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1015) 49장 제3제국 -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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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와 악수를 나누는 서동수는 웃는 얼굴이다. 지금 서동수는 아베와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일본을 떠나고 있다.

“아베가 불안한 상태야.”

리모컨으로 TV를 끈 푸틴이 앞에 앉은 메드베데프와 FSB 국장 체르넨코를 번갈아 보았다.

“하지만 노련하지. 서동수를 미국에서 귀국하는 길에 끌어들이는 것을 보라고.”

“서동수가 거부할 명분은 없었습니다, 대통령 각하.”

체르넨코가 대답했다. FSB는 러시아연방 정보국으로 전신(前身)이 KGB다. 푸틴도 FSB 국장 출신인 터라 측근을 기용하고 있다. 체르넨코가 말을 이었다.

“아베는 한·일 동맹을 제의했다면서 평화 분위기를 연출했지요. 서동수가 거부를 하더라도 주도권은 잡은 셈입니다, 대통령 각하.”

푸틴과 메드베데프가 머리를 끄덕였다. 서동수는 기자들이 회담 내용을 묻는 질문에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는 말만 한 것이다. 그때 푸틴이 메드베데프에게 말했다.

“우리가 한랜드를 내놓은 것처럼 중국도 동북3성을 내놓은 상황이야. 올인은 아니더라도 자신감이 없으면 그렇게 못한다는 것은 알아야 돼.”

“압니다, 각하.”

정색한 메드베데프가 머리를 끄덕였다.

“중국도 동북3성을 미끼로 한반도와 한랜드까지 넘볼 수도 있을 테니까요.”

“중국은 오래전부터 한반도의 역사에까지 손을 대고 있었습니다.”

체르넨코가 마른 얼굴을 들고 푸틴을 보았다.

“동북공정이라고 중국은 2002년부터 고대 한반도의 왕국이 동북3성 지역까지 뻗어나갔던 역사를 지우려는 작업을 시작했지요.”

“오, FSB 국장이 역사도 연구했군.”

감탄한 푸틴이 정색했다.

“계속하라고, 국장.”

“예, 그 동북공정은 중국의 국가 최고 학술기관인 사회과학원과 동북3성이 모두 참여한 대규모 작업이고 지금도 계속되는 상황입니다.”

“그 목적은 무엇인가?”

“당연히 한반도가 통일되었을 때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역사분쟁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동북공정을 덮어두고 동북3성을 한랜드에 개방시켰단 말이지?”

“예, 각하.”

“어쩐지 으스스하군.”

“대한민국 측에서 그것을 모를 리가 없습니다, 각하.”

체르넨코가 차분한 시선으로 푸틴을 보았다.

“대한민국도 남한 정부 시절에 그에 대항하는 동북아역사재단이란 조직을 만들었으니까요.”

머리를 끄덕인 푸틴이 다시 메드베데프와 체르넨코를 번갈아 보았다.

“우리가 대한민국과 연합하면서 동북아, 나아가서 아시아 대륙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것은 사실이야. 한국과 우리 러시아의 윈윈이지.”

어깨를 부풀린 푸틴이 말을 이었다.

“잘 알겠지만 대한민국 하고는 당분간 함께 나아가야 돼. 거기에 중국이 끼어든 상황이니 동북아는 격변기를 겪으면서 발전할 거야.”

푸틴의 두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러시아, 대한민국, 중국의 3국 전쟁이야. 그리고 동북아의 패자는 아시아, 아니 세계의 패자가 될 거야.”

심호흡을 한 푸틴이 다시 메드베데프를 보았다. 메드베데프는 후계자다.

“머릿속에 잘 새겨둬, 메드베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