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정국’ 본격화>‘의혹핵심’ 靑 경호실·부속실 압수수색하나

가결땐 靑수사 부담 줄어들듯
‘뇌물죄’ 입증 대기업 첫 타깃

추가파견 10명중 4명 특수통

박영수(64) 특별검사의 ‘별도 대기업 수사팀’ 구성 방침은 수사의 성패가 사실상 대기업의 뇌물 공여 혐의를 밝히는 데 달렸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대기업들은 다음 주 초 특검팀이 현판식을 갖자마자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일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 특검은 ‘기업 특수수사통’이자 회계분석 전문가인 한동훈(43)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에게 대기업 수사팀을 맡겨 전담시키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9일 전해졌다. 특검팀이 이른 시일 내 대기업의 제3자 뇌물공여 단서를 밝혀낼 수 있다면, 박근혜 대통령을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처벌할 ‘연결 고리’를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한 팀장이 대기업 수사를 맡기 위해 특검팀에 파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팀장은 두 재단에 돈을 낸 행위의 ‘대가성’을 일제히 부인하는 대기업들의 ‘약한 고리’를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한 팀장은 2003년 최태원 SK그룹 회장 주식 부당거래 사건을 맡았고, 2006년 대검 중수부 연구관 시절에는 박 특검 지휘 아래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수사를 담당했다. 지난해에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으로 재직하며 회삿돈을 횡령해 도박자금으로 사용한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수사를 담당하기도 했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가 이날 발표한 추가 파견 검사 10명 중 4명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이미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특수수사통이다. 대기업들은 ‘초긴장’ 상태다. 특히 앞선 검찰 수사에서 압수수색을 당하지 않은 현대차, 부영그룹 등은 특검의 전격적인 강제수사를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계열사를 동원해 돈을 나눠 재단에 돈을 낸 대기업의 경우, 주축 계열사는 물론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돈을 낸 계열사까지 전방위 압수수색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돼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 특검팀의 대면조사 강도도 더 높아질 전망이다. 청와대 등에 대해 압수수색에 버금가는 강제수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커진다. 박 특검부터 “나는 정치는 모른다”며 탄핵과 특검 수사 사이에 선을 그었지만 수사 기록 검토 등을 이어가며 국회의 탄핵안 표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검찰 관계자는 “탄핵안 가결은 특검의 부담을 덜어주고 수사에서는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대통령이 특검 수사를 피할 명분이 줄고, 반대로 특검은 현직 대통령을 수사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의미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적용한 직권남용 등 혐의 대신 박 대통령과 최순실(60) 씨 등에게 뇌물죄를 적용할 가능성이 큰 특검이 박 대통령에 대해 예상보다 훨씬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와대 강제수사와 관련, 경호실과 부속실 등 그간 검찰 수사의 ‘예봉’을 피해 온 기관들이 1차 타깃이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 최 씨의 청와대 ‘프리패스’ 정황 등 국정농단 의혹을 밝히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부서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는 이들 기관의 비협조로 수사에 곤란을 겪기도 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전화 녹음 파일’과 안종범(57) 전 정책조정수석의 ‘깨알 수첩’, 최 씨의 ‘태블릿 PC’,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은 특검에서도 매우 중요한 증거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민병기·손기은·이후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