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법·가격 SNS로 ‘척척’… 초보 농사꾼에 ‘천군만마’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농식품부·농기평 ‘SNS 컨설팅 지원’

농업인 네이버 밴드 개설
전문가·연구원도 함께 참여
질문 신속 답변·정보 공유

고추·딸기 등 30개 분야서
현재까지 2만312건 컨설팅

미해결 문제는 R&D과제로
관련 기관간 협업도 활성화
정부3.0 추진과제 역할 톡톡

“회원님, 며칠 전 태어난 새끼의 상태가 좋지 않네요. 지금 설사를 하고 어미젖도 잘 안 먹습니다. 살릴 방법 좀 가르쳐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어미젖 먹이지 마시고요. 먼저 균형 전해질액 50㏄ 경구 투여하고, 광범위 항생제 주사해주세요. 전해질액은 상태를 보면서 지속적으로 경구 투여하고 피하주사도 해주세요.”

경남 창녕에서 염소를 처음 키우는 초보 영농인 손모 씨는 지난 7월 새끼 염소의 상태가 걱정돼 SNS인 네이버 밴드(염소기술공감)를 통해 새끼 염소의 사진과 함께 증상을 올렸다. 몇 시간 뒤 이 밴드에는 아픈 새끼 염소를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글이 게재됐다. 손 씨의 글과 사진을 본 염소 사육 전문가 김모 씨가 조치법을 곧장 가르쳐준 것이다.

◇‘농사도 이제 휴대전화를 통한 SNS로’ = 이처럼 SNS를 통한 농업 정보 공유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는 초보 영농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초보 영농인은 대체로 돌발 상황에서 적절한 해결법을 몰라 허둥대는 일이 많다. 하지만 SNS상에서 김 씨와 같은 ‘선도농’이나 전문가들의 적절한 컨설팅은 홀로 농사를 짓는 초보 영농인들에겐 천군만마와 같다.

손 씨의 사례처럼 지난 6월 단감기술공감 밴드에 가입한 한 일반 농가의 초보 영농인도 단감에 피해를 주는 곤충종에 대해 질의하자 선도농과 전문가들이 해충 예방법 등을 알려주기도 했다. 또 닭 사육 관계자들이 참여한 밴드에는 닭 감기 예방법에 대한 질의가 올라오자 전문가들이 상세한 설명을 신속하게 게재해 농가의 피해를 사전에 막도록 도움을 줬다.

재배·사육이나 병해충 발생·관리 관련 정보뿐만 아니라 해당 농축산물의 가격 동향, 그리고 교육과 관련한 유용한 정보도 SNS 공간을 통해 컨설팅한다. 가령 표고버섯의 5월 가격 동향에 대한 정보를 연구원 출신 밴드 회원이 게재하면 농가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출하 시점을 결정할 수 있다. 또 향후 농축산물의 가격 전망을 연구원이나 정부 측 전문가들이 분석한 내용을 올리기도 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고추기술공감 밴드에 가입하고 있는 한 초보 영농인은 “경험 많은 숙련 농업인뿐만 아니라 전문가들까지 SNS에 유용한 정보와 컨설팅 내용을 올리고 있어 초보 영농인들이 이를 보고 농사를 짓는 데 많은 도움을 얻는다”고 말했다.

◇SNS로 현장 애로 해결뿐만 아니라 R&D 과제 발굴도 = 13일 관련 기관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원장 이상길)은 국민과 소통하는 정부 3.0 추진과제의 일환으로 ‘농식품 기술 SNS 컨설팅 지원사업’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기술 SNS컨설팅지원사업은 SNS를 활용해 농업 현장과 기술전문가 간의 실시간 연계를 통한 신속한 현장 애로 해결 및 현장 맞춤형 연구·개발(R&D) 과제의 발굴 및 지원을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올 11월 말 현재 30개 분야에 대해 네이버 밴드를 개설해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운영 중이다. 지난 8일과 9일에는 우수성과 및 컨설팅 사례 전파, 활동이 우수한 컨설턴트 및 밴드 포상 등 사업의 성과를 점검하고 확산하기 위한 우수성과보고회도 열렸다.

성과보고회는 ‘소통과 정보 공유를 부르는 밴드 콘텐츠 만들기’라는 주제의 특별 강연과 우수회원 포상, SNS 컨설팅 우수사례 경진대회와 함께 워크숍을 개최해 사업의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종합토론을 통해 2017년 사업의 추진 방향도 논의했다.

실제로 농식품 기술 SNS 컨설팅 지원 사업에 대한 농업인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지난 2014년 6월부터 지금까지 총 30개 분야에 2만4406명의 농업인 및 기술전문가가 분야별 모임에 가입해 2만312건의 컨설팅을 추진하고 있다. 고추, 딸기, 블루베리 등 원예 분야가 총 19개 밴드로 가장 많고, 축산 분야가 8개, 기타 3개가 뒤를 잇고 있다. 산·학·연·관 전문가 및 농업인이 한곳에서 정보의 소통·교류를 이뤄내고 있어 명실상부한 정부 3.0 추진과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농기평 관계자의 설명이다.

농식품 기술 SNS 컨설팅 지원 사업은 올해 농축산 분야 품목별 최상위 농가의 영농기법을 표준화해서 전파하기 위한 ‘베스트 파머(Best Farmer)’ 영농기법 모델화 과제 4건을 추진하고 있다. 또 SNS상 정보 공유로 해결되지 않은 과제의 경우 R&D 과제로 별도로 전환해 추진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SNS를 통해 정부 및 관련 기관과의 협업도 활성화됐다. 농식품부·농촌진흥청이 각각 운영 중이던 SNS 컨설팅 사업을 연계해 공동 운영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사업의 효율성을 제고했으며, 기관 간 업무 분담 및 협업을 통해 기술컨설팅 외에도 현장에서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다. 가령 농기평이 밴드 운영을 담당하면 농진청은 작황이나 병해충 발생과 관련된 정보를, 그리고 국립종자원은 신품종 등록 관련 정보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수매·비축·유통 정보를 담당하는 식이다.

농기평 측은 SNS 컨설팅 지원사업이 시간이 갈수록 더 확대되고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은 물론 소통을 통한 집단지성으로 농식품 기술에 관한 저변을 넓히는 데도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농기평 관계자는 “앞으로 밴드 운영을 더욱 내실화하기 위해 참여하는 기술컨설턴트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현장 컨설팅을 확대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