 단색화를 통해 서양의 모노크롬 그림과는 또 다른 동양적 사유의 깊이를 발견했다.

그래서 박서보, 윤형근, 정상화, 정창섭, 하종현 등 단색화 작가들의 그림은 많게는 10배 넘게 가격이 폭등했다. 그러나 단색화의 흐름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국제나 현대, 학고재 등 국내 주요 화랑들은 ‘포스트 단색화’의 새로운 흐름을 잡기 위해 최근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초에 우후죽순처럼 김정헌, 주재환, 최민화, 강요배, 김봉준 등 민중미술 작가들의 전시가 개최된 것도 그 같은 자구책 마련의 하나였다. 그러나 1980∼1990년대 사회적 분위기에 의해 출발한 민중미술로서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동시대적 개연성을 확보하는 데 분명히 한계가 있다고 평자들은 지적한다.

이런 차에 그동안 저평가돼 온 국내 추상화가들의 작품을 포스트 단색화의 반열에 올리려는 시도가 계속 이어져 눈길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달 30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계속되는 김용익 개인전이다. 단색화 1세대 박서보의 제자이기도 한 김용익 작가는 1970년대 모더니즘으로부터 개념미술, 민중미술 그리고 공공미술에 이르기까지 독창적인 행보를 구축해 왔다. 그는 이번 전시에 1990년대 ‘땡땡이(물방울무늬)’ 시리즈 회화를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한 신작 30여 점을 선보인다.

그는 올해 하반기부터 런던과 서울,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아트페어에서 완판에 가까울 정도로 작품을 거의 다 팔았다. 김용익 작가는 “포스트 단색화 작가로 꼽히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자신의 삶과 예술을 시대에 투영시키며 살아왔을 뿐”이라고 답했다.

김태호 작가도 대표적인 포스트 단색화 계열에 속한다. 노화랑 전속인 김태호 작가의 작품 가운데 1996년 작 ‘내재율’은 지난달 열린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높은 추정가를 웃도는 약 1억500만 원에 낙찰됐다. 미술시장에서는 김태호 작가의 작품 가격이 최근 2∼3년 동안 30% 가까이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월 열린 국내 최대 미술품 견본시장 ‘KIAF 2016’에서도 그의 작품은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잘 팔려나갔다.

또 숯으로 독특한 추상의 세계를 그려 보이는 작가 이배 역시 포스트 단색화 선두주자로 꼽힌다. 내년 1월 8일까지 부산 조현화랑에서 전시를 하는 그는 생테티엔 현대미술관에서의 대규모 회고전을 비롯하여 작년 유럽 최대의 동양예술품 박물관인 프랑스 국립 기메 동양박물관에서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개인전을 개최해 화제가 됐다.

그 외에도 포스트 단색화 작가로 거론되며 장갑을 주제로 회화 같은 설치미술 작업을 해온 정경연 작가가 최근 현대갤러리에서 전시를 했고, 한국실험미술 1세대 작가인 김구림, 이건용도 포스트 단색화 시대를 책임질 주자로 꼽힌다.

한편 미술계 일각에서는 국내 미술의 흐름을 ‘단색화-포스트 단색화’로 나누는 것이 우리의 내재적인 미의식에 대한 연구 없이 미술품 유통시장의 트렌드로만 접근하는 방식이어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언(2015 평창비엔날레 예술감독) 미술평론가는 “포스트 단색화 현상은 특정 작가만의 발명품이나 양식이 아니라 보편성 있는 문화적 DNA로 이해해야 한다”며 “후기 산업사회 혹은 고도 소비사회 병리현상에 대해 어떤 대항적이고 치유적인 문화논리를 가지고 있는지 등에 관한 탐구 없이 화랑가에서 상업적으로만 접근하는 움직임들은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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