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美-日-대만 新삼각동맹의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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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범 논설위원

“중국은 대만과 분쟁이 발발할 경우 한국 오산·군산,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등 미군 기지를 일제히 선제 공격할 것이다.” 2008년 미국 랜드연구소가 미 공군 의뢰로 발간한 용역보고서 ‘용의 굴에 들어가기(Entering the Dragon’s Lair)’에 있는 시나리오다. 미 증원군의 태평양 배치를 늦추고, 먼 거리 작전을 수행케 하는 접근억제전략(antiaccess strategies)을 쓴다는 것이다. 8년 전 대만의 전략적 가치에 따른 미·중 갈등을 예측한 것도 흥미롭지만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꺼낸 ‘대만 카드’에 따른 갈등 가능성을 예고한 듯하다.

중국에서 직선거리 2㎞에 불과한 진먼다오(金門島)와 200㎞도 안 되는 대만은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이다. 대중(對中) 전략적 가치는 환산할 수 없을 정도다.

미국과 중국은 과연 대만 문제로 군사적으로 충돌할까. 미국은 1949년, 1954년 제1차 대만해협 위기, 1958년 제2차 대만해협 위기 등 세 차례에 걸친 중국의 진먼다오 침공을 제7함대 등 병력을 파견해 막았다. 2차 위기 때는 중국에 대한 핵 공격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대만과의 상호방위조약도 1979년 1월 미·중 수교 때까지 유지됐다. 트럼프가 미국 재건을 위해 가장 먼저 손볼 상대는 중국이다. ‘대만 카드’는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대만을 활용해 외교·군사적 수단을 바탕으로 경제 문제까지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꽃놀이패다. 37년 만에 이뤄진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의 전화(정상)회담은 첫 실행 카드인 셈이다. 미 의회는 양국 군 고위층 교류를 법으로 허용했다. 앞으로 대만 민간 대표단의 공식 외교단 승격, 대만 총통의 방미, 미 최고위 관리들의 대만 방문 허용 등을 통해 꾸준히 외교 관계를 복원한다는 구상이다.

대만 독립파인 차이 총통도 이해가 일치한다. 5월 취임 이후 ‘92공식’(1992년 중·대만이 하나의 중국에 합의하되 중국 정부가 어디인지 각자 해석에 맡긴다는 것)을 무시하고 ‘대만은 하나의 국가’라고 천명한 데 이어 6월 미 마이애미에 들르는 경유 외교, F-16 미 전투기 66대 외 미국산 무기 지속 도입 등을 밝혔다. 중국은 발끈하며 양안(兩岸) 핫라인 단절, 대만 국가를 부른 어린이 합창단 및 연예인 입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대만 농산물 검역 강화, 중국 관광객 축소 등 경제 제재도 강화했지만 군사적 대응은 관영 매체를 통해 “대만 무력 통일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으름장 수준이다.

차이 총통은 일본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여러 번 친서를 교환했다. 올 6월에는 단교 이후 45년 만에 NHK 교향악단이 차이 총통과 아베 총리의 모친 요코(洋子) 여사가 나란히 앉아 지켜보는 가운데 대만 공연도 했다. 사실 그는 뼛속까지 친일파다. 그를 공직에 발탁해 총통으로 키운 정치 멘토는 대표적인 친일파이자 대만 독립파인 리덩후이(李登輝) 전 총통이다. 리 전 총통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으며 “2차 세계대전 때 대만과 일본은 같은 나라였다” “일본의 대만 통치가 근대화에 도움을 줬다”고 했던 인물이다.

트럼프와 차이 총통 양측은 논란이 커지자 “지역의 안정 유지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며 애매모호하게 수습했다. 하지만 미·일과 대만의 관계 개선은 중국을 겨냥한 신(新)삼각동맹의 부상이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협상이 어렵거나 악화되면 언제든 미·대만 상호방위조약을 복원할 수도, 북핵 해결을 위해 가장 강력한 중국 압박 수단인 대만 핵 무장 추진 카드를 꺼낼 수도 있을 것이다. 차이 총통과의 통화가 북핵 문제 등에 대한 중국의 노력을 촉구한 것이란 점도 숨기지 않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 소외될 경우다. 북핵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려 치명적일 수 있다. 최상은 북핵 공조를 축으로 한 한·미·일·대만 사각동맹이다. 그래서 북핵 공조에 대한 대만의 협력이 절실하다. 대만은 1979년 외교 관계 단절 후 소원하다. 중국 눈치를 본 탓이다. 대만과의 관계 개선은 사드 문제로 중국에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에 대한 히든카드도 될 수 있다. 이제 친중의 족쇄를 풀어야 한국 외교가 산다. 그러지 못하면 중국과 미·일 동맹 사이에서 또 선택을 강요당하고, 북핵은 물론 사드 문제로 중국과의 관계도 악화되는 손해만 반복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