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에 미래 달렸다>‘퍼스트 무버’ 혁신생태계 조성 역할… ‘작은 정부’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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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정책 대전환 - ④ 정부조직 개편

기술·교육·기업지원 통합하는
영국형 혁신전략부 신설 검토
중앙정부는 전략·기획에 집중
직접규제·지원은 지방에 이양

공무원 인사제도 개방형 전환
클라우드 기반 정부 4.0 구축
부서간 벽 허물고 협력 강화를

단순한 디지털 기술에 근거한 3차 산업혁명에서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3D프린터 등 기술의 조합에 기반을 두는 혁신(4차 산업혁명)으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하지만 국가 간 승자와 패자로 나뉘게 될 4차 산업혁명의 대응에 있어 한국은 ‘부진아’ 그룹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의 선도 국가로 도약하려면 단기간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에서 벗어나 변화를 주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이 같은 퍼스트 무버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혁신 죽이는 관치 혁파 = 1820년대 다른 어떤 국가보다도 빨리 증기자동차 황금시대를 열었던 영국이 산업의 주도권을 독일과 미국 등에 넘겨주게 된 것은 ‘적기조례(red flag act)’라는 도로교통법 때문이었다. 증기차로 인해 생존의 위협을 느낀 마차와 증기기관차 업체들의 요구에 영국 정부는 1865년 도심 차량 최고 속도를 시속 5마일(8㎞/h)로 제한하고, 깃발 든 사람이 차량 55m 전방에서 길잡이를 하도록 했다. 이 길잡이가 낮에는 붉은 깃발, 밤에는 붉은 등을 들었다고 해서 ‘적기조례’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적기조례와 같은 정부의 간섭은 퍼스트 무버 혁신생태계에 있어 최대의 적으로 간주된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각종 지원금과 금융·조세지원 등을 통해 기업을 직접 지원하는 동시에 규제하는 산업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퍼스트 무버 혁신 생태계에서 정부의 역할은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 기업 등이 자율성과 개방성을 바탕으로 주도적으로 협력하며 혁신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주호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장은 “2025년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급격한 변화 시점)까지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 생태계로 변혁하지 못하는 경우 제4차 산업혁명의 낙오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관치 혁파는 정부의 모든 분야에서 이뤄져야 하나 우선 가장 시급히 변혁이 요구되는 혁신 생태계 조성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관치를 혁파하려면 중앙정부는 전략기능에 집중하되, 지방정부와 시장에 중앙정부의 기능을 대폭 이양할 것을 주문했다. 공무원 인사제도, 정부조직 개혁, 일하는 방식의 개혁 등을 통해 정부 내부 운영의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형 전담 부처로 기획 기능 강화 =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선도 국가로 나아가려면 영국의 기업혁신기술부(BIS·The Department for Business Innovation and skills)와 같이 과학기술, 고등교육, 기업지원 등을 통합하는 ‘혁신전략부’(가칭)를 설치하기 위한 정부조직 개편이 필요하다는 게 이 위원장의 주장이다. BIS는 기업지원, 혁신활동, 연구·개발(R&D), 인력양성 등을 통합적으로 기획·지원하는 핵심 부처로서 기존 혁신·대학·기술부(DIUS)와 기업·산업·규제개혁부(BERR)의 두 기관을 통합해 신설한 조직이다.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영국경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미래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활동 촉진, 고급인력 양성, 혁신 활동 및 세계적 수준의 R&D 등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는 게 주요 책무다.

혁신전략부는 기존에 중앙정부가 과학기술, 고등교육, 기업지원 등의 분야에서 가지고 있던 현업 중심의 기능을 중간기구, 시장, 지방정부 등으로 과감히 이양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중앙 부서는 전략 및 기획 기능을 강화하고, 직접적인 규제 및 지원 업무는 중간기구들에 과감하게 이양하는 것이다.

◇공무원 인사제도의 개혁 = 부서 간 벽을 허물고, 수평적인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무원 인사제도를 개방형 국가인재관리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공무원들이 특정 부서에 소속되지 않도록 부처 간 완전 개방을 하고 있는 싱가포르 사례처럼 우리도 공(工)자형 경력개발체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경력 초기에는 다양한 부처 간 순환근무를 통해 개인에게 적합한 직무를 탐색하게 하는 ‘순환 후 전문화제’를 도입하고, 서기관과 과장급에선 한 부처의 유사 분야에 장기 재직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그 이후 고위공무원단에 진입하면 다시 관련 분야에서 다양한 부처를 오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클라우드 기반의 정부 4.0 구축 =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을 중심으로 한 현실과 가상의 융합(O2O·online2offline)’으로 정의된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정부 역시 현실 공간에 존재하는 오프라인 정부와 일대일로 대응되는 가상의 온라인 정부를 융합시키는 제도의 혁신이 수반돼야 한다는 게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의 주장이다. 한국의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새로운 정부는 클라우드 기반의 정부 4.0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O2O 융합의 정부 4.0의 장점은 부처 간 데이터 공유와 협력이다. 정부 부처 간 다양한 협력의 장이 펼쳐질뿐만 아니라 데이터 축적에 따라 업무 효율성이 향상된다. 이 이사장은 “기업이 클라우드 기반으로 온·오프라인을 융합하는 O2O 조직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며 “늦었지만 정부도 O2O 기반의 정부로 진화하는 제도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양수 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