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권선택 대전시장이 지난 11월 16일 대전시청 집무실에서 현 시국에 대한 의견과 그동안의 시정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대전시 제공
- 권선택 대전시장
공사비, 지하철의 6분의 1
저렴 도시재생· 관광 자원화 큰 도움
대덕특구는 한국의 ‘보물특구’
연구소 무분별 설치 지양해야
명예시장制·시민행복委 성과
민심과 소통하는 ‘경청 행정’
人事에는 프로세스 중요한데
朴정부 시스템 마인드가 없어
인터뷰 = 명승환 인하大교수·노성열 전국부장
지난 11월 16일 대전시청 집무실에서 만난 권선택 대전시장의 표정은 밝았다. 취임 이후 2년여간 그의 발목을 잡아왔던 선거법 재판이 8월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으로 마무리돼 부담을 던 탓인지 노면전차(트램)사업 등 지역사업 현안을 설명하는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쳤다. 권 시장은 작금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원칙, 시스템에 대한 마인드 부재가 공조직의 붕괴를 불러왔다”고 원인을 진단했다. 정통 행정 관료,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다양한 공직을 섭렵한 그는 ‘효율성보다 사람 중심 행정’을 바람직한 시장의 덕목으로 꼽았다. 야당 단체장 중 드물게 중도 온건 합리주의자의 면모가 강한 권 시장이 ‘촛불 시민혁명의 시대’에 특유의 갈등관리 능력을 어떻게 시정에 투영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 한 달여 전부터 사실상 대통령 유고상태다. 시장님은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 인사비서관을 지냈다. 이번에 사람을 쓰고 검증하고 추천하는 과정에서 국정농단이 시작됐다는 시각이 많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인사가 만사라고도 하고 망사(亡事)라고도 하지 않나. 인사 분야는 시스템과 원칙이 중요하다. 주먹구구, 땜질식으로 하면 사고가 나기 마련이다. 인사에는 프로세스가 중요한데 박근혜정부는 시스템 마인드가 없어서 국정에 큰 화를 자초한 것이다.”
― 이번 사태를 보고 특히 충격을 받았던 것 중 하나가 국가의 정상적 운영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류를 체크하고 경고 신호를 울리고 수정하는 것이 제대로 된 국정시스템인데 아무리 문고리 3인방이 있더라도 브레이크가 작동돼야 정상이 아닌가.
“시스템이 아닌 인치 중심으로 통치한다면 무소불위 권력에 누가 대응할 수 있나? ‘너 가만히 있어, 갖고 와’ 하면 누가 대응하나. 대통령부터 그런 인식이 없었다. 외부에서의 얘기나 건의, 추천, 아이디어를 듣는 건 당연하다. 소통과정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경고 시스템이 걸러줘야 한다. 대통령에게 ‘이런 말씀 들어보세요’ 하고 전달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 때 장관 인사 검증에도 토론 과정을 중시했다. 장관 임명 때 총리 모셔놓고 예비 대상자를 불러 면접까지 했다. 서류만 갖고는 안 된다. 대면 검증했다. 그 사람의 생각이나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 국무위원이면 모든 국정에 부분 책임이 다 있다.”
― 역시 소통이 중요할 듯하다. 시장께서도 시민을 중시하는 시정철학을 강조하고 있는데.
“사람 중심 사고는 당연하지만 쉽지 않다. 갈등 사안이 있을 때 효율성만 강조해 밀어붙일 수 있지만 사업 성공의 담보력은 오히려 떨어진다. 비용, 시간, 노력이 필요해도 갈등관리 시스템을 가동시켜야 훨씬 일이 쉬워진다. 전임 시장 때 다 결정된 대전 갑천 호수공원 사업을 환경단체가 거세게 반대했다. 전임 때 결정된 걸 백지화하면 행정 안정성에 엄청난 파장이 온다. 결국 민관 협의체를 만들어 3∼4개월 활동하면서 반대 목소리도 들어서 후유증이 적어졌다. 사람 중심의 사고가 중요한 것이다. 대전시 시민행복위원회는 500명을 초청해 2시간 이상 정책에 관해 토론한다. 총의를 모아보고 정책 결정을 여과시켜 보자는 취지다. 시는 정책 우선순위를 설명하고, 시민들은 자기 의사가 표출되니까 굉장히 흥미있어 한다. 명예시장제, 시민행복위원회 등은 민심과 소통하는 대전시의 ‘경청행정 시스템’으로 성과가 높다.”
