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1021) 49장 제3제국 - 17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신의주에서 랴오닝(遼寧)성, 지린(吉林)성, 헤이룽장(黑龍江)성을 관통하고 한랜드의 한시티까지 닿는 1600㎞ 길이의 고속철은 5개월 후에 개통될 예정이었다. 신의주에서 한시티까지 5시간 반이면 닿는 것이다. 하바롭스크 지역이 한랜드와 통합됨으로써 헤이룽장성은 한랜드와 국경을 맞대게 되었고 무비자 지역이 된 후에 매일 수만 명이 왕래했다. 한랜드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장사꾼들이 대거 진출하는 바람에 헤이룽장성의 국경 마을 인구가 순식간에 몇 배씩 늘어났다. 한랜드에 가게를 차려놓고 밤에 중국으로 자러 오는 무리가 있는가 하면, 아예 이주해오는 가족도 수천 명씩 되었다. 한랜드는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 그것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원인이다. 국경도, 이념도, 민족도, 경제 즉 잘살겠다는 욕망 앞에서는 뒷전으로 밀린다. 한랜드가, 유라시아 로드가, 대한민국이 지금 ‘잘사는’ 신바람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오후 3시 반, 이제는 한랜드령이 된 블라고베시첸스크에서 중국 국경을 바라보고 선 도쿠가와가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내가 제3제국의 실체를 보는군.”

도쿠가와의 시선은 한랜드로 건너오는 차량 대열로 향해 있다. 수백 대가 늘어서 있었는데 국경 검문소 앞을 천천히 통과하고 있다. 한랜드 세관원은 그저 서 있을 뿐이다. 도쿠가와가 말을 이었다.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어. 내가 늙어서 이런 장면까지 보게 되는군.”

도쿠가와는 이제 60대 후반이다. 30년 가깝게 총리실에서 정보역으로 근무했고 책임자가 된 지도 10여 년이다. 그때 옆에 선 요시모리가 말했다.

“실장님, 중국의 인해전술 같습니다.”

“그런가?”

도쿠가와가 중국인들에게 시선을 둔 채 빙그레 웃었다. 요시모리는 40대 중반으로 중국사를 연구했다. 그래서 이번에 도쿠가와의 한랜드 현장 답사에 동행한 것이다. 요시모리가 말을 이었다.

“한랜드로 유입된 중국인이 벌써 300여만 명이 되었습니다. 한랜드 800만 인구 중에서 조선족, 고려인, 한국인을 합친 숫자와 비슷합니다.”

도쿠가와가 머리만 끄덕였다. 나머지 200만 명이 러시아계인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중국계는 더 늘어난다. 영하 15도의 날씨였지만 햇살은 밝았고 바람이 없는 날씨여서 견딜 만했다. 도쿠가와가 입을 열었다.

“이곳이 1500년 전에 한반도 왕국의 영토였던가?”

“예, 고구려란 왕국의 영토였지요.”

요시모리가 도쿠가와의 역사지식이 반갑다는 듯 얼굴에 웃음을 떠올렸다.

“중국의 동북 3성이 다 고구려의 영토에 포함되었지요.”

“그래서 동북공정을 서둘렀군.”

“하지만 남북한 통일과 한랜드로 대한민국이 위에서부터 압박해 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겠지요.”

“러시아가 허를 찌른 것이지.”

“대한민국의 기운을 눈여겨본 것이지요.”

“이 대륙의 패자는 누가 될까?”

“푸틴, 시진핑, 서동수, 3자(者)의 운(運)이 작용할 것 같습니다.”

요시모리가 바로 대답하자 도쿠가와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정보원답지 않은 대답이군.”

“역사학자로 말씀드렸습니다.”

정색한 요시모리가 말을 이었다.

“현재까지의 기세를 보면 대한민국입니다, 실장님.”

요시모리가 똑바로 도쿠가와를 보았다.

“대한민국은 서동수가 없더라도 이 기운이 계속될 것 같거든요.”