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진주만 방문때 일본군 공격 사죄 안할 것”

- 日 관방 정례브리핑서 밝혀

前 요미우리기자 美매체서
‘국내 논란 잠재우기’ 지적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는 26∼27일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해 2차 세계대전 당시 희생자 추도 계획을 밝힌 것을 둘러싸고 일본 국내외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직 일본 총리로는 처음 진주만을 방문해 미·일동맹을 과시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일본의 진주만 폭격으로 전쟁이 개시된 만큼 명시적 사과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가 진주만 방문계획을 공개한 것은 아베 정권의 숙원사업인 카지노 리조트 추진 논란과 관련한 ‘관심 돌리기용’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에서 기자로 활동했던 제이크 아델스타인은 6일 미국 매체 더데일리비스트에 ‘아베 총리가 진주만을 방문하려는 진짜 이유’란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그는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 발표에는 국내 정치적 계산이 숨어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발표로 아베 총리가 추진한 카지노 합법화를 둘러싼 모든 논란이 수그러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공영방송 NHK를 포함한 주류 매체의 관심이 미·일 관계로 쏠렸다”며 “이 가운데 카지노 관련 법안은 위원회를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카지노 규제를 완화한 이른바 ‘카지노 해금법안’은 지난 3일 집권당인 자민당을 중심으로 개최된 중의원 내각위원회에서 통과됐다.

또 아델스타인은 “아베 총리가 ‘이번 방문은 희생자 위령을 위한 것이다’고 언급했는데 이 희생자란 표현이 미군을 지칭하는 것인지 일본군을 지칭하는 것인지 모호하다”고도 지적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과 관련해 “전쟁 희생자의 위령을 위한 것이지 (2차 대전을 일으킨 데 대한) 사죄를 위해 가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나가사키(長崎)원폭피해자협의회 관계자는 “일본군의 진주만 폭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만큼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교도(共同)통신은 전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