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표결 ‘운명의 날’>‘탄핵 이후’ 정치스케줄 입장차 뚜렷해지는 2野

민주 “朴퇴진·내각 총사퇴”
문재인 등 일부 주자 동참
국민의당 “헌법절차 밟아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공동 추진했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탄핵 가결 이후’ 정국 대응 방식을 놓고 분명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 즉각 퇴진’ ‘황교안 국무총리 교체’ 등 강경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국민의당은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뒤따르게 될 조기 대선 및 정계 개편 등에 대한 인식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탄핵 가결 시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될 두 야당의 차이가 국정 혼란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황교안 총리 대행체제는 국민이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내각 총사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탄핵안의 뜻에는 내각 총불신임도 포함돼 있다고 보면 된다”며 탄핵안 가결 뒤 총리 교체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5일 국회 앞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촉구 촛불집회에서 “탄핵이 의결되면 딴말 말고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도 “탄핵안 가결된 후에도 박 대통령의 즉각 사퇴는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시장 측은 “탄핵이 가결되면 황 총리를 비롯한 내각도 총사퇴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즉각 퇴진론’에 대해 “그건 문 전 대표 혼자 주장하는 것”이라며 “조기 대선을 하면 본인이 이롭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즉각 사퇴하면 헌법 규정에 따라 60일 이내 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현 지지율이 높은 문 전 대표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대권주자가 직접 이런 제안을 내놓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즉답을 피했지만,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헌법적 절차를 밟는 것이 옳다”고 했다. 국민의당은 ‘내각 총사퇴’ 주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상돈 의원은 라디오에서 “추 대표가 말한 내각 하야는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내각 총사퇴는 헌법, 법률적으로 불가능하다. 요새 (추 대표의) 발언을 보면 전혀 법률가답지가 않다”고 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