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도 교수의 식품 오디세이>환경호르몬 ‘비스페놀A’ 줄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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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도 ‘식품용기에 대한 비스페놀A 사용 금지 법안’을 논의 중이며, 그 같은 분위기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물론 기술적으로 비스페놀A를 대체할 수 없으면 예외로 인정되며, 비스페놀A가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에는 ‘유해성 주의표시’ 부착이 요구된다. 그 여파가 우리나라에도 미치고 있다.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관계부처와 협업을 통해 ‘세척제, 일회용 컵·숟가락·젓가락·이쑤시개 등 위생용품’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한다고 하며, 곧 ‘위생용품관리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알려진 내분비계 장애와 관련된 대표적 물질로는 식품이나 음료수 캔의 코팅물질 등에 사용되는 ‘비스페놀A’, 과거 농약이나 변압기 절연유로 사용됐던 ‘DDT’와 ‘PCB’, 소각장에서 주로 발생되는 ‘다이옥신류’, 합성세제의 원료인 ‘알킬페놀’, 플라스틱 가소제로 이용되는 ‘프탈레이트에스테르’, 스티로폼의 성분인 ‘스티렌다량체’ 등이 있다.

‘비스페놀A’는 1891년 러시아 화학자 디아닌(Dianin)에 의해 처음 합성됐다. 이 물질은 ‘2개의 페놀(bis-phenol)’과 1개의 ‘아세톤(acetone)’이 결합된 것으로 A는 아세톤의 약어다.

비스페놀A는 폴리카보네이트나 에폭시레진 등에 이용되는데, 에폭시레진은 내구성이 뛰어나고 화학물질에 의한 변형이 적어 식품이나 음료 캔의 보호용 코팅재로 주로 이용된다.

이러한 소재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값이 싸 생활에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포장재로부터 용출된 비스페놀A는 체내에서 호르몬처럼 작용할 수가 있는데, 실제 호르몬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이상반응을 일으켜 인체 유해성 문제를 일으킨다. 물론 비스페놀A는 미량 노출 시 그리 치명적인 독은 아니다. 반수치사량(LD50)도 체중 ㎏당 2∼3g으로 소금(4 g)보다 2배 정도 급성독성이 강한 물질이라 보면 된다. 그러나 다량의 비스페놀A에 노출되면 급성독성이 문제가 아니라 내분비계 장애인 호르몬 이상을 일으켜 기형아 출산, 태아사망, 불임, 유방암, 성조숙증, 성기능 장애 등을 야기할 수 있다.

대부분의 비스페놀A는 4∼5시간 내에 소변을 통해 체외로 배출되지만, 매일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체내에 축적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최근 영수증에 사용되는 잉크에서 비스페놀A가 검출돼 일상생활에서의 비스페놀A 노출이 매우 심각함을 보여줬다. 일상생활에서는 폴리카보네이트(PC) 소재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데울 때 비스페놀A의 용출 가능성이 가장 높은데, 특히 고온 가열 시 용기의 깨진 부위로 더 많은 양이 용출된다고 한다.

비스페놀A의 피해를 줄이는 방법으로는 식품용 캔 사용을 줄이고, 특히 뜨겁거나 액체상태 식품의 경우 가능한 한 유리, 도자기, 스테인리스스틸 재질의 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소비자시민모임에서 제안하는 소비자 스스로의 환경호르몬 예방수칙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농산물 섭취, 플라스틱 분유병 사용 억제(모유 수유 권장), 플라스틱 제품 사용 자제, 쓰레기 배출 최소화, 플라스틱 용기의 전자레인지 사용금지, 표백이 덜 된 제품 사용 등인데, 무엇보다도 올바른 생활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