― 국내 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1960년대 후반 사라졌던 노면전차(트램)를 대전시가 도시철도 방식으로 채택해 주목을 받고 있는데.
“도시철도 2호선을 트램으로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과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어렵게 선택한 만큼 반드시 성공시킬 것이다. 전임시장 때 지상 고가방식으로 결정됐지만 지난 시장 선거 때 트램을 공약했고, 그동안 시민의견 수렴과 전문가 검토 등을 거쳐 2014년 12월 트램으로 결정, 추진하게 됐다. 미래 대전의 100년을 내다보는 관점에서 ‘사람 중심의 대중교통체계’를 만들어야겠다는 의지에서다. 2년여 동안 전국 10여 개 도시가 트램 도입을 검토하면서 하나의 세력을 형성했다. 공사비가 1㎞당 200억 원 내외로 지하철의 6분의 1 비용으로 건설할 수 있고, 환경적으로도 매우 우수하다. 도시 재생, 관광자원화 등 대전 발전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우리 시는 앞으로 중앙정부와 긴밀한 업무협의를 통해 2025년 개통에 차질이 없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 대전 하면 떠오르는 게 과학기술도시인데 최근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과학기술 메카’로 재도약할 수 있는 복안이 있나.
“40년에 걸쳐 조성된 대덕특구는 대전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보물특구’다. 하지만 대덕특구 내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분원·분소 형태로 흩어지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대덕특구의 연구성과가 지역산업과 연계해 확산되는 게 바람직하지만 지자체, 정치인들의 정치논리와 과도한 유치경쟁에 의해 무분별하게 설치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연구소는 선택과 집중을 강화해야 연구역량을 높이고 과학기술 연구 생태계와 산업클러스터로서의 제 기능이 발휘된다. 내년에 5000여억 원이 투입되는 과학벨트 거점지구 조성사업이 정상 추진되고 기초과학연구원(IBS) 및 사이언스 콤플렉스가 완성되면 세계적 과학기술의 상징이자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첨단 국방산업단지 등 지역산업과 연계해 대전이 과학도시로 정체성을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
― 지금 갈아보자는 에너지가 충만할 때 이걸 계기로 자치분권을 진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있지 않나.
“통치권자들이 과감하게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그린벨트 30만㎡ 이하 개발권을 시·도에 내려줬지만 진짜 내려준 게 아니다. 중앙정부가 ‘협의권’이란 이름으로 승인권을 여전히 갖고 있다. 달라진 건 없다. 물론 자치론자도 꽤 있다. 하지만 국회가 또 막혀 있다. 국회에는 분권론자들이 많지 않다. 자기들과 경쟁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프로필
권선택(61)대전시장은 대학 3학년 때인 1977년 행정고시(20회)에 최연소로 수석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당시 내무부와 대전시, 충남도를 거치면서 중앙·지방행정 경험을 쌓았다. 고속승진을 거듭해 40대 초반의 나이인 1999년 대전시 행정·정무부시장을 지냈고, 이후 행정자치부 자치행정국장을 거쳐 2003년 참여정부 초대 청와대 인사비서관에 발탁됐다. 공직 재직 당시 화재신고 전용이던 119에 종합재난구조 시스템을 접목해 ‘119 구조대’를 창설하는 산파역을 담당했고, 지역인재 발굴과 다면 평가 등을 골자로 한 참여정부 인사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이후 정치인으로 변신해 대전 중구에서 거물급 정치인 강창희 전 국회의장을 꺾고 17·18대 국회의원 재선에 성공했으나 19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지난 2014년 민선 6기 지방선거에서 5%대 낮은 지지율로 시작해 대역전승을 거두며 시장직에 올랐다. △1955년 대전 출생 △대전고 △성균관대 경영학과 △대전시 정무·행정부시장 △청와대 인사비서관 △17·18대 국회의원 △민선 6기 대전시장
정리 =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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