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재택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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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범 논설위원

워킹 맘에게 재택근무는 로망이다. 매주(週) 하루씩만 출근하고, 업무용 노트북이 심야 부팅을 못 하게 돼 있다면 꿈의 직장이다. 일본에서는 현실이다. 식품기업 아지노모토는 3500명 전 직원을 대상으로 내년부터 이를 도입한다. 중공업, 자동차, 금융 등 업종을 불문하고 확산하고 있다. 2005년부터 인구 20% 이상이 65세인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어 노동력 부족이 심각한 탓이다. 작년에만 노동 인구가 83만 명이나 감소했고 연간 10만 명 이상씩 노부모 등을 돌보기 위해 직장을 떠나다 보니 아베노믹스 주요 목표도 ‘간병 이직 제로(0)’가 됐다. 한국도 내년부터 65세 이상이 14%를 넘는 고령사회다. 구직난이다 보니 업무·육아·가사에 대한 ‘워킹 맘 고통지수’가 높아도 참고 견딘다. 그래서 재택근무가 절실하다. 효율성 논란은 있지만 선망 대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사고 당일 7시간 행적 때문에 시끄럽다. 청와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전까지 11차례 서면 보고와 10차례 유선 보고 및 지시가 오갔다고 했지만 대면 보고는 없었다. 결국 관저에서 재택근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이 매일 오가며 대면하는 바로 곁의 최측근 부속비서관과도 자주 전화 통화를 했다는 것은 두 사람이 같은 장소에 있지 않았다는 뜻이다. 검찰이 정호성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두 대에서 발견한 다수의 녹음파일은 또 다른 재택근무의 정황증거다. 어떤 비서실장은 퇴임 때까지 두 번의 대면 보고를 했고, 아예 한 번도 못한 전·현직 수석도 많다고 한다. 각부 장관들도 마찬가지다. 서면 보고를 선호하는 것 역시 재택근무 가능성과 닿아 있다. ‘세월호 7시간’에 국한되지 않음을 시사한다. 박 대통령이 얼마나 자주 또는 오랜 기간 재택근무를 했는지 알 길이 없다. 관저에는 업무 보고 및 지시를 위한 유무선 설비가 잘 갖춰져 있다고 한다.

대면 보고가 싫어서 재택근무를 한 것인지, 재택근무하느라 서면 보고를 받은 것인지 모를 일이다. 근태 문제로 대통령에게 시비를 걸 ‘간 큰’ 참모는 없을 것이다. 서면 보고와 재택근무가 소통 부족을 낳았으며, 결국 임기 중 퇴진이라는 역사적 불행까지 가져왔다고 하면 논리 비약일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도 그래서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앞으론 대통령 출근부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다. 재택근무가 꿈인 워킹 맘들은 어떻게 생각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