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20대, 20년후 1인자 될줄… 40대, 방향 잘못 잡았더라… 60대, 스스로 만족 안돼… 80대 현재, 아직도 진행중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민경갑 예술원 회장은 “화가로서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작품 세계의 변화를 추구해왔다”고 말했다. 배경의 그림은, 인터뷰가 이뤄진 지난 2일에 그가 “오늘 손을 뗐다”고 말한 작품. 김낙중 기자 sanjoong@

민경갑 화백은

민경갑 화백은 1933년 충남 논산에서 출생해 대전고를 나왔다. 서울대 미대 재학 중에 국전(國展)에서 특선한 후 촉망받는 작가로 주목받았다. 1960년대 화단 입문 초기부터 추상성을 가미한 한국화의 실험적 조형성을 선보였다. 비구상 작품을 과감히 내놨던 그는 1970년대에 사실적인 풍경화를 포함해 구상화로 돌아온 후 끊임없이 작품 세계의 변모를 꾀했다.

“국전 특선을 했을 때, 20년만 더 그리면 한국에서 1인자가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40대가 되니 방향을 잘못 잡았더라. 다시 20년을 정진했다. 그런데 60이 됐는데도 스스로 만족이 안 되더라. 그리고 지금 80대다. 그런데도 되긴 뭐가 되나,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는 스스로에 대해 엄격했다. ‘자기 작품에 아첨을 하지 말라’는 신조를 갖고 있다고 했다. 영남대, 동덕여대, 원광대 등에서 후학을 가르칠 때도 그는 쉼 없이 자기 혁신을 이뤄가는 예술 정신을 강조했다.

민 화백은 20대 말에 결혼한 부인(백옥문 여사)의 내조 덕에 평생 화가로 살 수 있었다고 했다. “당시엔 다들 자식을 많이 낳았는데, 나는 가난한 화가라서 둘 만 낳았다.”

아들은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고, 딸은 서울에 살며 법조인 남편 내조를 하고 있다고 했다. “딸은 이화여대 미대를 나왔고, 외손녀는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후 미국 하버드대로 유학을 다녀왔다. 여기 그 외손녀의 아이들(증손자, 증손녀) 좀 봐라. (휴대전화의 동영상을 보여주며) 얼마나 예쁘냐.”

웃음을 잔뜩 깨문 그의 얼굴이 참 행복해 보였다. 가정이 다복한 덕분에 그는 그림을 그리며 다양한 사회 활동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각종 미전 심사위원을 지냈을 뿐만 아니라 언론사와 학교 법인 이사 등을 맡아 헌신했다. 상복도 있는 편이어서 대한민국 문화예술상(1996), 은관문화훈장(2004),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2007), 대한민국 미술인 본상(2010) 등을 수상했다. 지난 시간의 영광에 취할 수도 있으련만 노화백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다짐했다.

“죽을 때까지 그려야 화가다. 그냥 그리면 화공(畵工)이고, 창작을 해야 예술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